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음악 둘러보기 5 – 음악 콩쿠르, 끝이 아닌 시작

클래식음악 둘러보기 5 – 음악 콩쿠르, 끝이 아닌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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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섭 음악칼럼니스트/주헝가리 한국문화원 공연기획팀장

최근 21세의 젊은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쇼팽 국제 피아노 콩쿠르에서 우승하며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종합일간지의 1면 톱기사로 그의 우승이 다뤄지고 내년 2월에 있을 콘서트는 티켓을 팔자마자 매진, 새로 발매된 그의 음반은 아침부터 줄을 서서 사람들이 사갈 정도다. 세계의 유명 콩쿠르는 어떤 것이 있고, 그것은 연주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알아보도록 하자.

콩쿠르와 스포츠 경기대회
콩쿠르는 프랑스어로 경쟁이나 시합을 의미하는 ‘concours’라는 단어에서 온 외래어다. 함께 모여 경쟁하여 순위를 가린다는 점에서 체육경기나 다를 바가 없다. 문제는 100m 달리기나 축구, 야구처럼 예술이나 음악이 쉽게 승부를 결정지을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실제로 경험 많은 심사위원들끼리 전혀 다른 의견을 보여준 이들도 많다. 그럼에도 음악인을 위한 콩쿠르는 활발히 열리고 있는데, 스포츠 경기와는 달리 연령 제한이 있다. 대개 10대 후반부터 30대 초반까지를 대상으로 하는데 이는 콩쿠르가 아직 젊은 연주자들에게 유명해질 (따라서 더 많은 무대에 설) 기회를 준다는 의미가 강하다는 뜻이다. 콩쿠르의 가장 큰 의미가 여기에 있다. 이번에 우승한 조성진은 연주 섭외가 쇄도하여 벌써 내년에 60회의 공연이 잡혔다고 한다. 다시 말하면 콩쿠르는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뜻이다. 곧, 스포츠는 경기에서의 우승이 목적이지만 음악 콩쿠르는 우승이 목적이 아니고 본격적인 음악가가 되기 위한 발판이자 수단을 얻는 것에 불과하다.

[사진 1] 조성진
[사진 1] 조성진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
콩쿠르의 역사에 대해선 정확히 알려진 바가 없으나 현재 존재하는 콩쿠르는 모두 20세기 초반 이후에 창설된 것이다. 아마도 이 시기에 본격적으로 전문 음악인을 양성하는 시스템과 이를 소비하는 시장(공연과 음반 판매),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는 교통수단의 발달 등이 확립되기 시작했기 때문일 것이다.
콩쿠르는 특정 악기를 위한 콩쿠르와 여러 부문을 아우르는 콩쿠르로 나눌 수 있다. 종합 콩쿠르 중 가장 권위 있는 대회는 러시아의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와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다. 무엇이 콩쿠르의 ‘권위’를 보장해주느냐고 묻는다면, 그것은 우승상금의 규모보다는 ‘역사’이고, 이는 그동안의 우승자나 입상자들이 콩쿠르 이후에 얼마나 훌륭한 음악가가 되었느냐로 증명된다.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는 벨기에 출신의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작곡가인 외젠 이자이의 유지를 받들어 시작되었다. 1937년 바이올린 콩쿠르로 시작하여 점점 규모가 커졌는데, 첫해의 우승자는 다비드 오이스트라흐였다. 이후 레오니드 코간, 바딤 레핀, 니콜라이 즈나이더 등이 우승하였으며, 1976년 강동석, 1985년 배익환 등이 입상하였는데 올해 임지영이 우승하여 모두를 놀라게 했다. 피아노 부문에선 에밀 길렐스, 레온 플라이셔, 블라디미르 아쉬케나지 등의 우승자가 나왔고, 백혜선, 김태형 등이 입상하였다. 나중에 시작된 성악 부문에서는 2011년 홍혜란, 2014년 황수미가 우승한 것도 특기할 만하다. 현재는 매년 열리되, 바이올린, 피아노, 첼로, 성악 부문이 번갈아가면서 열린다.

