청산도에서 힐링을

청산도에서 힐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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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산도! 그 이름만 들어도 온몸에 파란 물이 들 것만 같은 섬!
청산도는 해발 400여 미터에 가구 수 1300, 2620여 명의 주민 가운데 80%가 생업으로 논농사나 밭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청산도는 1981년 다도해 국립공원으로 지정되었으며, 2007년 12월 1일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1호로 선정되었다. 청산도 슬로길의 길이는 42.195km이며, 11개 코스로 나누어져 있다.

   
 

 

슬로시티(Cittaslow, 치타슬로)란 무엇인가?

현재 슬로시티는 전 세계 24개국 151개 도시가 지정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07년 완도군 청산면을 포함하여 담양군 창평면, 장흥군 유치면, 신안군 증도면 등 4개 지역이 아시아 최초 슬로시티로 지정되었으며, 2011년까지 총 10개 시 군이 슬로시티로 선정되어 느리게 살기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슬로시티 운동은 1986년 미국의 패스트푸드 체인 맥도날드가 이탈리아 로마에 상륙했을 때, 요리 칼럼니스트 카를로스 페트리니가 패스트푸드에 반하는 개념으로 슬로푸드를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이후 1999년 이탈리아 그레베인 키안티의 시장 파올로 사트르니니가 마을 사람들과 함께 세계를 향해 느리게 살자고 호소하며 치타슬로가 출범하기에 이른다. 즉 슬로시티는 느림의 미학을 일상에서 실천하고 있는 마을이며, 슬로시티 운동은 슬로푸드 먹기와 느리게 살기를 기본으로 한 국민행복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청산도 슬로우걷기 축제 브로셔에서 발췌 인용-

 

   
 

완도에서 배로 50분을 가니 말로만 듣던 청산도에 발을 디딜 수 있었다.
섬의 조그만 선착장은 파란 바다를 닮은 젊은이들과 나지막한 야산을 닮은 연배 지긋한 분들이 어우러져 사람 그 자체가 청산도라 할만했다. 섬의 모토가 느리게 걷기라서 그런지 누구 하나 서두르는 사람 없이 느긋하고 한가로워 보였다. 하루 만에 둘러보고 귀경하리라 마음먹고 서둘러 발걸음을 떼던 필자 역시 어느샌가 느릿느릿 천지사방을 둘러보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청산도에 도착한 지 한 시간여 만에 ‘느리게’에 빠졌다고나 할까!

선착장을 벗어나 슬로길 입구에 들어서니 80평생 이곳을 떠나본 적이 없다는 어르신 몇 분이 심심파적으로 관광객들에게 눈요기도 시켜줄 겸, 짚공예품을 만들고 계셨다. 지금은 세월이 좋아져서 짚공예라고 하지만, 예전에는 숟가락처럼 매일 만지던 생활도구들이다. 망태를 변형시켜서 짚가방을 주문했더니 2시간 후에 오라고 하셨다. 선금을 드리려고 하자 손사래를 치시며 나중에 와서 물건 가져갈 때 주면 된다고 하셨다. 도회지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그들의 사람을 믿는 심성이 참 좋았다.

   
 

슬로길에서 처음 만난 것은 느림의 종이다. 종은 학교나 마을 회관에서 시간을 알리기 위해서 쳤고, 사람들을 모을 때 쳤었다. 뿐만 아니라 새벽 잠결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교회 종소리를 들으며 일어나야 하는 시간을 감지하고 떨어지지 않는 눈꺼풀을 비비며 어른들은 하루를 시작했었다. 언제부턴가 그 종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었고, 지금은 각양각색의 시간을 알리는 물건들이 종을 대신하는 때에 만난 느림의 종은 느릿느릿 지난날을 자아올렸다.

