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연극하기 6: 스크린으로 만나는 연극

취미로 연극하기 6: 스크린으로 만나는 연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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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계 종사인으로서 공연예술의 제작과 운영, 그리고 관람까지 하나씩 알아가고 있다. 하지만 무지하리만큼 ‘방송과기술’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방송과기술 분야에 전문가인 독자와 글쓴이가 중간에서 만날 접점 이야기로 6개월간의 연재를 마치고자 한다. 접점은 바로 ‘공연 영상화’다.
‘공연 영상화’는 말 그대로 일회성의 공연을 촬영하고 편집기술을 발휘해 또 다른 한 편의 상품을 만드는 것이다. 지난 1월호 글에서, 영화나 TV드라마와 구별되는 연극의 특징으로 테이크 원(take one)의 현장을 목격하는 현장성에 있다고 했었다. 이 현장성은 무대 위 배우들의 모습을 얼마나 생생하게 객석까지 전달하는지와 관객이 장면에 완전히 몰입할 수 있게 하는지에 달려있다. 영상화 콘텐츠로 변형된 무대 위의 공연이 이런 힘을 가질 수 있을까.

TV에서 방영하는 드라마나 음악 프로그램도 넓은 의미에서 공연을 영상화하여 송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면에서는 방송을 위해 관객 없이 전용 스튜디오에서 촬영된 영상이 아닌, 공연장에서 현장의 관객을 위해 상연되는 공연을 영상으로 담는 것만을 두고 이야기하려 한다. 그리고 연극의 영상화에 다가가기 전에, 광범위의 공연 예술 장르의 영상화부터 접근해보겠다.

우리나라 공연 애호가도 열광하는 해외의 공연 영상
독자에게도 낯선 이야기가 아니리라 생각된다. 요즘은 케이블 방송의 클래식 채널 등을 통해 집에서도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클래식 음악 전문 채널이 생겨났고 해외의 공연장에서 상연한 오페라 공연이나 해외 단체의 내한 공연, 그리고 국내 우수한 공연 단체의 실황 공연을 녹화하여 방영하는 프로그램이 촘촘히 구성되어 있다. 비정기적이지만 KBS 1 TV에서도 주요 시청 시간은 아니지만 클래식 음악회 실황을 방송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아르떼 티비 홈페이지 www.arte.co.kr/arte.asp
아르떼 티비 홈페이지 www.arte.co.kr/arte.asp
클래시카 홈페이지 www.classica.de/ko [그림 1] 케이블 방송 중 클래식 음악 채널의 5월 편성표
클래시카 홈페이지
www.classica.de/ko
[그림 1] 케이블 방송 중 클래식 음악 채널의 5월 편성표

비단 TV를 통해서뿐만 아니라 영화관 스크린을 통한 전격적인 송출형태도 인기다. 최적화되었다고 하기는 어렵지만 음향과 디스플레이 면에서 TV보다 만족감을 높일 수 있는 영화관에서 공연 콘텐츠를 감상하는 방법이 안정적으로 제공되고 있다. 한 번쯤 들어보았음직한 MET LIVE HD에 대한 이야기다. 미국 뉴욕에 위치한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이하 메트 오페라)에서 2006년부터 시작한 서비스로, 메트 오페라의 공연 실황을 위성이나 녹화를 통해 전 세계로 제공하는 것이다. 메트 오페라는 링컨센터에 위치해 있는데, 오페라 장르가 유럽 문화임을 생각했을 때 역사적으로도 유수한 유럽의 오페라 극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굴지의 명성을 지니고 있다. 우리나라의 한 영화관에서는 2009년부터 MET LIVE HD를 시즌별로 프로그래밍하여 선보이고 있다. 4K의 화질과 5.1 채널의 음향으로 제공하는 터에 실제 공연장 못지않은 환경을 구현한다. 상영작 또한 현지 상영시기와 크게 차이 나지 않아 더욱 생생하다.

공연계에서 일하는 글쓴이 역시 처음 이 소식을 들었을 때 의아했다. ‘공연의 현장감을 아는 사람들이, 영화관에서 보아한들 생생함을 느낄 수 있을까? 초심자를 공략하자면 낯선 오페라 장르에 비싼 티켓가격까지?’
이런 기우와 달리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오히려 한 좌석에 앉아서 공연의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각도에서, 거리에서 보아야 하는 것과 달리 여러 각도에서 배우의 섬세한 표정과 땀방울까지 볼 수 있는 카메라 편집기술로 오페라 망원경보다 좋은 영상이 눈앞에 펼쳐진다. 무엇보다 가장 큰 이점은 물리적, 경제적 제약을 훌쩍 뛰어넘는다는 것. 객석에 앉았을 때 이미 열세 시간의 비행시간과 티켓 가격, 관람을 위한 체류 비용 등은 걱정할 필요 없이 그저 공연만 즐기고 다시 일상으로 복귀하면 된다. 마법 같은 일이다.

