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관의 인기가 사그라지는 진짜 이유는?

영화관의 인기가 사그라지는 진짜 이유는?

영화관의 인기가 사그라지고 있다는 소리가 들린다. 최근 개봉했던 영화 <아바타: 물의 길>과 <더 퍼스트 슬램덩크>를 관람하고 글을 집필한 바 있는 필자도 느꼈던 이슈다. 필자 역시 코로나19가 종식되는 분위기를 만끽하려 영화관을 찾았던 것이었지만, 영화관의 분위기가 예전과 비교해 활발해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었기 때문이다.

필자로서 최근에 본 영화들은 참 재미있게 관람했지만, 왜 영화관의 분위기가 예전과 같지 않다고 느껴졌을까? 의구심이 들었다. 영화관의 인기가 예전만 못하다는 데에는 여러 가지 원인이 분석되지만, 필자가 가지는 생각은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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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탓만은 아니다
흔히 코로나19 탓을 많이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영화 관람이 제한되었고, 그러면서 사람들이 영화관을 찾기를 꺼리게 되어 영화관의 인기도 떨어졌다고. 하지만, 그렇게 만은 볼 수 없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제공하는 ‘영화관 입장권 통합 전산망(KOBIS)’을 통해 최근에 개봉된 영화들의 실시간 예매율 순위를 살펴보자.

 

실시간 영화 예매율 순위 / 출처 : www.kobis.or.kr/kobis/business/stat/boxs/findRealTicketList.do
실시간 영화 예매율 순위 / 출처 : www.kobis.or.kr/kobis/business/stat/boxs/findRealTicketList.do

 

10위권 내 한국 영화는 <리바운드>, <웅남이>, <소울메이트>, <여덟 번째 감각>, <아임 히어로 더 파이널> 등 5편이다. 그리고 이 영화들도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 최근 이슈 몰이를 하거나 눈에 띄는 수작도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예매율로만 봐도 우리나라 극장가를 일본 영화들이 점령하고 있다는 우려가 발견되는 상황이다.

그래도 예매율 순위에서 우리나라 영화가 10편 중 5편이면 많은 것 아닌가? 그리고 이것이 영화관의 인기와 무슨 상관인가? 라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영화관의 인기는 한국영화의 인기와 함께했다는 점에서 이는 의미가 있다. <명량>(2014), <극한직업>(2019), <신과함께-죄와 벌>(2017), <국제시장>(2014), <베테랑>(2015), <괴물>(2006), <도둑들>(2012) 등 헤아릴 수도 없이 많은 한국영화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던 시기에 영화관도 인기를 누렸다. 그런데 최근에는? <범죄도시 2>(2022) 이후에 폭발적인 인기를 끈 한국영화가 없다. 이것이 코로나19 탓 만인가? 코로나19라는 긴 시간이 영화를 제작하는데 충분하지 않았던 시간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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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 탓도 아니다
요즘 필자는 OTT에 공개된 콘텐츠를 검색하기 위해 OTT 콘텐츠 전용 검색 앱을 사용한다.

 

OTT에 공개된 영화(키노라이츠 앱 화면) / 출처 : m.kinolights.com/ranking/kino
OTT에 공개된 영화(키노라이츠 앱 화면) / 출처 : m.kinolights.com/ranking/kino

 

OTT 서비스마다 공개되는 콘텐츠가 각기 다를 수 있고, OTT 서비스 자체적으로 제작하는 오리지널 콘텐츠의 숫자가 늘어나고 있어서 이러한 전용 앱을 통해 콘텐츠를 검색해야 내가 원하는 콘텐츠를 찾는데 걸리는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콘텐츠도 많아지고 OTT 서비스도 많아지면서 이러한 앱 서비스가 OTT 서비스의 포털(관문)의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이런 서비스가 필요한 이유는, 하나의 콘텐츠가 확산할 채널이 더욱 다양해지고 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영화관의 위기설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것이 OTT 서비스다. OTT 서비스 때문에 영화관이 죽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 영화관의 앓는 소리에 불과하다.

