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TARY 엔진 – 파란(波瀾)의 삼각날개 Part 2

[C군의 B급 잡설] ROTARY 엔진 – 파란(波瀾)의 삼각날개 Part 2

77
0

안녕하십니까? C군입니다. 이제 독자 여러분과 어느 정도 익숙해지는 단계가 오고 있다고 혼자서 믿고 있는 만큼 장황한 사설은 건너뛰고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가겠습니다. 지난달은 로터리 엔진의 작동원리에 관한 간략한 설명을 드렸습니다. 이번 달은 로터리 엔진이 실용화되기까지의 우여곡절을 약간의 신파조로 읊어드리겠습니다.

   
▲ 그림 1. 펠릭스 반켈(Felix Wankel) 박사와 로터리 엔진출처 : www.stern.de

제임스 와트가 증기기관을 발명한 이래로 200년간 많은 과학자와 발명가들은 피스톤 엔진과 같은 왕복운동이 기본이 되는 내연기관 대신 동력을 회전운동으로부터 발생시키는 기관을 꿈꿔 왔습니다. 이런 200년간의 오랜 기술적 도전에 마침표를 찍으며 현재의 로터리 엔진을 처음으로 고안한 사람은 [그림 1]의 펠릭스 반켈(Felix Wankel) 박사입니다. 1924년, 22살의 나이로 로터리 엔진의 연구를 시작한 반켈 박사는 독일에서 기술력으로 명성이 높던 모터사이클 제조사 NSU와 협력하여 1957년 마침내 최초의 로터리 엔진을 개발하는데 성공합니다. 이후 구조를 개선하고 단순화하여 1959년 NSU를 통해 로터리 엔진의 개발을 완료했다고 전 세계에 공표했습니다. 피스톤 엔진은 왕복 운동을 회전운동으로 전환시키는 방식이므로 피스톤에 가해진 폭발 에너지가 크랭크축의 회전으로 변환되며 손실이 적지 않게 발생합니다. 하지만 반켈 박사가 개발한 로터리 엔진은 내부의 삼각 로터가 회전을 하며 동력을 발생시키므로 손실이 적은데다가 쉽게 고출력을 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엔진의 크기까지 작으니 당시로써는 그야말로 꿈의 엔진이었습니다. 이런 꿈의 엔진이 개발되었다고 하니 벤츠, 포르쉐, 롤스로이스, GM 등과 같은 유수의 자동차 기업들을 포함하여 약 100여 개의 업체가 반켈과 NSU를 접촉하며 로터리 엔진 기술을 사기 위해 몰려들었다고 합니다.

한편, 일본에서도 NSU의 로터리 엔진 개발 뉴스에 도박을 결심한 사람이 있었습니다. 바로 동양공업(현재 마즈다)의 마츠다 츠네지 사장이었습니다. 히로시마에 위치한 삼륜차 제조업체인 동양공업은 변화하는 시장에서 생사의 기로에 놓여 있었습니다. 우선, 시장에서 사륜차가 주류로 되어가면서 삼륜차의 매출은 한계에 봉착하며 크게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그렇다고 사륜차 시장에 진입해서 당시의 터줏대감들인 도요타, 닛산, 프린스 자동차 등과 경쟁할 수도 없었습니다. 당연한 것이 일반적인 소비자라면 사륜차를 처음 만드는 업체의 차를 사기보다는 이미 사륜차 시장에서 잔뼈가 굵은 업체의 차를 사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당시 일본의 산업 합리화 분위기에 의해서 사륜차 시장에 진입한다 하더라도 매출이 신통치 않으면 도요타나 닛산에 합병되고 말 것이 불 보듯 뻔했습니다.

   
▲ 그림 2. 동양공업(현재 마즈다)의 삼륜차 생산라인출처 : www.mazda.com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마츠다 츠네지 사장에게는 한방에 전세를 역전시킬 일격필살의 카드가 필요했을 것입니다. 이런 간절함 때문이었는지 독일로 날아간 마츠다 츠네지 사장은 3일간의 NSU와의 마라톤협상 끝에 결단을 내렸습니다. 2억 8000만 엔, 1961년 당시 직원 8000명분의 월급을 주고 NSU로부터 로터리 엔진의 기술을 샀습니다.  

