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지 MBC 종합편집팀 사운드믹스파트 음향감독

[인터뷰] 박수지 MBC 종합편집팀 사운드믹스파트 음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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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런 일을 합니다’

박 수 지

MBC 종합편집팀 사운드믹스파트 음향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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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인터뷰에서는 MBC에서 사운드믹싱을 하는 박수지 음향감독을 만나보았다. 음향감독의 업무와 목표, 지향점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며, 무엇보다 혼자 하는 작업이라는 부분이 인상적이었다. 오로지 자신의 귀와 경험에 의존해 최적의 음향을 만들어낸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음향감독이라는 직업은 일당백의 전사와 같은 느낌이 들었다. 음향 업무의 기본과 제작자로서의 고민, 목표에 대해 들어보며 음향감독의 매력에 빠져보자.
자기소개
안녕하세요. 저는 2017년 MBC에 경력직으로 입사한 박수지라고 합니다. 당시 음향제작부로 입사하여 부조정실과 녹음실을 담당하며, 부조정실 스튜디오 녹화/생방송 업무(복면가왕, 음악중심)와 프로그램 오디오 믹싱 업무를 함께 담당하다가, 현재는 파트가 분리되어 사운드믹스파트의 일원으로서 후반 오디오 믹싱(포스트 프로덕션 제작)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나의 업무
후반 오디오 제작은 성우/아나운서 더빙부터 예능, 드라마, 시사교양, 다큐멘터리 등 프로그램 믹싱, <복면가왕> 등 음악 관련 밴드 믹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프로그램 제작의 마지막 단계로, 촬영된 소리(대사)의 크기를 조절하거나, 각기 다른 음색(톤)을 듣기 좋게 만들고, 음악과 효과음을 적절하게 배합함으로써 콘텐츠에 재미와 몰입감을 더할 수 있는 오디오를 만드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밴드 믹싱도 동일한 원리로, 레코딩된 각각의 악기 소리를 듣기 좋은 레벨과 톤으로 만들고, 공간감이나 효과들을 추가하여 하나의 음악으로 최종 결과물을 만드는 작업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현재 일일드라마 <하늘의 인연>, 예능 <나 혼자 산다>, 시사교양 <실화탐사대> 프로그램의 믹싱을 진행하고 있고, 필요한 경우 MR에 보컬을 얹는 간단한 음악 믹싱부터 풀(Full) 밴드 믹싱도 담당하고 있습니다.

음향 제작 장비와 시스템 소개
후반 오디오 제작은 프리 프로덕션 업무(부조정실 스튜디오 녹화)와 다르게, DAW(Digital Audio Workstation)라는 오디오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MBC는 프로툴즈(Protools)를 메인 DAW로 사용하고, 밴드믹스 시 피라믹스(Pyramix) DAW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DAW는 소프트웨어이기 때문에 PC가 메인 장비가 되고, 프로툴즈를 원활하게 구동시킬 수 있는 부가 장비(I/O, SYNC)를 함께 사용하고 있으며, 오디오 믹스 시 기본이 되는 콘솔 및 컨트롤러도 함께 사용하고 있습니다.

