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미디어 동향 : 움직이는 방송 시청자

해외미디어 동향 : 움직이는 방송 시청자

소위 “본방사수”라는 표현이 있을 만큼, 방송 날짜와 시간에 맞추어 TV 앞에 앉아 좋아하는 프로그램을 즐기는 것은 방송 시청의 전형적인 모습으로 간주되어 왔다. 하지만, 인터넷 기반 동영상 서비스의 활성화는 필연적으로 실시간 방송 시청률의 감소로 귀결되고, 그에 따른 방송의 위기가 늘 함께 거론된다. TV를 떠나는 시청자들이 어디로 가고 있는가. 방송사는 그 시청자를 붙잡기 위해 고군분투하거나 혹은 TV 밖으로 나와 시청자를 좇고 있다. 방송영상 이용자 관련 최근 뉴스들은 이러한 현상을 재확인시켜준다.

감소하는 지상파 방송 시청률과 편성 전략
지난 8월 미국 지상파 시청률 자료는 방송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준다. 프라임타임 시청률 기준으로 CBS, NBC, FOX, ABC 모두 전년대비 감소를 보였다. 종일 시청률 평균 역시 NBC, FOX, ABC 모두 감소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물론 다소간의 반전은 존재한다. CBS는 미국 지상파 방송사들 가운데 종일 시청률과 프라임타임 시청률 모두에서 각각 2.34, 3.33%로 수위를 차지했다. 종일 시청률은 전년 대비 4.5% 성장, 프라임타임 시청률은 3.8% 감소한 수치이다. 물론 8월 기준이라는 매우 특수한 짧은 기간에 한정된 것이지만, CBS의 시청률 상승 원동력은 스포츠 독점 중계와 기존 인기시리즈의 지속적 편성에 있었다. PGA 챔피언십 중계, NFL 풋볼 중계(Thursday Night Football), 17번째 시즌을 맞는 <Big Brother> 등이 그 주요 핵심이다. CBS가 5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The CW의 시청률 향상도 두드러진 여름이었다. 물론 아직 미국내 지상파 네트워크 가운데에서는 상대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이기는 하지만, 그 성장률에 있어서 종일시청률이 전년 대비 15.6%, 프라임타임은 22.9% 성장이라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두었다. 그 주요 수단은 기본적으로 기존 인기 프로그램의 새로운 에피소드들이었다. 지난 시즌 2에서 인기를 모았던 <Penn & Teller: Fool Us>, 코미디/버라이어티 쇼 <Whose Line Is It Anyway?>의 새로운 에피소드들이 시청률 상승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표 1] 미국 지상파 네트워크 시청률 동향(2015년 8월) /출처: SNL Kagan(2015. 9. 30.)
[표 1] 미국 지상파 네트워크 시청률 동향(2015년 8월) /출처: SNL Kagan(2015. 9. 30.)

유료방송 이용의 감소 및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이용의 증가 ABC의 경우, 각각 종일 기준 9.3%, 프라임타임 기준 13.3%의 가장 큰 폭의 감소세를 보였다. 작년 시청률을 견인했던 NCAA 풋볼 게임이 올해 공식적으로 시작하지 않은 이유가 크다. 스포츠 중계와 인기 시리즈물은 미국 지상파 방송 시청률의 핵심이다.
최근 몇 년간 동일한 프로그램 시리즈들이 수위를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2015-16 새로운 시즌에 들어간 각 지상파 방송사는 기존 시청습관에 기대어 새로운 콘텐츠를 접하도록 하는 편성전략을 주요한 특징으로 보여주고 있다. 인기 프로그램으로 후속 프로그램 시청률을 견인하는 “lead-in” 편성은 여전히 방송 사업자에게 주요하고도 유효한 전략인 셈이다.
아직 시즌 초반인 관계로 새로운 시리즈들이 큰 반응을 얻고 있지 못한 상황 속에서, NBC의 <The Voice>, CBS <The Big Bang Theory>, Fox의 <Empire>가 비교적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NBC의 <The Voice>는 새 드라마 시리즈 <The Blindspot>를 이끌고, CBS의 새로운 라인업 <Life in Pieces>는 <The Big Bang Theory>에 이어 편성되었다. ABC의 목요일 밤은 “ShondaLand”표 드라마가 책임지고 있다. Shonda Rhimes이 제작한 트로이카 – <Grey’s Anatomy>, <Scandal>, <How to Get Away with Murder>가 연이어 편성된 것이다. 리드인 효과가 잘 나타나지 않는 경우도 많다. ABC의 FBI 스릴러 시리즈 <Quantico>는 나름의 수용자층을 형성하고 있는 좋은 프로그램이지만 <Blood and Oil>에 대한 유인 효과가 강하게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평가이다.
여전히 전통적인 TV 시청방식을 통해 1천7백만 명이 <NCIS>를 보고 1천6백만 명이 <Big Bang>을 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프로그램은 점점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점점 실시간 TV를 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NBC
NBC <The Voice>
CBS
CBS < The Big Bang Theory>