미국으로 치면 해외에서의 반응이 이러한데 현지에서는 어떤 분위기였나. MET LIVE HD로 오페라를 접한 관객까지 극장으로 흡수한 성과를 이뤘다고 한다. 사업을 시작한 2006/07 시즌을 이전 시즌과 비교했을 때 매진 공연 수가 4배 증가한 실적을 올렸다. 홈페이지에서는 이 콘텐츠가 고스란히 아카이브로 저장되어 있어 인터넷 환경이라면 누구든, 언제든 열람할 수 있다. 관객 저변 확대와 극장의 공연 콘텐츠 아카이브 구축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잡은 셈이다. 발레 공연도 러시아 마린스키 극장과 영국 로열 발레의 시즌 작품이 속속 소개되고 있다.

[메가박스] 욜란타&푸른수염의 성

[그림 2] 우리나라 영화관에서도 상영되는 MET LIVE HD의 2015년 상영작과 메가박스의 로열발레
[그림 2] 우리나라 영화관에서도 상영되는 MET LIVE HD의 2015년 상영작과 메가박스의 로열발레

클래식 음악분야는 어떠한가. 한국에서 전용 상영처를 통한 경로는 아니지만 홈오디오 시스템이 갖춰져 있다면 누구나 인터넷으로 즐길 수 있는 베를린 필하모닉의 공연이 있다. 1882년 창단한 베를린 필하모닉은 1963년 드디어 그들의 전용 연주 공간 베를린 필하모닉 콘서트홀을 가진다. 이곳은 말할 필요도 없이 세계 클래식 음악인들의 이목이 집중되는 장소다. 이곳의 시즌 공연을 1년 내내 약 20만원(149유로)으로 무제한 감상한다면?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이 쾌재를 부를 일이다. 베를린 필하모닉은 DIGITAL CONCERT HALL 홈페이지를 통해 단일 공연 관람권, 단일 생중계 공연 스트리밍부터 12개월 이용권까지 세분화하여 서비스하고 있다. 한국에서의 감상방법은 이것뿐이지만, 독일과 아일랜드, 오스트리아, 폴란드 등 11개국 특정 영화관에서 지정 공연을 생중계로 감상할 수 있다. 런던 필과 뉴욕 필도 휴대폰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공연 영상과 음악을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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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3]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이번 시즌 프로그램 소개서
[그림 3] 독일 베를린 필하모닉의 이번 시즌 프로그램 소개서

영상화 범주는 연극과 무용까지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나니. 공연 영상화의 대상은 연극과 무용에까지 도달했다. 오페라나 발레, 클래식 음악보다 상대적으로 대중적 장르라고 할 수 있는 연극과 무용도 영상화로 제작되고 인기를 끌고 있다는 사실은 의아스럽기도 하다. 특히 고품질의 음악으로 뒷받침해야 할 장르가 아닌, 연기가 강조되는 연극은 일반 영화와 차이점이 없어 보인다.

2009년, 모험심 가득한 영국의 국립극장(이하 NT)은 NT Live라는 연극의 영상화에 도전을 했더랬다. 그리고 보란 듯이 성공했다. 중요한 것은 콘텐츠의 품질. 권위 있는 영국의 국립극장에서 제작한 연극을 시공을 넘어 손쉽게 만나고 현지에서 열렬한 반응을 모은 화제 연극 관객으로서 감상을 공유할 수 있는 값진 경험이다. 게다가 NT는 영화 <토르>에 출연한 톰 히들스턴, 드라마 <셜록>의 베네딕트 컴버배치, 영화 <엠마>의 조니 리 밀러 등 인기 영화배우를 주연으로 하여 연극 애호가는 물론 영화 애호가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마케팅 전략을 활용했다. 네임 밸류가 높은 제작사의 우수한 콘텐츠를 시공 초월,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여 결과적으로 직접 공연장에서 확인하고 싶은 욕구를 심어주는 선순환의 열매를 맺었다. 올해 NT Live는 40개국의 2천여 개 영화관에서 상영되고 있고, 사업 시작 7년 만에 누적 관람객 수 270만 명을 돌파했다.