음향 업무의 목표, 지향점
굉장히 주관적으로 들리시겠지만 ‘모든 사람이 듣기에 좋은 오디오’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듣는 이들로 하여금 몰입감을 줄 수 있는 믹싱을 하는 것도 중요할 것 같습니다.
생각보다 ‘좋은 오디오’라는 것을 찾아 듣는 사람은 없어요. 오히려 그냥 무심코 TV를 틀거나, 휴대폰으로 동영상을 재생했는데 자신도 모르게 빠져서 한참을 보고 듣게 만드는 것. 시청자들이 몰입해서 빠져들게 하고, 아무 거리낌 없이 소리를 받아들였다면 그것만큼 훌륭한 믹싱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송제작 전/후의 준비
드라마 믹싱 같은 경우에는 업무 전에 사전 촬영된 소리를 가지고 동시감독, 제작진과 소통을 합니다. 후반에서 좋은 오디오를 만들어야 하는 사명감이 있긴 하지만, 믹싱의 기본은 좋은 소리를 레코딩하는 것에서 시작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믹싱 전에 촬영된 소리를 들어보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소리를 레코딩할 수 있는지 협의를 진행합니다. 그리고 시사 믹싱을 통해 연출이 원하는 드라마 믹싱의 톤이나 밸런스들을 파악하고, 본편 믹스에 들어갑니다.
예능, 시사교양 등 기본 프로그램 믹싱의 경우는 매주 진행되다 보니 특별한 준비를 하는 부분은 없는 것 같아요. 다만 전주에 나갔던 프로그램 모니터를 꼼꼼히 하면서 아쉬웠던 부분들을 체크하고 이를 보완하는 믹싱을 하고자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밴드 믹싱은 먼저, 현장 그림을 반드시 받아서 확인합니다. 연주된 공간이 소규모 공연장인지, 넓은 광장인지에 따라 공간감이 바뀌게 되고 이를 고려해서 믹싱을 해야 하기 때문이죠. 악기 소리가 각각 잘 레코딩되었는지 확인하고, 노이즈가 함께 레코딩되었다면 이를 깔끔하게 만들어 주는 작업을 먼저 해 놓고, 밴드믹싱에 들어갑니다.
방송제작 후에는 반드시 모니터를 하고, 주변 피드백을 받는 편입니다. 오디오는 주관적인 분야이고, 소비되는 기기들이 다양해진 만큼, 항상 따끔한 자기반성과 고민의 시간이 필요한 법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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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콘텐츠가 다양한 기기에서 시청되는 환경에서 음향적 목표
어떤 기기에서 콘텐츠를 소비하든 저희가 제작한 대로 음향이 송출되게 하는 것이 주목표입니다. TV에서는 저음역대와 고음역대가 많이 컷(Cut) 되어 송출되기 때문에 과거(TV가 메인 기기였을 시대)에는 이를 고려하여 좀 더 부스트(Boost) 해서 믹싱하기도 하였으나 요즘처럼 모바일이 주로 소비되고 이어폰으로 콘텐츠를 시청하는 시대에는 작은 소리도 굉장히 크게 들리고 잘못된 소리(편집점이 튀거나, 잡음이 끼어있는 소리)도 쉽게 청취가능하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작업하고자 더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재 라우드니스라는 방송음량표준을 따르기 위해, OTT별로 송출 마지막 단에 오디오 레벨을 조절하는 제어단을 만들어 놓는 경우가 많은데요. 쉽게 설명해드리자면, 같은 콘텐츠라도 네이버에서 재생하는지, 웨이브에서 재생하는지, 유튜브에서 재생하는지에 따라 소리의 크기나 디테일한 부분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겁니다. 특정 OTT에서는 청자들이 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하고자 일정하게 소리를 제어한다는 목적으로 작은 소리는 키우고, 큰 소리는 임의적으로 낮춰서 재생하는 경우도 있거든요. 이런 경우, 믹싱 밸런스 자체가 무너지게 되고 제작의 의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를 막기 위해, 다양한 OTT에서 주기적으로 모니터를 하고 있고, 동일한 콘텐츠를 반복 재생하면서 OTT별로 비교/분석하여 원본과 얼마나 비슷하게 송출되고 있는지 체크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있을 경우, 관련 부서와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있구요.

음향제작 실력을 높이기 위한 방법
이 부분이 음향에 종사하시는 분들의 고민이 될 것 같은데요, 아무래도 도제식으로 업무를 배우는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저도 대학에서는 전기전자를 전공했고 오디오 믹싱을 전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처음에 프리/포스트 오디오 업무를 시작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컸던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기본적인 전기전자공학의 개념이 업무를 진행하는데 도움이 되긴 하지만, 전반적인 믹싱 업무에 관한 내용은 주변 비슷한 업무에 종사하시는 분들을 통해서 배우게 되더라구요(필요시 세미나, 교육을 듣기도 하지만, 음향에 관한 교육은 잘 없더군요).
아, 한가지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은 오디오는 (태생적으로 잘하시는 분도 계시겠지만) 많이 하고 오래 할수록 잘할 수 있는 분야라고 생각해요. 즉, 제가 몸소 체험하고 경험했던 부분들이 큰 지식이 될 수 있다는 거죠. 모르는 부분이나 어려움이 생기는 경우, 이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반드시 기록하고 기억하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리고 이를 주변 사람들과 나누고, 그들의 경험을 듣기도 해요. 돌이켜 보았을 때, 그것만큼 큰 교육은 없더라구요.
요즘은 유튜브에서도 플러그인 매뉴얼이나 음향 신기술을 소개하는 콘텐츠들이 많아서 자주 찾아보기도 하고, KOBA 기술 관련 세미나는 반드시 참석해서 듣는 편이에요.