   
 

저 먼 곳의 기억의 끄트머리를 잡고 하늘하늘 걷다 보니 두 갈래 길이 나온다. 한쪽은 당리, 다른 한쪽은 도락리로 가는 길이다. 당리는 서편제촬영지로 쉽게 가는 길, 도락리는 바닷길을 걷다가 밭둑을 거슬러 올라가는 길, 지세를 보니 당리로 갔다가 바닷길을 걷는 것도 좋을 것 같았다. 당리는 꽃을 잘 가꾸어서 사람의 정성이 깃들어 있었다. 천혜의 자원으로도 아름다울진대 사람의 손길이 닿았으니 그 조화가 참으로 멋졌다.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자 관광버스가 꽤 많았다. 관광버스에서 쏟아진 사람들은 대뜸 환성부터 질렀다. 그들의 눈앞에는 온갖 꽃들과 채소밭이 펼쳐져 있었고, 뒤로는 서편제 영화에서 본, 발색하지 않은 광목을 풀어 깔아놓은 것처럼 낯익고 정겨운 돌담길이 있었던 것이다. 그 길에는 삼어이(아버지나 어머니 둘 중 한 분과 아들 하나 딸 하나의 옛말)가 어깨를 들썩이며 장구치고 북치고 노래하며 거닐던 그림자가 그대로 남아있는 듯했다.

   
 

서편제 촬영지 끝머리에는 봄의 왈츠를 촬영했던 세트가 그대로 있고, 대문에는 느림의 우체통이 어깨를 비스듬하게 하고 입을 벌리고 서 있었으나 그 입에 사연을 넣는 사람도 그 우체통이 하는 역할을 궁금해하는 사람도 없었다. 우체통은 군중 속에서 외롭고 쓸쓸해 보였다. 허기져서 울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이래도 저래도 다 좋고 아름다워 보였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었다. 거의 모든 길이 포장이 돼 있었다. 차가 다니는 길은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덮었다고 치더라도 서편제 촬영지와 느리게 걷는 길만큼은 예전의 황톳길을 그대로 뒀으면 더 운치 있고 건강에도 더 좋을 걸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청산도에서만 볼 수 있는 희귀한 것이 있다. 그것은 구들장 논이다. 구들장 논을 만든 이유는, 논으로 사용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땅을 어떻게 하면 논을 만들까 생각하다가 고안해 낸 청산도 선조들의 지혜이다. 물이 쉽사리 빠져버리는 산비탈에 마치 구들장을 놓듯 돌을 쌓아 먼저 바닥을 만든 뒤, 그 위에 다시 흙을 부어 논을 일군 것이다. 겉보기에는 다랑이 논과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논이다. 그렇게 만든 논과 섬 특유의 많은 밭을 이용해 지은 농산물은 그들의 수고에 보답을 하고 있었다. 또한 바다라는 절로 생긴 곳에서 먹을거리와 그것으로 인해 발생하는 재화는 섬사람들만이 누리는 천혜의 혜택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겠다.

   
 

그래서일까 청산도 사람들 인심이 감동이었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까 고민을 하다가 어느 횟집에 들어갔다. 전복과 해삼, 멍게를 시켜 먹었다. 얼마나 신선하고 제 맛이 나는지 바다를 통째로 먹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아뿔싸! 돈을 내려고 보니 현금이 얼마 없었다. 청산도는 카드 계산이 안 되는 곳이 많았는데 하필이면 그 횟집이 카드를 받지 않았다. 지갑에는 크래디트 카드와 현금이라고는 2만원이 고작이었다. 2만원은 할아버지께 주문한 짚가방 값을 지불해야 된다. 어정쩡하고 난감한 표정을 본 사장님이 선 듯 명함 한 장을 주시며 “입금하세요.”라고 했다. 해산물 맛만큼이나 순수하고 깔끔했다.

   
 

한때 등산을 즐기던 필자는 도봉산 계곡의 빙벽에서 굴러떨어진 이후에는 산을 멀리했다. 어쩌다 친구들이 수월한 산이 있으니 가자고 꼬드겨도 꿈적도 않다가 『방송과기술』에 기고를 시작하고부터 처음 산에 오르는 심정으로 조심스레 시작한 야산 타기가 여기서도 범바위에 오르는 용기를 줬다. 청산도의 경치를 보기 좋은 전망대가 몇 곳 있는데, 그중에서도 범바위 전망대는 날씨가 맑으면 제주도까지 보인단다. 범바위 가는 길은 자동차로 갈 수도 있고 슬로길로 갈 수도 있다. 만약 자동차로 가려면 길이 무척 좁으니까 조심해야 된다. 범바위 가까이에 상섬이 보인다. 상섬은 낚시꾼들이 즐겨 찾는데 그 이유는 돌돔이 많이 잡히기 때문이란다.
청산도 주민이 범바위를 신성시한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서 마을 어르신께 여쭤 봤다. 범바위 부근에서는 나침판이 제 맘대로 돌면서 작동이 되질 않는데 그 이유가 범바위 때문이라고 생각해서라고 했다. 필자가 눈을 휘둥그레 뜨고 “진짜요?” 했더니 “몰라, 나야 나침판 들고 가 본 적이 없으니.” 라고 대답하는 할아버지의 표정이 참 해맑았다.