NT Live 코리올라누스,리어 왕 포스터

[그림 4] 국립극장에서 상영하는 영국 NT Live 홍보 포스터
[그림 4] 국립극장에서 상영하는 영국 NT Live 홍보 포스터

우리나라도 여기에 일조했다. 국립극장에서 작년 3월 NT Live <워 호스>로 NT Live 사업을 런칭했다. 티켓 오픈이 얼마 지나지 않아 매진. 관심을 갖고 있던 글쓴이도 타이밍을 놓쳐 예매에 실패했다. 2월에 국립극장에서 상영한 <프랑켄슈타인>도 예매 시작 당일 홈페이지 서버가 다운되며 NT Live가 한국 팬의 열렬한 관심을 받고 있음을 증명했다.

이에 나아가 예술의전당은 직접 공연을 영상화로 제작하는 사업을 벌였다. 지난 2013년, 예술의전당의 마티네 음악회인 <토요콘서트>를 전국 9개 상영처에 실황중계함으로써 영상화 사업을 시작했다. 예술의전당에 오르는 우수한 공연 콘텐츠를 엄선해 실황중계 또는 편집본으로 제작하여 물리적 제약 없이 전국에서 예술의전당의 공연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목표다. 4K 그리고 2K 카메라 10대 이상을 설치, 탑샷 포지션과 지미집을 활용한 다양한 각도로 앞서 설명한 오페라, 발레, 클래식 음악회, 연극, 무용 장르까지 영상으로 제작하고 상영했다. 그리고 오는 7월, 음향과 영상 모두 고품질로 다루어야 하는 오페라 공연을 영상물로 제작한다. 국내 최초다.

눈치 챘겠지만 공연을 촬영한 영상물은 단순히 ‘공연을 클로즈업하거나 와이드 버전으로 보는 것’ 이상의 가치를 창출했다. 하나의 새로운 공연 감상 형태로 독특한 현장성을 생성하고 매력을 지니게 되었다. 영상으로 저장되어 선보여진다는 것은 그만큼 콘텐츠의 가치가 높고 공을 들인 제작물이라는 방증이고 우리나라 무대에서 자주, 또는 한 번도 만날 수 없던 작품을 접할 수 있으니 관람의 만족도에 대한 의심은 누그러뜨려도 좋을 것이다. 연극과 관련한 글쓴이의 글에서 영상화된 공연 콘텐츠를 소개한 이유도 이처럼 영상화된 공연은 우리나라에서도 의외로 쉽게 접할 수 있다는 사실과 현재 전 세계 공연계의 공통 관심사를 소개하고자 했다. 그리고 독자가 (잠재) 관객으로서 굳이 극장으로 가지 않더라도 좀 더 가까이서 부담 없이 만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려 했다.

6개월의 시간 동안 글쓴이는 오직 연극 관람 또는 극장에 대해 매력을 느끼지 못한 독자 한 명이라도 극장을 찾게 하는 것이 소기의 목적이었다. 미흡한 글쓴이의 글이 독자를 공연장으로의 발길을 이끌지 못했더라도 ‘연극이 삶에서 동떨어져 있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했다면 성공이라고 생각해도 괜찮을까.


7월의 연극소개

온몸으로 받아내는 햇빛과 같은 희망!
<햇빛샤워>

햇빛샤워_포스터_최종독특한 소재와 상상력으로 관객과 평단의 큰 관심을 집중시키며 월간 「한국연극」 선정 2014 공연 베스트 7에 선정된 <환도열차>. 예술의전당과 SAC CUBE로 이 작품을 함께 한 인연이 있는 연출가 작가 겸 연출가 장우재가 2015년 첫 신작 <햇빛샤워>로 또 한번 관객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근거 없는 희망과 감동으로 포장된 이야기 구성이 아닌, 생계에 찌든 주인공과 그의 이웃을 통해 비틀린 삶의 양상과 부조리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삶. 그렇기에 공연이 끝난 후 관객이 컴컴한 극장을 나설 때 머리 위로 비치는 햇빛은 희망이 된다.

7.9(목)-7.26(일) 남산예술센터 드라마센터 문의: 02-758-2150
작∙연출 장우재
출연 김정민, 이기현, 정은경, 김동곤, 박무영, 강진휘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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