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연극하기: 극장 사람들

취미로 연극하기: 극장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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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을 낯선 장르로 느끼는 독자에게 조금 더 가까이 연극을 소개해 보겠노라는 일념하에 이야기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다 문득 ‘연극’을 소개하는 범위를 넘어 ‘공연과 극장’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아무래도 취미로만 접하던 연극의 이론과 역사를 책을 통해 공부하게 되면서, 체계적이라고는 하나 스스로도 느낀 답답함과 부정할 수 없는 지루함(!)을 독자들이 똑같이 경험케 하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강해서라 생각한다. (이미 똑같이 느끼고 있는 독자가 있을지도) 글로 연극 읽기가 지루한 독자들이여, 지금 당장 책을 두고 공연장으로 향하라! 연극은 책 속이 아니라 공연장 안에 있다! 연극은 이론이 우선이 아니라 사람에 의한 행위 예술이다.

공연이 올라가면
한 달 전, 지면을 통해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소개했다. 그 과정에서는 주로 연출자와 연극의 기획자, 희곡에 대한 내용이 주요 부분을 차지했다. 그렇다면 공연이 무대 위에 올라간 후에는 누가 제일 바쁘게 될까.

작품이 완성되고 관객을 만날 준비를 모두 마치게 되면, 이제 안정궤도에 들어서는 일만 남았다. 이 안정궤도에 진입하고 크고 작은 사고 없이 공연 시작부터 종료까지 이끌어가는 사람들, 극장 사람들이다. 극장 사람들은 (이것은 글쓴이 임의로) 나누자면 무대 뒤 사람들 그리고 무대 앞사람들인데, 모두 매회 공연진행에서 꼭 필요한 공연장 인력이다.

사실, 공연을 안정궤도에 올리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하는 의식이 있다. 공연에 투입되는 사람들, 배우, 관계자들 모두 한자리에 모여 무대 위에서 고사를 지낸다. 그간 공연 준비 과정에서 무탈하게 진행된 것에 대한 감사와 공연 종료일까지 관객과 배우, 스태프 등 공연에 관계된 사람들이 건강히 공연을 마무리할 수 있기를 기원하는 자리다. 무대에 차려진 웃는 돼지의 머리가 있는 고사상에 돈 봉투를 돼지 입에 물리고 앞에 두고 멍석 위에 절하는 사람들. 처음 글쓴이가 이 광경을 보았을 때는 당혹스러웠다. 민속촌에나 어울릴 법한 전통 고사상이, 돼지 머리가 떡하니 무대 위에 자리하다니! TV에서도 영화나 드라마 촬영을 앞두고 야외에서 고사를 지내는 것은 몇 번 보았으나, 공연장에서 그것도 무대 위에서의 고사는 상상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신에게 올리는 제사가 발전하여 만들어진 예술, 연극. 이를 위한 의식이 다시 무대 위로 올라가니 왠지 뫼비우스의 띠 같다는 생각도 해본다.

일터의 식구들 이야기로 다시 돌아오자면, 무대 앞사람들로 하우스 매니저(house manager)가 있다. 영화나 드라마 분야에는 없는 독특한 전문인 이들은 하우스, 즉 객석을 관리하고 관객의 편의를 담당하는 총 책임자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공연장 환경에 익숙지 않은 관객의 공연 관람에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이다. 하우스 매니저의 지휘 아래 안내원이 배치되게 되는데, 이들은 관객을 좌석으로 안내하거나 공연장 이용을 도와주는 어셔(usher)다. 관객 가장 가까이에서 공연 관람에 도움을 주는, 관객 최측근 극장 관계자라 할 수 있다. 관객의 티켓을 수표하고 매회 입장객 수를 집계하는 역할도 이들의 몫이다. 하우스 매니저는 안내원과 객석을 모두 관리하게 되는데 눈에 띄지 않는 곳에 가만히 서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알고 보면 평균 무전기 두 개를 소지하며 눈과 귀를 바쁘게 움직이는 다크호스다.

   
▲ [그림 1] 공연장 앞 로비 공간. 극장에 입장하기 전이나 중간에 관객들이 음료나 간단한 식사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낸다. 공연 시작 시간을 잊은 그들에게 입장을 촉구하는 역할도 하우스 매니저와 안내원의 역할이다. (함스부르크 슈타츠오퍼 로비)

누구와 교신을 하는가? 하나는 무대감독이다. 잠시 후에 이야기하겠지만 무대 뒤에서 움직이는 무대감독은 관객 입장이 완료되고 공연의 시작을 지시하는 사람이다. 하우스 매니저는 무전으로 현재 로비에 있는 관객의 수와 매표된 티켓이 얼마큼 주인을 찾아갔는지, 빈 좌석의 위치와 대략의 수를 파악한 뒤 무대감독에게 알려준다. 공연을 정시에 시작하는 것을 목표로. 객석의 문이 닫히고 공연이 시작되면 공연장 안이 어두워져 안전의 문제로, 그리고 다른 관객의 집중과 관람을 위해 늦은 관객의 입장을 최소한으로 하고 있다. 물론 관객입장이 불가한 경우도 다수다. 하지만 교통체증 등의 여파로 많은 관객이 공연장에 도착하지 못했을 때, 또는 입장하는 관객의 줄이 너무 길어 제시간에 관객이 모두 입장할 수 없을 때 공연 시작을 지연시킬 수 있는 능력자가 바로 하우스 매니저이다. 반대의 상황도 마찬가지다. 무대의 준비상태나 배우의 준비상태를 무대감독과 공유하며 공연 시작 시기를 협의한다. 하지만 보통 10분 이상 지연되지 않는 선에서 공연의 시작을 알린다.