방송사들이 가지는 난감함은 감소하는 시청률 속에서 방송 콘텐츠를 본 사람은 더욱 늘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새로운 프로그램이 어떠한 형태로든 자신의 시청자 집단을 구축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FOX가 새롭게 시작한 <Scream Queens>는 엄청난 홍보와 프로모션을 수행한 기대작이다. 하지만 기대만큼 실시간 시청률이 나오지 않고 오히려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런데 트위터나 소셜미디어에서의 반응은 매우 열광적이다. 실시간 시청률은 제대로 나오고 있지 않지만 시청자들이 전통적인 선형적 스케줄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시간에 맞춘 시청을 하고 있는 경우, 이것을 새로운 성공작으로 보아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방송사의 대응 전략이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타임시프팅 혹은 멀티플랫폼 시청이 가지는 주요한 장점은 방송사에 이용자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다는 데 있다. 이용자 데이터는 해당 프로그램의 운명을 결정하는 의사결정에 중요한 판단근거가 될 수 있다. 실시간 방송으로 보는 비율이 낮은 프로그램과 라이브로 보는 비율이 높은 프로그램에 대한 정보를 파악해서 해당 콘텐츠 특성에 맞는 플랫폼 전략을 구사하는 것은 또 다른 차원의 “편성”전략이 되고 있다.

[그림 1] 미국 유료방송가입자 현황 및 추이 예측(2014-2019) / 출처: SNL Kagan(2015. 9). State of Online Video Delivery.
[그림 1] 미국 유료방송가입자 현황 및 추이 예측(2014-2019) / 출처: SNL Kagan(2015. 9). State of Online Video Delivery.
[그림 2] 미국 브로드밴드-온리 가입자 현황 / 출처: SNL Kagan(2015. 9). State of Online Video Delivery.
[그림 2] 미국 브로드밴드-온리 가입자 현황 / 출처: SNL Kagan(2015. 9). State of Online Video Delivery.

유료방송 이용의 감소 및 인터넷 기반의 동영상 이용의 증가
유료방송을 해지하는 ‘Cord-cutting’, TV 없이 방송영상콘텐츠를 소비하는 ‘Zero TV’의 용어들이 바로 온라인 기반 동영상(특히 OTT)이 방송시장에 가져온 변화를 가장 단적으로 표현해준다. 미국의 경우, 지난 1사분기 기준으로 유료방송가입자가 약 1억 명의 수치를 보였다. 그나마 05.%로 감소세가 이전에 비해 주춤한 상황이긴 하지만, [그림1]에 나타나는 것과 같이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반면에 같은 기간, 브로드밴드-온리 가입자는 전년 대비 14.1%로 급격히 증가했다. 그 증가세는 [그림2]에서 확인할 수 있듯 최근 1년새 더욱 가파라지고 있다.
물론 미국에서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대표 주자는 주지하듯 넷플릭스를 중심으로 한 OTT 서비스이다. 시장조사회사 <FBR Capital market>의 보고에 따르면 미국 13~49세 시청자층에서는 넷플릭스가 이미 4대 지상파 방송사인 ABC, NBC, CBS, Fox의 시청률을 넘어선 것으로 제시하고 있다. 미국 전체 가구 중 52%가 넷플릭스와 아마존 프라임, 훌루 플러스와 같은 OTT 서비스에 가입한 상태이며,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고 OTT 서비스만 이용하는 가구비율도 약 7%, 840만 가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고흥석, 2015).
이러한 상황 속에서 미국의 주요 방송사들이 넷플릭스를 통한 콘텐츠 유통을 축소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STRABASE, 2015. 10. 2). 방송사의 전통적 수익원은 유료방송사업자가 지불하는 프로그램 사용료와 TV 광고 수익이었고, 여기에 덧붙여 넷플릭스 등 새로운 신규 플랫폼 사업자를 통한 디지털 저작권료 매출원이 주요 수익으로 부각되고 있는 시점이다. 그러나 넷플릭스의 급격한 성장은 유료방송 가입자의 코드커팅으로 기존 방송 이용자가 대거 이탈하는 결과를 가져왔고, VOD를 통한 방송 콘텐츠 이용 확대는 실시간 본방송 시청 감소로 이어져 이는 결국 프로그램 사용료와 광고 수익 감소로 연결되고 있다는 것이 방송사들의 판단이다.
이러한 자기잠식효과를 완화하기 위해 방송사들이 자체적인 OTT 서비스 제공에 나서고 있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귀결이다. HBO는 자체 OTT 서비스(HBO NOW) 제공을 확대함으로써 성공을 거두고 있는 대표 사례이다. 이 서비스는 유료방송 가입자 유지(lock-in)을 위한 서비스(HBO GO)를 넘어 적극적으로 유료방송 가입자 이외의 일반 가입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FOX, NBC, ABC 등 지상파 계열 방송사업자가 주도하고 있는 훌루의 경우도 넷플릭스보다 훌루를 통해 보다 많은 콘텐츠를 유통하는 전략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젊은 세대의 방송영상 콘텐츠 이용 : 밀레니얼 세대에서 Z세대로
인터넷 기반 방송영상 콘텐츠 이용은 세대간에 두드러진 차이를 보인다. 미국인들이 1주일에 평균 20시간을 TV를 보는 것으로 알려진데 반해(2014년 미국 노동통계청 자료), SNL Kagan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밀레니얼 세대는 53%가 지난 한 주 동안 TV를 보지 않았거나 10시간 미만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응답자의 3/4은 VOD의 형태로 시청했다고 답했다(SNL Kagan, 2015. 10. 20).
밀레니얼 세대의 뒤를 잇는 ‘Z세대’는 이러한 흐름을 모바일 중심으로 더욱 가속화시킬 것으로 전망된다. 90년대 이후 출생 세대로 X세대의 자녀들인 이들은 ‘모바일 네이티브’라고 할 수 있다. 이 세대에서 모바일은 단지 이동을 위해 이용하는 매체가 아니라,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매체이다. 이들을 중심으로 모바일은 이동성보다도 개인성이 가장 중요한 매체로 진화해가고 있다. 모바일을 중심으로 한 실시간 스트리밍 동영상 서비스 이용자들은 높은 몰입도, 즉각적인 반응, 능동적 동참을 그 주요한 특징으로 한다. 기존의 웰-메이드 방송영상 콘텐츠 외에 MCN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개인 창작 콘텐츠 생태계가 주요하게 부상하고 있는 것은 Z세대에 힘입은 바 크다.

