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해외미디어 동향

2월 해외미디어 동향

Dish Network의 Sling TV 출시를 통해 본 방송플랫폼 사업자의 생존 전략

2010년 이후 Netflix, Hulu, Amazon Prime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의 등장은 유료방송 가입자가 이탈하는 ‘cord cutting’에 대한 우려를 확산시켜 왔다. 소위 ‘밀레니얼 세대(Millennials)’로 불리는 젊은 이용자들은 고가의 유료방송서비스 대신 온라인을 기반으로 자신이 보고 싶은 콘텐츠를 골라볼 수 있는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 확산에 크게 기여했다.

실제 미국의 유료방송서비스 가입률을 보면 2010년 이후 완만하지만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반면 넷플릭스를 비롯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는 급속히 성장했다. 2014년 3분기 기준으로 미국 내 Netflix의 가입자는 3,630만, Hulu Plus 가입자는 650만으로 추정되고, 이들의 가입률은 2011년 이후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2014년 이후 유료방송 가입자는 감소세는 다소 완화 추세를 보인다. 케이블TV의 가입자 감소 추세는 여전하지만 그 폭은 감소하였고, 위성TV나 IPTV 가입자는 증가하고 있다[그림 3 참조].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PWC 조사에 의하면, Netflix가 유료TV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는 업계의 예상과는 달리 대다수의 Netflix 가입자들이 유료TV를 해지하는 대신 여전히 유료TV를 병행해서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유료방송서비스를 아예 해지하는 ‘Cord Cutting’보다는 고가의 패키지를 해지하고 저가 패키지나 저가의 서비스로 옮겨가는 ‘Cord Shaving’ 현상이 보다 많이 이루어지고, 이용자는 OTT와 유료방송서비스를 상호보완적으로 이용하는 경향을 보다 강화되고 있음을 유추하게 하는 대목이다.

이러한 변화 추세 속에서 Netflix, Hulu 등 OTT 동영상 서비스들과의 경쟁에 대응하는 방송 사업자들의 전략적 움직임은 더욱 분주해지고 있다. 먼저 포문을 연 것은 콘텐츠 사업자들이다. CBS, HBO, ESPN 등 메이저 콘텐츠 기업들이 유료방송서비스에 가입하지 않아도 실시간과 주문형으로 자사의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도록 독자적인 유료 온라인 채널을 운영하면서 방송 및 영화 콘텐츠를 이용자들에게 직접 제공하기 시작했다. 지상파 방송사 CBS는 2014년 10월 16일 지역 CBS 방송을 유료 TV 가입 없이 실시간으로 온라인을 통해 시청할 수 있는 서비스 ‘CBS All Access’를 출시해 월 5.99달러의 요금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HBO, ESPN 등 프리미엄 유료TV 채널들도 올 상반기에 독자적인 자체 유료 온라인 채널 출시를 앞두고 있다.

최근에는 Sony가 “PlayStation Vue”라는 인터넷 TV 서비스를 2015년 상반기 출시할 것으로 밝혀 눈길을 끈다. 콘솔 게임기 PlayStation 4를 통해 클라우드 기반으로 실시간 방송과 VOD 등 풍부한 콘텐츠를 제공할 뿐 아니라, 게임 컨트롤러를 활용한 간편한 서비스 내비게이션은 신속하고 직관적인 검색, 장르·평점·인기도 등을 기준으로 콘텐츠를 필터링하는 콘텐츠 탐색 기능, 과거 시청 행태에 기반한 콘텐츠 추천 등 이용자 친화적인 UI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편, 그동안 온라인 기반의 OTT 동영상서비스와 직접적인 경쟁관계에 있었던 유료방송사업자의 움직임이 최근 활발하게 가시화되고 있다. 이들의 흥미로운 움직임은 일견 상반되는 것 같이 보이는 두 가지 경향으로 크게 구분할 수 있다. 하나는 OTT와 유료방송서비스라는 대척 관계의 틀을 넘어, 이제는 유료방송사업자가 OTT 서비스에 적극 뛰어듦으로 해서 이들 간의 경쟁이 전면전의 양상을 띠게 되었다는 점이다. 또 한편에서는 OTT와 유료방송서비스가 단순한 경쟁자로서가 아니라 함께 손을 잡는 공생적 협력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러한 움직임을 가장 잘 보여주는 대표주자가 미국의 위성방송사업자 Dish Network이다.

