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디어 동향 – 미디어계, ‘가상’의 ‘현실화’ VR

해외 미디어 동향 – 미디어계, ‘가상’의 ‘현실화’ VR

뉴욕타임스(New York Times) 주말판 구독자는 지난달 7일 자 신문과 함께 무료 증정품을 받았다. ‘NYT VR’이라는 무료 스마트폰 앱을 다운 받은 후, 조립 순서대로 접어 스마트폰에 끼워 앱을 통해 제공되는 VR(Virtual Reality, 가상현실) 화면을 볼 수 있는 구글 VR 헤드셋 ‘카드보드(Cardboard)’다. 뉴욕타임스의 이번 서비스는 VR이 일반 미디어 이용자들에게 한층 더 가깝게 다가가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림 1] 뉴욕타임스 NYT VR 카드보드 / 출처 : mobilemarketingmagazine.com
[그림 1] 뉴욕타임스 NYT VR 카드보드
/ 출처 : mobilemarketingmagazine.com


미디어 기업의 VR 투자 러시
최근 미디어 업계에 AR(Augmented Reality, 증강현실) 및 VR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컨설팅업체 Digi-Capital에 따르면, AR/VR 시장은 2020년에 1,500억 달러 규모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미디어의 상호작용성을 극대화한 ‘가상현실’은 1950~60년대에도 이미 가상현실 영화관이나 HMD(Head Mount Display)가 존재했을 정도로 그리 새로운 개념은 아니지만, 스마트폰 시대가 무르익은 오늘날, 다양한 IT/미디어 사업자들의 AR/VR 투자가 러시를 이루면서 그야말로 ‘가상’이 ‘현실화’되고 있는 양상이다.

2010년 퀄컴(Qualcomm)이 오스트리아 AR 회사인 이미지네이션(Imagination)을 인수하여 관련 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 조짐을 보인 AR/VR 시대의 도래는 2014년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인 페이스북(Facebook)이 오큘러스(Oculus) VR을 2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급속한 변환점을 맞았다. 연이어 구글의 매직리프(Magic Leap) 투자, 애플의 AR 스타트업 메타이오(Metaio) 인수, 인텔의 레콘(Recon)인수, 삼성의 포브(FOVE) 인수 등 가상/증강현실과 관련된 인수 및 투자는 마치 경쟁과도 같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모바일 생태계에서 구글과 애플에 크게 뒤처진 마이크로소프트가 1억5천만 달러를 투자하여 AR 특허를 구매하고 VR/AR 헤드셋 홀로렌즈(HoloLens)를 개발하여 내년에 개발용 버전을 출시할 예정으로 알려지고 있고, 삼성 기어(Gear) VR 헤드셋의 11월 출시 예정, 대만 PC 제조사 에이서스(Asus)의 증강현실 헤드셋 출시 예정, 중국 텐센트(Tencent)의 가상현실 게임기 미니스테이션(miniStation) 공개를 통한 본격적인 VR 시장 진출 선언 등, 새롭게 형성 중인 VR/AR이라는 잠재력 있는 거대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다양한 IT 기반 사업자의 사활을 건 투자가 계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미디어·콘텐츠사업자들 역시 ‘VR 이니셔티브’를 선언하며 관련 움직임이 활발하다. 버라이즌(Verizon Communications)은 ‘Area 51’이라는 조직을 분사시켜 VR을 중심으로 한 차세대 테크놀로지 개발을 전담하게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월트 디즈니(Walt Disney)는 VR 스타트업 전트(Jaunt)에 6천5백만 달러를 투자했고, 디스커버리(Discovery)는 가상현실 콘텐츠를 전문적으로 제공하는 플랫폼을 런칭했다. 헐리우드에는 VR 콘텐츠 관련 스타트업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있고, 20세기 폭스사(20th Century Fox)나 라이언게이트(LionGate)와 같은 기존 제작사들 역시 VR 부서를 갖추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컴캐스트(Comcast)와 타임워너(TimeWarner)도 VR 전문 콘텐츠업체 넥스트VR(NextVR)에 3천만 달러를 투자했다.

다양한 VR 콘텐츠 실험
VR의 핵심 장르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분야는 뭐니뭐니해도 게임이다. 다양한 VR 헤드셋 출시가 예고되어 있지만, 소니(Sony)의 ‘플레이스테이션(PlayStation) VR’의 가능성이 가장 큰 것으로 점쳐지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IHS는 플레이스테이션 4가 2016년 상반기 전 세계 시장에 3,700만대 이상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면서, 이와 연동되는 플레이스테이션 VR의 경쟁력이 가장 높을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한 바 있다(Strabase, 2015. 11. 03).