[사진 2] 밴 클라이번
[사진 2] 밴 클라이번

4년마다 한 번씩 열리는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가장 유명한 부문은 피아노 부문이다. 첫해인 1958년 피아노 부문에서 미국인 밴 클라이번이 우승하여 파란을 일으키며 미국의 영웅이 되었지만 이후로는 대부분 소련(러시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아쉬케나지, 그리고리 소콜로프, 보리스 베레좁스키, 다닐 트리포노프 등이 그들이며, 정명훈이 2위, 손열음과 조성진이 2011년 2위와 3위를 차지한 바 있다. 바이올린 부문도 기돈 크레머, 빅토리아 뮬로바, 스와나이 아키코 등의 우승자를 배출했고, 첼로 부문에선 다비드 게링가스, 보리스 페르가멘시코프, 나레크 하크나자리안 등이 우승하였다.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ARD 콩쿠르는 매년 여러 악기(부문)를 번갈아가며 개최하며, 특히 위 두 콩쿠르에서는 다루지 않는 목금관 악기나 타악기, 현악사중주 부문 등이 있다는 점에서 독특하다. 오보에 하인츠 홀리거, 트럼펫 모리스 앙드레, 성악의 제시 노먼, 비올라 유리 바슈메트, 현악사중주의 에벤 쿼르텟 등 기라성 같은 우승자들이 홈페이지 화면을 장식하고 있다.
종합 콩쿠르라고 하긴 좀 부족하지만 프랑스의 롱 티보 콩쿠르는 피아니스트 마르게리트 롱과 바이올리니스트 자크 티보가 1943년 창설한 콩쿠르로 두 부문만 개최하다가 2011년 성악가 레진 크레스팽의 이름을 더해 롱 티보 크레스팽 콩쿠르로 개명하고 세 부문을 개최하고 있다. 1940년대 피아노 부문의 우승자는 상송 프랑수아와 알도 치콜리니였다. 2008년 유학을 다녀오지 않은 신현수가 바이올린 부문에서 우승하여 유명해졌다. 그 밖에도 아르투로 베네데티 미켈란젤리가 1939년 우승을 차지했던 제네바 콩쿠르 등도 있으며, 우리나라의 서울 콩쿠르, 윤이상 콩쿠르도 매년 부문을 바꿔가며 개최되는 콩쿠르다.

피아노 콩쿠르
단일 악기 콩쿠르로는 피아노 콩쿠르와 바이올린 콩쿠르가 가장 많다. 피아노 콩쿠르로는 단연 쇼팽 콩쿠르가 압도적이다. 5년에 한 번 열린다는 희소성, 쇼팽 음악으로만 처음부터 끝까지 겨뤄야 한다는 규정, 그리고 마우리치오 폴리니, 마르타 아르헤리치, 크리스티안 지메르만 등 화려한 우승자들이 이 콩쿠르의 권위를 보장한다. 조성진 이전엔 임동민, 임동혁 형제가 나란히 3위에 공동 입상한 게 2005년이었다.

[사진 3] 김선욱
[사진 3] 김선욱

영국에서 열리는 리즈 콩쿠르도 유명하다. 라두 루푸와 머레이 페라이어를 배출한 콩쿠르로 2006년 김선욱이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결선에서 연주하며 우승하였으며, 이때 반주를 맡았던 지휘자 마크 엘더와 할레 오케스트라는 아직도 김선욱과 인연을 맺고 있다. 이탈리아의 비르투오소 페루치오 부조니의 사후 25주년에 창설된 부조니 콩쿠르는 ‘우승자 없음’이라는 결과가 자주 나오는 콩쿠르다. 외르크 데무스, 마르타 아르헤리치, 개릭 올슨, 루이 로르티, 릴랴 질버스타인 등이 우승하였고 올해 문지영이 우승하였는데 이 역시 중요한 성과가 분명하다.
제1회 차이콥스키 콩쿠르에서 우승한 미국인 피아니스트 밴 클라이번의 이름을 딴 콩쿠르는 그의 고향 미국 텍사스에서 1962년부터 열리고 있다. 4년마다 열리는 이 콩쿠르는 라두 루푸, 올가 케른 등이 우승하였고, 2009년 손열음이 일본의 노부유키 쓰지, 중국의 장하오천의 공동 우승에 이어 2위에 입상, 최근 클래식 음악계의 아시아 파워를 입증하였다.

바이올린 콩쿠르
바이올린 콩쿠르 역시 유명한 바이올리니스트나 작곡가의 이름을 딴 게 많다. 폴란드의 비에냐프스키 콩쿠르는 1935년 시작한 유서 깊은 콩쿠르로 다비드 오이스트라흐가 16세의 지네트 느뵈에게 우승을 내준 콩쿠르이기도 하다. 2011년 한국의 윤소영이 우승하였다. 이탈리아의 파가니니 콩쿠르는 1956년 시작하여 살바토레 아카르도, 기돈 크레머, 유진 포도어, 레오니다스 카바코스 등을 배출하였고, 양성식, 이유라, 김다미 등이 입상한 데에 이어 올해엔 양인모가 우승을 차지하였다. 예선부터 결선까지 파가니니의 주요 작품들을 반드시 연주해야만 하며, 우승자에겐 파가니니가 사용하던 바이올린으로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사진 4] 지네트 느뵈
[사진 4] 지네트 느뵈

