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 둘러보기 4 – 콘서트홀

클래식음악 둘러보기 4 – 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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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케스트라의 악기들은 전자기타나 신디사이저처럼 앰플리파이어, 스피커 등 확성장치를 사용하지 않는 바이올린이나 플루트, 트럼펫과 같은 악기들의 집합체이기에 이들의 음악을 적절히 울려줄 콘서트홀이 요구된다. 건물 내부의 구조만으로 오케스트라의 소리를 객석 구석구석 전달해야 하는 콘서트홀은 오케스트라에서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존재다. 오케스트라에서 콘서트홀이란 어떤 존재인지, 그리고 전 세계에는 어떤 훌륭한 콘서트홀이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오케스트라의 집, 콘서트홀
오케스트라의 가장 중요한 활동은 흔히 ‘정기연주회’라고 말하는, 회원들을 주대상으로 하는 음악회이다. 회원들은 한 시즌 동안 열리는 오케스트라의 공연들을 전부 또는 일부를 구매하는 충성도 높은 고객들이다. 이 정기연주회가 열리는 장소가 콘서트홀이다. 물론 오케스트라는 이 정기연주회 외에도 콘서트홀 바깥에서 많은 활동을 펼친다. 지방이나 해외에서 연주를 하기도 하고, 교육활동이나 봉사적 성격의 연주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오케스트라의 가장 본질적인 활동은 이 정기연주회이며, 이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가 오케스트라의 전용 콘서트홀이다.
오케스트라의 음악은 한편으로 앞서 말했듯이 별도의 확성장치를 사용하지 않고, 또한 100명 안팎의 사람들이 많은 악기를 동시에 연주하는 복잡한 음악이다. 따라서 콘서트홀은 두 가지 요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하나는 적절한 잔향을 갖추어 음악을 풍성하게 만들어 전달해야 하고 또 하나는 그 소리가 뭉개지지 않고 분명하게 전달해야 한다는 것이다. 말은 쉽지만 무척 모호하고 주관적인 기준이다. 하지만 이러한 기준들을 통과한 콘서트홀들이 세계 곳곳에 있고, 이들 공연장에서 듣는 오케스트라 음악은 분명히 열악한 음향조건을 갖춘 곳에서 듣는 음악보다 훨씬 큰 만족을 준다. 또한 이 콘서트홀을 주 공연장으로 쓰는 오케스트라는 오랜 시간 동안 이 콘서트홀의 음향에 맞추어 자신들의 연주 스타일을 확립해 왔기 때문에 그 오케스트라의 진정한 사운드는 그 콘서트홀에서 들을 때 알 수 있다고 해야겠다. 과거 유려한 음색으로 ‘필라델피아 사운드’라는 이름이 붙었던 필라델피아 오케스트라의 독특한 소리 역시 그곳 공연장의 부족한 잔향을 보완하기 위한 그들만의 스타일이었다고 한다.
콘서트홀의 음향은 오케스트라가 만들어낸 음악을 돋보이게 할 수도, 반대로 빛바래게 할 수도 있기에 지휘자나 오케스트라는 이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올해 초 런던 심포니의 음악감독으로 선임된 사이먼 래틀은 지난해부터 런던에 좋은 콘서트홀이 없다며 콘서트홀 건립 논의에 불을 지폈다. 영국 정부와 런던 시장까지 나서서 적극적인 추진 검토 의사표명을 한 후에야 래틀은 음악감독직을 수락했다. 런던의 바비컨 센터나 사우스뱅크 센터의 로열 페스티벌 홀은 음향이 다소 건조한 편으로, 공연장의 명성에 한참 못 미친다. 뮌헨의 명문 악단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역시 오랫동안 뮌헨에 콘서트홀을 건립해야 한다고 공개서한을 발표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해왔으나 끝내 그의 뜻은 관철되지 못하고 있다.