 

MBC 사운드믹스실
MBC 사운드믹스실

 

믹싱 업무의 보람과 어려움
오디오는 비디오와 다르게 주관적인 관점이 많이 반영되는 분야인 것 같습니다. 하나의 결과물을 가지고 정반대의 평가를 받기도 하죠. 예를 들어, 드라마에서 대사가 잘 들리게 믹싱을 했을 경우, 어떤 사람들은 ‘대사가 잘 들려서 좋았다’라고 평가하는 반면, 어떤 이들은 ‘음악도 작고 효과도 작고 재미없더라’라고 평가하는 경우도 있으니깐요. 모든 사람에게 ‘잘했다’라고 평가받을 수 있는 믹싱을 한다는 것이 참 어려운 것 같습니다. 계측기가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작업은 제 귀에 의존해야 하고 저의 감각에 따라 믹싱이 바뀔 수 있다 보니 10년째 오디오 일을 하고 있지만 여전히 좋은 믹싱이라는 것에는 물음표를 띄우게 됩니다.
또한, 요즘 콘텐츠가 재생되는 플랫폼/기기들이 다양하다 보니 TV가 메인이었던 과거와 달리, 핸드폰, 컴퓨터, 하이파이 스피커 등 재생되는 모든 기기들의 성향을 파악하고 이를 고려하여 믹스해야 한다는 부분도 큰 애로사항이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럼에도, TV에 나오고 있는 오디오를 만들어내고 있다라는 것에는 큰 보람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시청자들이 내가 만든 오디오를 들으며 울고 웃으며, 집중하는 것만큼 파급력 있는 직업이 또 있을까요.

믹싱 작업을 하며 기억에 남는 작품
2021년에 진행했던 넷플릭스 <먹보와 털보> 작업인 것 같습니다. MBC에서 진행한 첫 OTT 작품이기도 하고, 기본 스테레오 포맷이 아닌 5.1CH 오디오 포맷이었기 때문에 저에게는 도전적인 경험이자 기억에 남는 작품으로 기억되네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오디오는 도제식 교육이 많다 보니) 5.1CH 음향 믹싱에 관한 프로세스가 전무한 상황에서 처음부터 하나씩 부딪혀가며 배워야 했고, 영화부터 넷플릭스 5.1CH 콘텐츠까지 수많은 작품을 모니터하면서 어떤 식으로 믹싱하고, 사물을 배치하는지 공부해야 했습니다. (아쉽게도) 지금도 100%로 잘한 믹싱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정말 치열하게 공부하면서 열심히 노력하여 만든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해요.