[그림 2] PlayStation의 Summer lesson VR 콘텐츠 / 출처 : www.roadtovr.com
[그림 2] PlayStation의 Summer lesson VR 콘텐츠 / 출처 : www.roadtovr.com

하지만 게임 이외에 다양한 분야에서도 가상현실 콘텐츠 실험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뉴스 저널리즘 및 다큐멘터리 분야이다. 2015년 5월 방영된 서아프리카의 에볼라 바이러스 사태를 다룬 PBS의 프론트라인(Frontline) <Ebola Outbreak: Virtual Journey>은 지난 9월, 11분짜리 최초의 VR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져 유튜브를 통해 제공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뉴욕타임즈는 <The Displaced>라는 제목의 VR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 전쟁으로 고향을 잃고 떠도는 아프리카와 중동의 세 명의 어린이 난민 이야기를 11분 8초에 담았다. 이 밖에 비행기로 음식물을 투하하여 식량을 제공할 수밖에 없는 남수단의 상황을 보여주는 <The Food Drop>, 얼마 전 파리 테러사건의 추모 영상을 담은 <Vigils in Paris>, 뉴욕의 모습을 담은 <Walking New York> 등 현재 총 6개의 VR 영상이 NYT VR 앱을 통해 제공되고 있다. VR 영상을 들여다보면 이용자가 마치 뉴스 현장에 있는 느낌을 준다. 카드보드(혹은 스마트폰)를 손에 든 채 몸을 돌리면 영상도 360도 회전한다. 비행기를 보기 위해 카드보드를 위로 올리면 뉴스 속의 하늘이 영상에 잡히고 아래로 향하면 땅이 보인다.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길의 한복판에서 뉴욕의 거리가 한 눈으로 들어온다. 마치 현장의 그곳에 있는 것과 같은 현실감과 입체감이 제공되는 것이다. 카드보드가 없더라도 별도의 장비 없이 스마트폰 화면을 볼 수 있는 선택모드도 제공한다.

[그림 3] 월스트리트 저널의 VR 콘텐츠 영상(Behind the Scenes With a Ballerina at Lincoln Center) / 출처 : wsj.com/articles
[그림 3] 월스트리트 저널의 VR 콘텐츠 영상(Behind the Scenes With a Ballerina at Lincoln Center) / 출처 : wsj.com/articles

월스트리트 저널(The Wall Street Journal)도 360도 모바일 동영상 및 VR 테크놀로지 콘텐츠 대열에 동참했다. WSJ의 VR 콘텐츠는 미국 링컨센터에서 열리는 발레 공연 <잠자는 숲 속의 공주>의 여주인공인 사라 레인(Sarah Lane)의 리허설 장면을 담았다. 월스트리트 저널 iOS나 안드로이드 앱 그리고 인터넷 홈페이지 웹사이트를 통해서도 볼 수 있다. 뉴욕타임즈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오큘러스나 삼성 기어 등의 헤드셋을 통해서 생생한 영상을 볼 수 있으며 별도의 장비 없이 볼 수 있는 옵션을 제공한다. 주인공 레인은 자신이 어떻게 공연을 준비하고 연습하는지에 대해 얘기하고, 이용자는 자신의 스마트폰을 좌우 혹은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레인의 리허설이 이루어지는 스튜디오, 분장실, 링컨 센터 무대 전체를 볼 수 있다.

다큐멘터리 전문채널 디스커버리(Discovery) 역시 본격적으로 VR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다. 시리아 내전의 비극을 설명하는 나레이션과 함께 전쟁으로 폐허가 된 도시의 거리를 보여주는 <Welcome to Aleppo>, 제2차 대전 참전 군대의 모습을 다룬 <The Mission>이 대표적이다. VR 콘텐츠 전문 제작사와 카메라 기술업체와의 협력을 통해 콘텐츠의 몰입감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 가령, 낙하산을 타고 전투지에 착륙하는 장면 등은 실제 현실감을 극대화하는 장치가 되고 있다.

[그림 4] 디스커버리 VR Welcome to Aleppo 화면 / 출처 : japantimes.co.jp
[그림 4] 디스커버리 VR Welcome to Aleppo 화면 / 출처 : japantimes.co.jp

또 다른 VR 킬러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는 분야는 스포츠 중계이다. 지난 10월 27일 NBA 골든 스테이트 워리어스(Golden State Warriors)와 뉴올리언즈 펠리칸스(New Orleans Pelicans)의 경기가 VR 동영상을 통해 실시간으로 중계되었다. NBA와 터너 스포츠(Turner Sports)는 경기를 직접 관람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TNT 채널을 통한 HD 방송 외에 삼성 기어 단말을 통해 다양한 각도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VR 실시간 중계 서비스를 제공했다. 메이저 스포츠 리그 최초의 VR 생중계였다. NBA가 첫 포문을 연 이후, 다양한 종목에서 VR 실험들이 이루어지고 있다. 특히 VR 전문 콘텐츠업체 넥스트VR(NextVR)은 NBA-터너 스포츠와의 협력 외에도 NHL, ESPN, Fox Sports 등과도 협업하여 다양한 VR 중계를 준비 중이다. 스타트업인 라이브라이크(LiveLike)는 대형 화면의 ‘VR 스타디움’을 통해 몰입감 높은 스포츠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클라우드 기반의 동영상 솔루션 제공업체 OTOY는 지난 2월 미국 프로 아이스하키 리그 NHL의 경기를 6K 화질의 VR로 제공한 바 있다. 골대에서 바라본 360도 경기 장면, 벤치의 모습 등 다양한 경기 시청 경험을 담아냈다(Strabase, 2015. 11. 05.). 스포츠 영역에서 VR은 게임 중계뿐 아니라 선수들의 몰입 훈련, 경기장 엔터테인먼트 및 광고 측면에서도 발전될 가능성이 크다.