   
   
 

머잖아 휴가철이 돌아온다. 올여름은 청산도의 해변을 한 번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청산도에는 해수욕장이 세 곳이 있다. 지리해수욕장(청송해변)과 신흥리해수욕장, 진산리해수욕장이 있는데, 그중에서 지리해수욕장은 고운 모래가 일품이고 수심도 완만해서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이 해수욕을 즐기기엔 더없이 좋은 곳이란다. 게다가 지리해수욕장의 자랑인, 방풍림으로 조성된 약 200~300년 된 소나무 숲 사이사이에 텐트를 치고 청송이 내뿜는 피톤치드에 취해 낮잠이라도 한숨 잔다면 이보다 더 좋은 보약이 없을 듯싶다. 덤으로 부근에는 초록의 벼들이 보기만 해도 배부르게 하고, 불타던 태양이 바닷속으로 잠수하기 직전의 아름다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청산도의 문화 중에는 장례문화로 ‘꽃상여’를 빼놓을 수 없다. 청산도의 꽃상여는 시집갈 때 타는 가마보다 더 아름답단다. 아마도 마지막 가시는 길을 남아있는 자손들이 정성을 다해 마음과 예를 바치는 의례인 것 같다. 마침 가는 날, 육지의 어느 고인이 고향 청산도에 영원히 안식을 취하러 오셨다. 필자는 카메라를 만지작거리기만 할 뿐, 서러움에 사무친 유족 앞에서 카메라의 셔터를 누를 수는 없었다.

어느 고장이나 다 있는 음식 문화! 청산도에는 슬로푸드 체험관이 있다. 슬로푸드는 ‘빨리빨리’에 물든 현대인들이 체험을 하면 참 좋을 것 같다. 예부터 전해져 오는 청산도 고유음식을 복원하고 이해하기 위한 노력으로 만들어진 청산도 고유음식을 맛보며 여행의 즐거움을 배가시키는 재미도 제법 쏠쏠했다.

   
   
 

사라져가는 우리 것을 고스란히 지니고 있는 청산도! 하늘과 땅과 물, 이 모든 것이 파랗다 못해 사람까지 파래지는 청산도! 이곳은 좁다란 마을길까지 슬로길이고, 이곳에 깃들여 사는 사람을 비롯한 생물들마저 슬로슬로다.
저물녘, 서둘러 퇴근하는 사람도 없고 술 마시고 허랑방탕하는 주민도 없었다. 선착장 부근 상가에서 마련한 비치파라솔과 탁자에는 그 집 손님이 아니어도 앉아서 쉬는 데 간섭하는 사람이 없었다. 이들은 주어진 땅에 감사하며 살고 있었고, 관광객들이 찾아 주니 또 감사하며 살고 있었다. 계절마다 이야기가 있는 행사가 있고, 철 다투어 피는 꽃들은 청산도뿐만 아니라 사람의 마음에도 수를 놓았다.

   
   
   
 

청산도 교통편
센트럴 → 완도. 오전8:10, 10:20, 오후3:10, 5:20
완도 → 센트럴. 센트럴에서 완도 가는 시간과 동일

청산도에서의 교통편
순환버스, 마을버스
택시(061-552-8519) 2시간에 5만 원, 1시간에 3만 원
청산도 투어버스(011-616-6586)
요금(어른 7,000원 어린이 5,000원)
2시간 30분가량 청산도를 둘러보며 해설사의 해설도 곁들여진다.

완도에서 청산도행 배편
매월 주중운항시간과 주말운항시간이 조금씩 다르다. 파도가 심한 날은 출항을 할 수가 없으니 날씨에도 신경을 써야 여행에 차질이 없다. 숙식은 아래 주소로 확인.
참고 : www.cheongsan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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