<먹보와 털보>에서 5.1CH 오디오 제작 후기
스테레오 작업에서 할 수 있는 방향감이 왼쪽에서 오른쪽, 오른쪽에서 왼쪽 이렇게 두 가지(180°)라고 생각한다면 5.1CH에서는 앞에서 뒤로의 개념이 추가되어 360° 표현이 가능하게 되고, 저음대역 강조가 함께 더해집니다. <먹보와 털보>는 회차마다 각기 다른 오토바이로 여행하는 컨셉이었기 때문에, 오토바이 소리가 많이 등장했는데요. 화면에 맞는 오토바이의 방향감 전달과 회차마다 다른 오토바이의 질감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아무래도 현장에서 직접 느껴보지 못했고, 각기 다른 브랜드의 오토바이 소리를 접해본 적도 없어서 효과감독님과 이를 가장 비슷하게 구현하는 것이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또한 화면에 따라서 오토바이가 앞뒤 좌우로 움직이는 방향성을 자연스러우면서도 극적으로 표현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오토바이 서킷에서 계속해서 운전하는 형태가 아니라 예능이기 때문에 대사도 잘 들리게 해야 하고, 음악도 잘 들리게 하면서 동시에 오토바이의 극적인 느낌을 줘야해서 모든 요소를 잘 살리게 하는 것이 참 힘들더라구요. 그래서 PD와 함께 생각한 아이디어가 각 회차가 시작할 때마다 그 회차에서 등장하는 대표 오토바이 소리를 다이내믹하게 표현하는 것이었습니다. 매 회차가 시작할 때마다 오토바이가 청자 주위를 원으로 돌면서 강한 저음으로 표현되고 있는데, 사운드바가 있으신 분들은 이를 생각하며 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출근 후 하루
다들 비슷하실 거 같은데, 출근해서 장비를 켜고 업무를 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합니다. 귀가 좀 피곤하다면 주변을 조용하게 만들어 소음으로부터 차단하기도 하고, 익숙한 모니터 환경을 만들기 위해 (제 기준에) 플랫하게 믹싱된 소스들을 재생하며 (청음적으로) 객관적인 소리의 기준들을 찾기도 합니다. 팀원들이랑 고민이 되는 음향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제가 믹싱한 콘텐츠를 함께 들으며 신랄한 평가를 받기도 합니다. 아무래도 업무가 시작되면 혼자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업무 시작하기 전에 선/후배들과 좋은 에너지를 나누고 좋은 믹싱을 할 수 있는 원동력을 얻고자 합니다.

나만의 취미, 여가활동
정말 아이러니하게도 OTT 콘텐츠 보는 것이 요즘 가장 많이 하는 여가활동인 것 같아요. 아무래도 많은 소리를 듣고 다양한 소리를 듣는 것이 믹싱 엔지니어로서는 큰 도움이 되기 때문에 유명하다고 하는 콘텐츠들을 업무 후에 많이 찾아보는 것 같습니다. 100% 시청자모드로 작품을 볼 수 없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그 와중에도 잘 된 믹싱을 듣다 보면 그 생각마저 안 들고 빠져들게 되더라구요. 무언가 부런운 면도 있구요.
주말에는 조용한 산책을 즐겨하는 편입니다. 귀가 중요한 직업이다 보니, 귀를 보호하기 위해서 자연의 소리를 많이 들으며 편하게 만들어 주려고 노력해요. 믹싱을 하다 보면 큰 소리에 자주 노출되는데, 최소한 쉬는 날만이라도 조용하게 주변을 만들고 자주 걸어 다니면서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중요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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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방송에서 입체 음향 제작 현황
앞에서 소개했던 <먹보와 털보> 같은 5.1CH 콘텐츠, 돌비 애트모스 콘텐츠들이 안타까운 점은 입체 음향으로 제작을 해도 대부분의 TV나 모바일이 스테레오 송출 기반이라 이를 100% 표현해내지 못한다는 점입니다(스테레오 기반 기기에서는 스테레오로 제작된 콘텐츠가 송출됨). 청자는 사운드바나 해당 채널을 지원하는 헤드셋이 있어야 실감 음향을 느낄 수 있는 상황에서 제작비 또한 만만치 않기 때문에, 아무래도 지상파에서 입체 음향 포맷의 콘텐츠를 제작한다는 것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입니다. 초기 UHD 방송 도입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지상파로써 신기술을 도입하고, 올바른 기술을 선도해야 하는 책임감이 있기 때문에 제작에 있어서는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
요즘 오디오를 하겠다고 지원하는 후배들이 없어서 굉장히 아쉽고, 서운한 경우가 많은 것 같습니다. 그만큼 후반 오디오 믹싱의 진입장벽이 높아지기도 했고, 전문적으로 배울 수 있는 프로세스가 없다는 것이 그 이유가 아닐까 싶은데요. 혼자서 일을 하는 업무지만, 만나서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계기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오디오 믹싱이 분명 어렵고 힘든 일이지만 그만큼 성취감도 높고 재밌는 방송 업무라는 것을 함께 나누고 널리 전파했으면 좋겠습니다. 저보다 경력부터 실력까지 뛰어난 분들도 많으실 텐데 인터뷰를 진행하게 되어 좀 쑥스러웠는데, 그래도 같은 일을 하는 분들께 좋은 참고 자료가 되었으면 합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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