OTT 서비스의 포털 역할을 하는 서비스가 있듯이, 대규모 자본이 투입된 영화 정도 규모의 콘텐츠가 첫 선을 보이는 관문은 ‘영화관’이다. 물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영화관에서 개봉해야할 영화가 OTT에 선보였던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직까지 영화관은 프리미엄급의 콘텐츠가 처음으로 이용자와 만나는 장소로 인식되고 있고 이러한 이용자들의 인식이 쉽게 바뀌지는 않을 것이다. 영화관은 OTT보다 먼저 새로운 콘텐츠를 만날 수 있는 곳이니, 아직까지 OTT의 경쟁상대로 보기 어렵다.

영화관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서점에서 매대에 걸리는 책과 같은 것이다. 그만큼 영화관에서 상영된 영화는 콘텐츠로서 인정받았다는 이미지를 얻게 된다. 문제는 서점을 찾는 인구가 줄어드는 것처럼, 영화관을 찾는 인구가 줄어든다는 것이다. 이건 영화관의 매력도가 떨어져서 생기는 현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OTT의 탓이 아니다. 영화관이 스스로의 가치를 상승시키려는 노력을 해야 하는 문제이자,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생존해야 하는 문제라는 것이다.

 

OTT 영화 관람 / 출처 : pixabay.com
OTT 영화 관람 / 출처 : pixab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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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연인을 떠나는 것과 같은 원리
영화관의 관람료가 오른 부분도 지적이 된다. 코로나19 이후에 영화관의 가격은 인상되어 14,000원에서 15,000원 선에서 평일과 주말 관람가격이 책정되었다. 안락한 의자와 독립된 공간 등 부가 서비스를 제공하는 경우에는 영화관람 가격을 더 지불해야 한다. 어찌 보면, 물가 상승을 고려해볼 때 어쩔 수 없는 가격책정의 결과라고도 이해해볼 수 있다.

그러나 수평적으로 비교해보자. 월드컵 이후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프로축구 K리그의 관람료도 가장 낮은 금액이 15,000원 내외이고 어린이 가격은 훨씬 금액 수준이 낮다. 프로야구도 그 정도 수준이다. 만일, 가족 나들이를 하거나 애인과 데이트를 할 때 영화를 볼 것인가 축구나 야구를 볼 것인가 했을 때 망설여지는 것은 당연하다.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영화관람 가격이 유지되었다면, 영화관람을 선택할 사람들이 더 많았을 것이다. 영화는 이것저것 고려하지 않고 즐길 수 있는, 대중에게 가장 가까운 문화향유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 “할 거 없으면 영화나 보자.”라는 말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이제는 정 할 게 없을 때 가족에게나 애인에게 말한다. “할 거 없으면, 넷플릭스나 보자.” 5,500원이면 몇 시간을 보낼 수 있으니까.

영화관의 인기 04

넷플릭스의 멤버십 가입 화면 / 출처 : www.netflix.com/signup/planform
넷플릭스의 멤버십 가입 화면 / 출처 : www.netflix.com/signup/planform

 

영화관의 입장에서 씁쓸한 일이지만 어쩔 수 없다.
콘텐츠 이용자에게 영화관은 변화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연인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가고 있다. 제공하는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가격은 올랐고 팝콘 값도 만만치가 않다. 갈수록 영화관에서 제공되는 영화의 다양성은 떨어지는 것 같고 그렇다고 특별한 서비스 경험을 제공하는 것 같지도 않다.

권태기에 접어든 관계에서 변화가 필요한 것 같다고 두 번은 말해볼 수 있지만, 세 번은 아니다. 영화관은 콘텐츠 이용자의 니즈를 조금은 알아차려야 한다. 코로나19 탓으로, 혹은 OTT 탓으로만 돌리지 말고 영화관만의 서비스를 만들어서 여러 콘텐츠를 선별하는 역할, 관문의 역할을 앞으로도 계속할 수 있어야 하겠다.

월드컵 인기를 타고 풀이 죽었던 축구의 인기가 다시 살아나면서 K리그는 팬들을 다시 잃지 않기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영화관도 다시 예전의 영광을 누릴 수 있다고 본다. 콘텐츠 이용자의 요구사항을 면밀히 들어보고, 산업의 상황으로만 탓을 돌리지 않고 자구노력을 한다면 말이다.

 

K리그 홈페이지 / 출처 : www.kleague.com
K리그 홈페이지 / 출처 : www.kleagu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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