콘서트홀의 타입
크게 보아 콘서트홀의 건축 형태는 ‘구두상자(shoebox)’ 모양과 ‘포도밭(vineyard)’ 스타일로 나뉜다. 직육면체 모양의 구두상자 모양 콘서트홀은 한쪽 끝에 무대가 있는 전통적인 형태로, 빈 무지크페어라인이나 암스테르담의 콘세르트헤바우가 대표적이다. 대체로 잔향이 길어서 음향이 풍부하다. 포도밭 모양은 무대를 여러 구역으로 구분된 객석들이 둘러싸고 있는 형태로 베를린 필하모니가 선구적이다. 카라얀의 적극적인 비호 아래 한스 샤로운이 설계한 이 콘서트홀은 이후 새로운 콘서트홀의 흐름을 주도하여 일본의 산토리홀,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최근 파리에서 문을 연 필하모니 드 파리 등의 후속작을 낳고 있다. 현재 개관을 준비 중인 서울 잠실의 롯데 콘서트홀 역시 이 모양새다. 단언하긴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구두상자 모양의 음향이 대체로 더 풍성하고, 포도밭 모양은 무대와 객석 간의 친밀성이 높다는 장점이 있다.

세계의 유명 콘서트홀
빈 무지크페어라인의 대공연장은 다소 단조로운 건물 외관에 비해, 처음 보면 탄성이 나올 만큼 화려한 황금빛의 인테리어를 자랑한다. 프란츠 요제프 황제가 빈 악우협회에 땅을 기부하여 건립된 이 홀은 음향도 황금빛처럼 반짝거린다. 빈 심포니, 톤 퀸스틀러 오케스트라 등 여러 악단이 사용하고 있고, 외국의 오케스트라와 연주자들이 연중 쉴 새 없이 공연을 펼치는 곳이지만, 이곳에 가장 어울리는 주인공은 역시 빈 필하모닉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화려한 사운드를 가진 악단이다.

Musikverein Wien / 출처: wikimedia
Musikverein Wien / 출처: wikimedia

암스테르담 콘세르트헤바우도 빈 무지크페어라인과 크게 보아 비슷하지만 무대가 훨씬 크고 높으며, 세로로 길쭉하지 않은 편이다. 독특하게도 무대 뒤쪽으로 경사진 계단이 있어서 연주자들의 등・퇴장이 이루어지는데, 아마 긴장한 연주자들에게 그 계단은 꽤나 길어 보일 것이다. 이곳의 상주악단인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는 이름대로 이 공연장의 악단이라는 뜻으로 정밀하고도 아름다운 소리로 세계적인 오케스트라의 반열에 올라있다.
유럽에서 이 두 공연장이 빼어난 음향으로 이름이 높다면, 미국의 전통적인 명문 공연장은 보스턴 심포니 홀이 첫손에 꼽힌다. 1900년에 개관한 이 홀은 라이프치히 게반트하우스(2차 대전 중 파괴됨)와 콘세르트헤바우를 모델로 삼았다고 전해지며, 무대의 벽면이 안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좋은 음향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2006년 무대 바닥을 교체하는 공사를 단행하면서 기존의 음향을 그대로 유지하기 위해 나무는 물론이고 못 하나하나까지도 예전 방식 그대로 제작하고 과거 방식으로 시공하는 등 정성을 기울일 정도로 뛰어난 음향을 가지고 있다.
현대의 콘서트홀은 좀 더 과학적인 방법으로 잔향을 예측하고 객석 위치에 따른 음향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노력한 결과물이다. 포도밭 모양의 베를린 필하모니는 완공된 지 50년이 넘었지만 현대에 지어진 가장 훌륭한 콘서트홀로 꼽힌다. 풍성하진 않지만 정확하고 깔끔한 음향이 객석 구석구석 전달되고, 가운데 있는 무대로 시선을 자연스럽게 모을 수 있게 배치된 객석은 친밀감을 높인다. 베를린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소리 역시 화려하다기보다는 개별 악기군의 소리가 정확하게 들리는데, 공연장과 오케스트라 간의 궁합이 낳은 결과물이다.