***
방송 시청자들은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그들의 움직임은 어느 한쪽으로만 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부유(浮游)하고 있다는 표현이 적확할지 모르겠다. 파편화(fragmentation)된 형태로 다양한 관심과 이해를 좇는 시청자를 잡기 위해 방송도 움직인다. 어떻게 움직여야 보다 많은 시청자를 얻을 수 있을지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지난 8월호에 BBC가 박탈 테스트(deprivation test)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소개한 바 있다. BBC는 사람들이 BBC를 이용하지 못할 때 어떠한 변화들이 생기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전국에 걸친 70가구를 대상으로 이러한 실험을 실시했다. 실험 참가자 그룹 중 22가구는 수신료 납부가 적정하며 더 인상된다 해도 기꺼이 납부하겠다고 생각하는 집단, 24가구는 수신료가 비싸므로 인하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집단, 나머지 24가구는 BBC를 보고 싶지 않으며 수신료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가진 그룹이었다. 총 9일 동안 BBC 웹사이트의 접속이 차단되었고 앱은 제거되었으며, TV 채널과 라디오 주파수 역시 블락된 채 생활했다. 실험이 종료된 후, 결과는 어땠을까? 수신료를 거부하거나 인하되기를 바랬던 48가구 중 33가구가 마음을 바꾸어 BBC 수신료를 기꺼이 내겠다고 응답했으며, 원래 수신료 납부에 거부감이 없던 22가구 중 21 가구는 여전히 수신료에 찬성했고, 이들 중 15가구는 이전보다 그러한 마음이 더욱 확고해졌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좋은 콘텐츠, 좋은 서비스는 시청자의 마음을 움직인다. 움직이는 시청자를 어떻게 잡을 것인지 그 고민에 대한 해답은 바로 이 지점에서 출발해야 할 것이다.

참고문헌
DigitalTVEurope.net(2015. 8. 26.). License fee opponents change views in BBC deprivation test.
SNL Kagan(2015. 10. 20.) American millennials use VOD more than European millennials.
SNL Kagan(2015. 10. 10.). Early-season broadcast returns shaped by time-shifted viewing, lead-ins.
SNL Kagan(2015. 9. 30.). CBS tops all broadcasters in August ratings.
STRABASE(2015. 10. 02). 미 방송사 진영, Netflix의 주요 수익 잠식 가능성에 촉각…콘텐츠 유통 축소로 Netflix 견제 조짐.
고흥석(2015). IPTV 방송산업 현황과 전망. 정보통신방송정책, 제27권 1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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