공연에 대한 정보도 숙지해야한다. 공연이 시작한 후 몇 분 후에 일부 관객이 입장할 수 있는지, 공연 시간은 몇 분정도 인지, 오늘 출연하는 배우는 누구인지 등이다. 공연장 편의시설의 위치나 객석 위치에 대한 안내는 기본이다. 관객의 불만사항에 대처하는 이도 그들이다. 주요한 불만사항은 몇 가지로 추릴 수 있는데, 글쓴이가 들었던 가장 큰 문제는 미취학아동의 입장이다. 일반적으로 공연장에서는 단체생활을 경험하면서 인내력을 갖고 앉아 공연을 관람할 수 있으며, 소란스럽지 않게 행동하는 예의를 갖추는 기준을 취학여부로 두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한 사전 공지를 확인하지 못한 채 또는 자신의 아이는 다른 아이들보다 성숙하다는 믿음으로 취학 전 어린이를 동반하는 관객이 적지 않다. 그리고 함께 입장할 수 있도록 강요하는 경우 공연장이 소란스러워지는데, 하우스 매니저가 가장 난감한 순간이다. 사람을 많이 대하는 분야인지라 딱, 보면 어린이가 몇 세인지 감이 온다는 그들. 하지만 어린이에게 학교 이름이나 담임교사의 이름을 물으며 사실 확인을 하면서 어린이에게 거짓말을 하도록 하는 것 같다며 괴롭다고 한다. 입장을 저지당한 관객의 분노를 받아내며 정중하게 안내하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하우스 매니저라는 직군에 대한 인지도와 대우가 이제 막 자리 잡은 단계지만 해외 공연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이 직무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크게 인식하고 있다. 평생을 하우스 매니저로 종사하며 공연장과 함께 긴 세월을 보내는 나이 지긋한 노년의 매니저가 많은데 정중하면서도 단호한 하우스의 총 책임자로서 단골 관객과 반가운 눈인사를 나눌 정도로 극장을 속속들이 파악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대 뒤에는 감독이 배우와 무대 사이 책임자 역할을 수행한다. 특히 무대감독의 어깨는 굉장히 무거운데, 배우와 연출부의 의견은 물론 공연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각 파트별 인력의 의견을 수렴하며 공연 진행의 책임을 맡는다. 무대감독과 긴밀히 소통하는 각 파트란 무대기계, 무대조명, 무대음향이다. 장면에 따라 정해진 시간에 약속대로 움직일 것이도록 큐를 주는 사람이다. 기본적으로는 스태프 회의나 테크니컬 리허설(무대전환 리허설)을 통해 연습한 사항이지만 공연장과 배우의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공연에서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다.

   
▲ [그림 2] 무대 뒷편인 백스테이지 공간. 무대 막과 조명장치, 기계장치로 가득 차 있다. (빈 슈타츠오퍼 백스테이지)

무대조명감독과 무대음향감독은 객석과 같은 방향에서 무대를 바라보며 각각의 공간에서 공연 진행사항을 확인한다. 공연장에서 객석 맨 뒤 극장 출입문 근처에서 큰 유리창으로 된 방을 본 적이 있는가. 바로 이곳이 음향실 또는 조명실의 위치다. 공연 내내 이 방을 떠나지 않는 각 파트의 감독은 무전으로 무대감독과 이야기하기 때문에 방음 처리가 된 공간에서 업무를 본다. 무대기계파트 또한 장면 전환에 따른 변화를 주기 위해 무대 뒤편에서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일과를 마치고 하루 동안의 피로를 공연의 감동으로 녹이고자 공연장을 찾는 관객을 위해 극장 사람들은 오후 늦게 일과를 시작한다. 보통 오후 1시부터 공연이 모두 끝날 때까지. ‘오늘도 무사히’ 공연이 종료된 것을 감사하며, 내일의 만원을 꿈꾸며 텅 빈 극장 로비에 불을 끈다.

   
▲ [그림 3] 천정과 벽에 설치된 조명기기. 조명 하나하나에 번호가 있으며 장면에 따라 각각의 위치와 색이 바뀐다.
   
▲ [그림 4] 무대가 보이는 유리 부스안 조명실

 

3월의 연극소개

 

경숙아, 아부지 왔데이!
<경숙이, 경숙아버지>

   
 

6.25 한국전쟁이 일어나자 가족은 나 몰라라 혼자 피난길에 나선 경숙아베!
비록 남편에게 버림받았지만 남편에게 사랑 받는 것이 평생의 소원인 경숙어메!
자신들을 떠난 아베가 세상에서 제일 싫지만 그만큼 아베가 그리운 경숙이!

영화 <수상한 그녀>의 심은경이 경숙이 역을 맡은 KBS 4부작 드라마로도 제작되었으며, 2010년에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공연 후 5년 만에 다시 만나는 연극이라 더욱 반갑다. 처자식 버리고 바람처럼 구름처럼 떠돌다 온 경숙이 아버지. 그런데 데려온 여자가… 새엄마라고? 그 시대에는 지극히 당연했지만 지금은 너무나 기이하게 느껴지는 가족의 인생. 도무지 가장으로서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의 경숙이 아버지이지만 북소리 장단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구슬픈 춤사위가 보이는 듯하다. 추운 겨울이 가고 봄이 오는 3월, 경숙이네 가족은 어떠한 봄을 맞이하게 될까?

2015.3.6.(금) ~ 4.26(일) 수현재씨어터(DCF 대명문화공장 3층), 문의: 02-766-6506
연출: 박근형
출연: 김영필, 고수희, 권지숙, 주인영, 황영희, 강말금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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