핀란드에서 열리는 시벨리우스 콩쿠르는 5년마다 개최되는데, 짐작하듯이 결선곡인 협주곡 두 곡 중 하나는 반드시 시벨리우스 협주곡이어야 한다. 실제로 우승자들은 유명한 시벨리우스 해석자들로, 올레그 카간, 빅토리아 뮬로바, 세르게이 하차트리얀 등이 우승하였다. 그밖에 미국에서 열리는 인디애너폴리스 콩쿠르에선 2010년 클라라 주미 강이, 2014년 조진주가 우승하였다. 한편 이차크 펄만, 핀커스 주커만, 정경화 외에 한동일, 밴 클라이번 등이 우승한 레벤트리트 콩쿠르는 피아노와 바이올린 부문이 있는 콩쿠르로 각광을 받았지만 현재는 명맥이 끊어진 상태다.
파블로 카잘스 콩쿠르, 가스파르 카사도 콩쿠르 등 첼로 콩쿠르도 있으며, 목금관 악기나 현악사중주만을 전문으로 하는 콩쿠르도 당연히 있다. 물론, 지휘 콩쿠르도 있다. 브장송 콩쿠르는 오자와 세이지, 즈데넥 마칼, 요엘 레비, 리오넬 브랭기에 등을 배출한 명문 지휘 콩쿠르다. 밤베르크 심포니가 주최하는 구스타프 말러 콩쿠르에서는 1회에 구스타보 두다멜이 우승하고, 2회에선 성시연이 1위 없는 2위에 입상하였다. 런던 심포니는 도나텔라 플릭 콩쿠르에 관여하고 있고, 말코 콩쿠르는 덴마크 방송교향악단 주최로 열리고 있다. 참고로, 세계 국제 음악 콩쿠르 연맹(WFIMC)에는 110여개 국제 콩쿠르가 소속되어 있어서 홈페이지에서 각종 정보를 제공받을 수 있다.

끝이 아닌 시작
예술에 등수를 매기다 보니 심사를 둘러싼 잡음이 끊이질 않는 곳이 콩쿠르다. 1980년 쇼팽 콩쿠르에서 심사위원 마르타 아르헤리치는 이보 포고렐리치가 탈락하자 이에 항의하며 심사위원을 사퇴했다. 임동혁은 퀸 엘리자베스 콩쿠르에서 ‘3위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수상을 거부했다. 이번 쇼팽 콩쿠르에서도 한 심사위원은 조성진에게 10점 만점에 1점을 주었는데 점수표가 공개되어 각종 의혹에 휩싸이기도 했다. 그러나 그런 심사가 심사위원의 예술적 판단에 따른 것이라면 존중해야 하는 게 당연하다.

[사진 5] 이보 포고렐리치 (c)Susesch Bayat & DG
[사진 5] 이보 포고렐리치 (c)Susesch Bayat & DG

물론 콩쿠르를 거치지 않고 세계적인 아티스트로 우뚝 서는 일도 가능하다. 러시아의 예브게니 키신, 중국의 랑랑 등이 대표적이다. 신동으로 이미 어릴 적부터 평가받아 여러 무대에 서면서 자연스럽게 일류 연주자가 된 경우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히 우리나라처럼 음악 시장이 작고 세계무대에 영향력을 끼치기 어려운 경우엔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것이 좀 더 쉽게 좋은 직업연주자의 길로 접어드는 지름길일 수밖에 없다.
앞서 계속 언급했듯이 최근 몇 년간 한국 젊은 음악가들이 세계 콩쿠르에서 보여준 성적은 놀라울 정도다. 하지만 콩쿠르에서 좋은 성적을 보여준다고 좋은 음악가가 되는 것은 아니다. 유명 콩쿠르에서 한 번도 우승하지 못했던 언드라시 시프는 지금 가장 존경받는 피아니스트 중 한 명이 되어있는 반면, 우승하고서도 우리의 뇌리에 남아있지 않는 이들은 부지기수다. 중요한 것은 콩쿠르 이후이다.


헝가리의 와인과 주류

[사진 7] 토카이 와인산지
[사진 7] 토카이 와인산지

헝가리는 세계 10위권의 와인 생산지이다. 루이 14세가 ‘와인의 왕, 왕을 위한 와인’이라고 불렀다는 토카이 어수 와인이 가장 유명하지만, 이밖에도 발라톤 호수 주변, 헝가리 남부와 동북부에서 생산된다. 에게르의 비커비르(황소의 피라는 뜻으로 여러 품종을 섞어 만든다), 빌라니와 섹사르드 등도 유명한 산지다. 다른 나라 와인에 비해 가격 대비 만족도가 높다. 그밖에 팔린커는 과실증류주로 도수가 40도를 상회하는 헝가리 전통주이며, 허브로 만든 우니쿰은 황제 요제프 2세의 소화불량을 낫게 했다는 일화를 가진 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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