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술인 신호와 방송 신호의 만남

[방송사 정복기] 방송기술인 신호와 방송 신호의 만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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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BS 송출기술팀 신입사원 신호입니다. 2014년 1월 2일 자로 입사하여 4개월의 인턴생활을 마치고 5월부터 송출기술팀의 주조정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번에 좋은 기회를 가져 독자분들께 저의 입사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계기 & 관심- 문과에서 공대로
고등학생 시절, 저는 문과생이었습니다. 경제공황이나 신자유주의의 배경을 공부했던 학생이 갑자기 방송기술인이 되기 위해 공대생이 된 것은 지금 생각해도 좋은 결정이었습니다. 수능 후, 대학 정보를 얻기 위해 학과 홈페이지들을 찾아보던 중 한 홈페이지가 눈에 띄었습니다. 거기에는 여러 방송장비들을 다루는 사진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페이지를 유심히 본 결과 이곳에서 공부하면 방송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해서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입학 후, 기회가 생길 때마다 방송국 견학을 하면서 총 세 군데의 방송국에서 색보정, 조명기술, 송출 모니터링 등 방송기술 직군 중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또한 매년 KOBA 행사에 참가했습니다. 그곳에서 아주 포괄적으로 방송기술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실천 – 전공공부
이미 방송과기술을 통해서 방송기술인이 되기 위해서 어떤 전공공부를 해야 하는지 많은 분들께서 알고 계실 것입니다. 다만 저는 이번 기회를 통해 전공공부의 필요성과 재미를 붙일 수 있는 얘기를 해볼까 합니다. 흔히 대학 전공수업을 취업 후에는 쓰이지 않는 지식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방송기술의 경우에는 취업 후에도 업무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전자기학이나 전자회로 등의 과목들이 하는 일과 크게 관련이 없어 보이지만, 방송장비를 다루기 위해선 분명 필요할 때가 있습니다. 일례로, 방송장비 고장이 발생했을 경우에는 수리를 맡기기 전에 매뉴얼을 통해 대략적 원인 파악이나 해결 방법을 유추해야 하는데, 이때 전자회로 수업에서 데이터시트를 본 경험이 도움될 수 있습니다. 전공지식은 배우는 당시에는 활용 방면이 좁게 보일 수 있지만 엔지니어들에게 있어서는 배운 지식이 언제든지 응용력으로 전환될 수 있는 때가 온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제가 전공공부에 재미를 붙인 계기를 설명하고자 합니다. 사실 전역 후 복학했을 때 공학 과목 청강이 두려웠습니다. 와 닿지 않는 공식과 조금만 문제가 바뀌어도 풀 수 없는 연습문제들 때문이었습니다. 그러던 중 시뮬레이션 설계 수업에서 Pspice 다루는 방법을 익혔습니다. 다양한 설계도면 시뮬레이션을 하다가 직접 회로를 구현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종강 후, 프로젝트 그룹을 만들어 D급 오디오 앰프 만들기에 도전했습니다. 수차례의 시뮬레이션과 세운전자상가에서 부품을 직접 구해 브레드보드 판에 구현했습니다. 이런 과정을 통하여 공학 과목에 자연스럽게 재미를 느끼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데이터시트나 매뉴얼을 보는데 거리낌이 없어졌습니다.  

   
 

채용과정 – 필기, 역량면접, 합숙면접, 임원면접
다음으로 입사과정에 대하여 말씀드릴까 합니다. 입사 과정은 크게 서류심사, 필기시험, 역량면접, 합숙면접, 임원면접으로 나뉘었습니다. 이 중, 필기시험과 역량면접에서 제가 느낀 바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우선 필기시험에서 느낀 점은 준비해왔던 다른 시험들보다 평소에 본인이 방송기술에 얼마만큼 관심이 있었는지를 알아보는 시험 같았습니다. 휴대폰 배터리의 정격 전압을 묻는 문제나 RS-232와 같은 시리얼 포트의 단자 개수를 묻는 문제들은 저를 당황시키기도 했습니다. 모든 문제가 단순히 전공서적 지면에서 얻을 수 있는 지식을 묻는 문제가 아니라 저항이나 커패시터 하나라도 유심히 본 경험이 있는지를 묻는 형태였습니다.
역량면접에 들어가기 전 저는 누가 봐도 면접에 임하는 사람처럼 표정과 몸이 경직되어 있었습니다. 면접실에 들어가기 직전, 지금은 선배가 된 면접안내자께서 저의 긴장을 풀어주셨습니다. 방송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입는 옷에서만 봐도 알 수 있듯이, 자유로운 분위기를 추구하므로 지원자분도 편하게 임하라고 해주셨습니다. 그 계기로 모든 면접에 조금 더 편안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 또한 너무 경직되지 않은 상태에서 면접에 임하시면 긴장으로 인한 실수를 방지하실 수 있습니다.
합숙 면접의 경우,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면접 유형들의 압축형이었습니다. 발표면접, 토론면접, 음주면접 그리고 마지막으로 간접적으로 면접 참가자들끼리 서로를 평가하기까지 다양했습니다. 많이 긴장했었지만 마음씨 좋은 면접 참가자들과 자상한 면접관님들 덕분에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모든 채용 과정들에서 잠깐의 포장된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제 자신을 있는 그대로 나타낼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그 어떤 면접이나 채용 과정들보다 편안하게 임할 수 있었습니다.

   
 

현재 하는 일- 서버 매니저
방송이 컴퓨터에서 영상 보듯이 미디어 플레이어에서 파일을 불러서 플레이하는 것이 전부라면 얼마나 간단할까요. 간단하게 송출업무를 보자면 파일이나 테이프로 입고된 프로그램(PGM)들을 자동화시스템에 의해 사고 없이 방송에 내보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조정실에서 중요한 장비는 서버와 VCR만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각 장비의 싱크를 맞추는 장비부터 방송 신호를 감쇄 없이 분배해주는 분배기, CG장비에 이르기까지 모든 장비가 중요합니다. 서버 매니저는 각 장비의 운용법과 특성을 알아둬야 유사시 대처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 현재 배우고 있는 중입니다.
서버송출이 증가함에 따라서 APM과 Sw’er로부터 어떤 명령을 받는지, 접점 신호를 못 받을 경우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머릿속으로 그리는 일이 많아졌습니다. 업무를 하면 특히 긴장되는 순간이 존재하는데 흔히 SB(Station Break) 구간에 CM, PR, ID 서버들이 자동화된 시스템에 의해 구간이 넘어갈 때입니다. 이때 영상송출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도록 사고를 미연에 방지시켜야 합니다. 저의 목표는 방송사고를 발생시키지 않고 만에 하나 발생 되더라도 이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배우는 입장이라 온전히 한 사람의 역할을 하진 못하지만 언젠가 기술 감독님으로부터 신임을 얻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맺으며
독자 여러분들께 방송사 입사에 거창한 아이디어나 방법을 제시할 수는 없었지만 지면을 통해 제 이야기를 할 수 있어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많은 예비 방송인들이 있겠지만 정해진 길을 되풀이하기보다는 여러분들이 즐기면서 방송기술전문가가 되도록 노력하셨으면 합니다. 저 또한 방송기술인의 타이틀에 걸맞는 인재가 되기 위해 끊임없이 즐기면서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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