Berliner Philharmonie / 출처: musictour.edu
Berliner Philharmonie / 출처: musictour.edu

카라얀이 포도밭 모양으로 지으라고 충고했다는 도쿄의 산토리홀 역시 훌륭한 소리로 명성이 높다. 필자는 서울시향의 연주를 2층 우측에서 감상한 적이 있는데, 수없이 들어본 서울시향의 연주였으나 생생한 디테일과 깜짝 놀랄 만한 음량을 느껴본 것은 처음이었다. ‘소리의 보석상자’라는 카라얀의 칭찬이 과찬이 아니었다는 것을 실감했다.
다소 수수한 외양을 지닌 과거의 콘서트홀과 달리 21세기 들어서 콘서트홀은 랜드마크로서 기능하면서 화려한 외관을 뽐내고 있다.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의 설계자로서 세계적인 건축가로 꼽히는 프랭크 게리가 디자인한 로스앤젤레스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요구사항이 다 들어지지 않아서 자신의 이름을 넣는 것을 거부하긴 했지만 역시 세계적인 건축가 장 누벨이 설계한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 등은 도시의 상징처럼 자리 잡아 가는 중이다.

Walt Disney Concert Hall / 출처: wikimedia (c) Carol Highsmith
Walt Disney Concert Hall / 출처: wikimedia (c) Carol Highsmith
Philharmonie de Paris / 출처: (c) William Beaucardet / Philharmonie de Paris
Philharmonie de Paris / 출처: (c) William Beaucardet / Philharmonie de Paris

콘서트홀 건축의 딜레마
유감스럽게도 콘서트홀을 하나 짓는 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이왕이면 스타 건축가가 참여해서 외양도 멋진 건물을 짓는 것이 하나의 트렌드가 되면서 비용은 더욱 커져서 사오천억 원의 공사비는 기본이 되었다. (파리의 필하모니 드 파리는 약 5천억이 소요되었고, 함부르크에서 건축 중인 엘베 필하모니는 1조 원을 예측하고 있다.) 야구장 하나 짓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은 돈이 드는 셈이다. 많아 봐야 1회 공연에 2천5백 명이 관람하는 클래식 음악 콘서트홀과 수만 명이 즐기는 야구장이라는 비교는 가혹하긴 하지만, 비용 대비 활용도가 떨어지는 구석이 있다. 특별한 스폰서를 받지 않는 한 공공재원이 투여된다는 것 역시 부담스럽다.
그렇기에 사실 콘서트홀은 그냥 정기연주회만 하는 공간이어서는 안 된다는 결론이 도출되기도 한다. 정기연주회 외에도 수많은 교육활동과 부대행사가 이곳에서 펼쳐져 사람들이 이곳을 자신의 삶의 일부로 받아들여야 한다. 로열 페스티벌 홀을 품고 있는 런던의 사우스뱅크 센터는 필자가 본 가장 좋은 사례였다. 런던 시민들은 이곳에서 커피를 홀짝거리며 랩탑으로 무언가를 쓰고 책을 읽고 친구와 수다를 떨고, 건물 곳곳에서 항상 열리고 있는 행사나 공연을 즐긴다. 학술강연, 로비에서 열리는 무료공연과 전시, 교육 프로그램이 오케스트라들의 공연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파리의 필하모니가 시내 중심이 아닌 다소 소외된 지역이라고 할 수 있는 19구에 자리 잡고 있는 것 역시 비슷한 이유에서이다.


부다페스트의 명소
겔레르트 언덕

겔레르트 언덕 / 출처: wikimedia
겔레르트 언덕 / 출처: wikimedia

이미 야경의 주요 스팟으로 소개한 적 있지만, 낮에 올라가도 좋은 곳이다. 겔레르트는 헝가리의 이슈트반 왕이 국교를 가톨릭으로 정했을 때 헝가리에 와서 활동한 성직자 제라르드의 헝가리식 이름이다. 그러나 이슈트반 왕이 죽자 가톨릭에 반대했던 이교도들은 그를 이 언덕에서 밀어 떨어뜨려 죽였다고 전해진다. 1848년 헝가리가 합스부르크 왕가에 대항하자 이후 이곳에는 시내 조망을 위해 요새가 건설되었고, 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과 독일군이 맞붙어 소련이 이기자 소련은 이곳에 헝가리를 해방시켰다는 의미에서 동상을 세웠다. 1956년 소련에 저항한 헝가리 봉기 때에도 이곳은 격전지였다. 요새의 수많은 총알과 포탄 자국들은 이런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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