VR 광고에 대한 관심도 높다. 한 아웃도어 의류브랜드 광고는 몰입도 높은 암벽 등반 장면으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와 유사한 실감영상뿐 아니라, 특정 단말 및 장치(헤드셋 등)에 기반한 콘텐츠 소비 특성으로 인해 전문가들은 가상현실이 지금까지 어떤 광고보다도 몰입도가 높고 입체적인 경험을 제공할 수 있으므로 가장 효과적인 광고 수단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trabase, 11, 20.).

[그림 5] 스포츠 VR 중계 / 출처 : vrscout.com
[그림 5] 스포츠 VR 중계 / 출처 : vrscout.com


VR에 대한 기대와 우려

VR에 쏟아지는 투자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눈에 띄는 확실한 성공 사례는 나오지 않은 상태이다. 수익을 창출하는 기업도 아직까지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어쩌면 한 두건의 성공모델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지속적이고 견고한 형태의 콘텐츠 양식으로 자리 잡을지에 대해서도 단언하기는 어렵다. 이는 3D의 부진에서 얻은 경험이라 할 수 있다. 영화 <아바타(Avatar)>의 큰 성공 이후, 다수의 영화가 3D로 출시되었고, 3DTV 단말 생산이 집중되었으나, 엄청난 투자에 비해 3D의 성과는 미진한 상태로 실감영상의 새로운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3D처럼 기존 미디어에 대한 단순한 ‘증강’ 차원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VR이 콘텐츠 개발과 소비에 있어 새로운 접근을 통해 독자적인 미디어로서의 자리매김이 필요한 이유이다.

이용 저변의 확대 측면에서도 아직 갈 길이 멀다. 최근 그린 VR(Green VR)과 터치스톤 리서치(Touchstone Research)가 VR 기술에 대해 소비자 조사를 실시했는데, 그 결과는 여러 가지 흥미로운 시사점을 제공한다. 응답자의 80%가 VR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있다고 답했으나, 잘 알고 있다고 답변한 응답자는 10%에 그쳐, 보고서는 대중들이 VR 기술에 대해 아직도 낯설어 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아울러, 소비자들이 VR 헤드셋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는 ‘가격’으로 나타났다. 약 60%의 응답자들이 400달러를 상한으로 답한 가운데, 31%의 응답자 비율로 가장 높은 구매 의사를 나타낸 가격대는 200-399달러였다. 이용자가 선호하는 VR 콘텐츠 유형으로는 ‘여행 및 탐사’가 37%로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는데, 이는 모든 연령, 인종, 성별에 걸쳐 모두 가장 높은 선호도를 보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의 콘텐츠로는 게임(33%)과 쇼핑(10%)가 뒤를 이었다(Strabase, 2015. 11. 13.).

현재 시점에서 VR의 가능성은 모바일과 맞물려 있다는 것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상시 휴대가능한 모바일 폰을 스크린으로 사용하고, 유튜브와 페이스북 등 SNS를 통한 공유와 확산을 기반으로 하며, 어린이를 포함한 젊은 층의 조기 채택 가능성이 그 어느 때보다도 높기 때문이다. VR이 주류 콘텐츠가 되기 위해서는 콘텐츠 양식 및 내러티브의 개발과 같은 핵심적 과제와 멀미현상이나 몸을 움직일 때 선명도가 흐려지는 등 소소한 기술적 극복의 필요성이 존재하지만, 사실, VR이 미래에 중요한 콘텐츠 양식이 되리라는 것은 현재로써 누구도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통한 파괴적 혁신을 준비하는 다양한 기업들이 미래를 위한 투자로서 VR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참고문헌
NiemanLab(2015. 11. 9.). News outlets left and right(and up, down, and center) are embracing virtual reality technology.
SNL Kagan(2015. 11. 18.). Beyond 3-D: VR offer ‘a whole new way to tell stories’ in TV, film.
SNL Kagan(2015. 11. 17.). Beyond 3-D: The new technological gold rush of virtual reality.
Strabase(2015. 11. 20.). 광고 업계, 가상현실 헤드셋 확산으로 가상현실 광고에 주목…대표적인 광고 포맷 발굴은 난제.
Strabase(2015. 11. 13.). 가상현실에 대한 미 소비자 대상 설문 조사 결과..“가장 중요한 구매 요소는 가격, 가장 선호하는 VR 콘텐츠는 여행 및 탐사”.
Strabase(2015. 11. 5.). 킬러콘텐츠로 부상하고 있는 ‘가상현실(Virtual Realiy) 스포츠 중계’ 사례 분석.
Strabase(2015. 11. 3.). VR 헤드셋 시장에서 Sony의 PlayStation VR이 유리한 이유… PlayStation4의 보급, 낮은 판매가, 마케팅 노하우, 퍼스트 파티 벤더로서의 지위 등.
Wired(2015. 9. 1.). This ebola Documentary Shows VR film’s radical potenti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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