OTT 서비스 출시 – Sling TV

최근 개최된 CES 2015에서 많은 관심을 끈 것 중에 하나가 Dish Network의 ‘Sling TV’였다. Sling TV는 2015년 1분기에 출시될 인터넷 기반의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12개 실시간 채널(스포츠채널 ESPN, ESPN2, TNT, TBS, Food Network, HGTV, Travel Channel, Adult Swim, Cartoon Network, Disney Channel, ABC Family, CNN 등 인기 채널 포함)과 비선형 콘텐츠(Maker Studio의 콘텐츠)를 제공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용료는 당초 업계에서 예상했던 수준보다 더 낮은 월 20달러로, 일반적인 유료방송 이용 가격의 1/3 수준으로 책정되었다. 여기에 5달러를 추가하면 Disney Junior, Disney XD, Bloomerang, Baby TV, Duck TV 등이 제공되는 어린이용 패키지나 Bloomberg TV 등이 포함된 정보 중심의 News & Infor Extra 패키지를 추가 이용할 수 있다. 2015년 상반기에는 스포츠 패키지도 출시될 예정이다. 현재 지상파 방송은 서비스 목록에서 빠져있는데, 진행 중인 협상이 잘 추진되면 향후 지상파 패키지도 제공 가능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ling TV는 다양한 OTT 단말 및 스마트TV를 지원한다. iOS 및 Android 기반의 모바일 단말, 아마존 Fire TV Stick, Google Nexus Player, Roku Players 등의 스마트 셋탑박스, 삼성이나 LG 등의 스마트TV 단말, Xbox One과 PlayStation 등 콘솔 게임기도 지원 예정이다. Sling TV가 기존 위성TV 서비스 매출 잠식을 가져오는 자기 잠식의 결과를 가져올 가능성도 높다는 일부의 평가에 대해, Dish 측은 일종의 박리다매로 해당 잠식을 보전함으로써 전체 매출이 크게 줄어들지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그림 4] Dish의 CEO Joseph P. Clayon이 CES 2015에서 Sling TV를 발표하고 있다 / 출처: Gigaom, 2015.1.15

Netflix와의 제휴

한편, 2014년 12월부터 Dish 가입자들은 위성방송 셋탑박스를 통해 Netflix를 시청할 수 있다. 2세대 Hopper 단말을 인터넷에 연결해 사용 중에 Dish를 사용하고 있는 가입자는 해당 단말에서 자동으로 제공되는 Netflix 앱을 통해 간편하게 Netflix를 시청할 수 있는 것이다. TV 화면에서 Apple TV, Roku, 크롬캐스트 등 별도의 스마트 셋탑박스나 스트리밍 단말을 별도로 연결하지 않아도 TV 시청 도중 리모컨의 Netflix 버튼을 클릭하거나 Hopper의 메인 메뉴에서 Netflix를 선택하면 된다. Netflix 미가입자는 해당 앱 내에서 바로 계정을 만들 수도 있다. Dish는 Hopper뿐 아니라 향후 자사의 거의 모든 셋탑박스에서 Netflix 앱을 지원할 계획이다.

▲ [그림 5] Dish 위성방송 셋탑박스 / 출처 : www.techhive.com

이러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Netflix와 Dish 간에 어떠한 조건으로 계약이 이루어졌는지는 외부에 공개되지 않았다. 다만, Netflix가 유료방송 사업자들에 일시불로 보상금을 지불한 후 해당 제휴사의 셋탑박스를 통해 추가되는 신규 가입자 수를 근거로 매달 반복적으로 일정 수준의 비용을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Netflix는 이미 영국 Virgin Media의 케이블TV 가입자가 이용하는 TiVo 셋탑박스를 통해 자사 앱을 지원한 바 있다.

Dish가 제공하는 실시간 TV 채널, Netflix가 가지고 있는 방대한 방송 및 영화 콘텐츠가 결합되어 이용자들에게 풍부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들의 제휴는 의미가 있다. 이와 같은 움직임은 유료방송서비스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가 동일한 이용자군을 두고 적대적인 상호잠식적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기반으로 보완적 서비스를 구성하여 이용자의 충성도를 공동으로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을 전제하고 있다.

이와 같은 Dish의 행보에 대해, 거대 방송·통신 사업자 중심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M&A 판도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되어 있는 현실적 위치에서의 자구책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존재한다. 하지만, Dish의 새로운 실험들이 새로운 유료방송서비스 트렌드를 만들어 낼 것인지에 대해서 향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필요가 있을 것 같다. 사실상 수십, 수백 개로 실시간 채널수가 늘어나는 것 자체가 이용자를 끌 수 있는 요인으로서 지니는 힘은 급격히 약화되어 가고 있다. Nielsen의 조사에 따르면 시청자들이 평균 시청하는 채널수는 2008년부터 2014년까지 평균 17개로 동일하다. 이제는 보고 싶은 채널 혹은 보고 싶은 콘텐츠만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느냐가 선택의 관건인 상황에서, 사람들은 보지 않는 채널들로 가득한 유료방송서비스를 비싼 가격을 주고 이용할 이유가 없어지는 것이다. 특히, 미국의 18~24세 연령대 소비자의 케이블 TV 가입 비율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PWC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들은 원치 않는 채널에 대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 기존 유료방송서비스 요금제 관행에 대해 불만을 가지고 있으며, 41%가 채널 당 과금(a la carte) 방식의 요금제를 선호한다고 응답했다. 또한 단순히 가격이 높아서가 아니라 유료방송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신용 정보 확인을 수반한 계약 과정, 복잡한 설비, 2년 약정 등이 밀레니얼 세대를 중심으로 유료방송에 등을 돌리게 하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다. 무약정 요금제를 도입하여 가입과 해지를 자유롭게 하는 서비스의 등장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현재 OTT 서비스는 월 단위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방송망 비용과 셋톱박스 비용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저렴한 요금 책정도 가능해진다. 자신이 시청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면 바로 가입이 가능하고 시청하고 싶은 프로그램이 없을 경우 해지도 용이하다.

현재 유료방송사업자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와의 경쟁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은 직접 OTT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기존 OTT 서비스와 손을 잡아 새로운 시청자인 밀레니얼 세대의 코드 커팅(Cord Cutting)을 코드 쉐이빙(Cord Shaving)으로 유도하는 것, 즉 유료TV를 끊어버리는 것이 아니라 소수 채널을 제공하는 저가의 유료TV로 전환하도록 하는 것으로 집중되고 있다. 다만, 이때 채널 구성이 어떻게 이루어지느냐가 성공의 관건일 것이다. 시청률이 높은 검증된 인기 채널만 낮은 가격으로 선별적으로 제공해서 이용자들의 만족도를 높이는 것이 중요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양한 유료방송 및 콘텐츠 사업자의 온라인 동영상 시장 진출이 본격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Dish를 통해서 가시화된 새로운 시도들을 통해 방송 시장에 새로운 경쟁과 공생의 생태계 모형이 자리를 잡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문헌

Gigaom(2015.1.15.) All you need to know about Dish’s new Sling TV service

SNL Kagan(2014.12.31.) Hulu makes aggressive programming additions.

SNL Kagan(2015.1.13.). Opening the hood on Sling TV.

SNL Kagan(2015.1.6.). Dish unveils $20-per-month OTT bundle with 12 networks.

SNL Kagan(2015.1.8.) Dish exec Roger Lynch: How Sling was slung.

Strabase(2014.1.15.). Dish의 새로운 무약정 유료 TV 서비스 ‘Sling TV’, 실시간 채널 기반의 N-Screen으로 승부.

Strabase(2014.10.24.). 미 유료TV 시장의 새로운 위기 ‘Cord shaving’, 저가 방송 서비스로 돌파구 마련 중인 유료TV 사업자 진영의 행보.

Strabase(2015.1.6.) Netflix, 위성TV 사업자 Dish와 연합전선 구축, Netflix-유료TV 업계의 공생시대 개막 예고

The Verge(2014.11.13.). Sony’s PlayStation Vue is a cloud-based TV service designed to kill your cable box.

The Wall Street Journal(2015.1.5.) Dish Network Unveils Streaming Service That Includes ESP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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