   
▲ 그림 3. 마츠다 츠네지 사장출처 : www.mazda.az

하지만 NSU의 로터리 엔진 기술은 완성된 것이 아니었습니다. 말 그대로 동작이 되는 시제품에 불과했습니다. 상용화에는 당연히 문제가 없을 수 없습니다. 마즈다의 엔지니어들이 NSU가 만든 삼각 로터 1개짜리 400cc 엔진과 설계도를 받아들었을 때 가장 심각한 기술적 난제 또한 전달됩니다. 훗날 마즈다의 엔지니어들이 ‘악마의 발톱’이라고 부르게 된 현상으로 [그림 4]와 같이 삼각 로터의 모서리와 하우징의 마찰에 의해 하우징 내벽이 손상되는 현상입니다. 이 현상을 ‘악마의 발톱’이라고 부르게 된 이유는 모든 엔지니어들이 해결 불가능한 저주와도 같은 문제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그림 4. ‘악마의 발톱’이라 불리게 된 엔진 내부의 손상

로터리 엔진 상용화를 맡은 마즈다 자동차 설계부의 야마모토 겐이치([그림 5])와 47명의 엔지니어는 일단 NSU의 엔진을 돌려보았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NSU의 로터리 엔진은 말도 안 되는 수준의 습작에 불과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됩니다. 시동을 걸자 엔진은 푸드덕거리며 불규칙한 배기음과 함께 진동을 하기 시작했고, 시험 주행에서는 고작 20,000km를 주행한 후 엔진이 망가져 버린 것입니다.

   
▲ 그림 5. 야마모토 겐이치(로터리 엔진 개발책임자) 출처 : rx7.free.fr

엄청난 가격에 산 이 엉터리 시제품의 문제점은 다음의 2가지로 압축이 되었습니다.

1. 엔진의 불규칙한 배기음과 진동 : 연료의 폭발이 일어나는 엔진 내부와 윤활유가 흐르는 회전축 사이의 공간이 완전히 차단되지 못해서 윤활유가 엔진 내부의 연소실로 스며들어와 타버리기 때문에 발생

2. 20,000km 주행 후 엔진 멈춤 : 마즈다 엔지니어들이 ‘악마의 발톱’이라고 이름 붙인 하우징 내벽의 손상 때문에 폭발하는 가스가 새어나와 흡기실과 배기실에 영향을 주어 발생

   
▲ 그림 6. 로터리 엔진 문제 해결의 핵심출처 : www.riceracing.com.au

1번 문제는 [그림 6]의 페이스 실(Face Seal)을 개선하는 문제였고, 2번 문제는 [그림 6]의 아펙스 실(Apex Seal)을 개선해야 하는 문제였습니다. 문제 자체만 보면 둘 다 실(Seal)에 적합한 소재를 찾는 일에 불과했지만 실제 해결은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수년이 흐르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며 실험실에는 실패한 시제품만 쌓여가고 엔지니어들의 의지도 점점 약해졌다고 합니다. 하루는 과도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한 야마모토 겐이치가 사장을 찾아가서 로터리 엔진의 상용화는 불가능하므로 이제 그만두겠다며 담판을 지으려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마츠다 츠네지 사장의 변함없는 믿음과 강한 의지에 설득당하여 다시 연구개발에 몰두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여하튼 다시 심기일전하여 주야로 엔진개발에 박차를 가한 결과 드디어 중대한 두 가지 문제에 대한 해답이 보이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우선 페이스 실은 상식을 깨고 고무소재를 적용한 결과 엔진 내부로 윤활유가 스미는 현상을 완전히 해결했습니다. 처음 고무 소재로 만든 실을 적용하여 실험을 하려고 했을 때 주변에서는 어차피 실패할 시도이며 쓸모없는 시간낭비라고 여긴 사람들이 많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실험결과 윤활유가 흐르는 주변의 엔진내부 온도가 생각보다 높지 않아서 고무 소재로 된 실이 전혀 녹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제 남아있는 큰 고비는 바로 아펙스 실이었습니다. 탄소 계열의 부드러운 소재를 사용하면 하우징 내벽의 손상은 없었지만 실이 너무 빨리 마모되어 결국 엔진은 못쓰게 되었고, 금속으로 된 강한 소재를 사용하면 하우징 내부가 여지없이 손상되었습니다. 온갖 소재들을 다 사용해보는 시도 끝에 탄소와 알루미늄의 혼합소재를 사용한 결과 부드러우면서 강한 소재를 만드는데 성공하였다고 합니다. 그리고 이 소재의 사용으로 드디어 마즈다의 로터리 엔진은 상용화 수준의 제품으로 올라서게 됩니다. 이렇게 이야기만 듣고 보면 그리 어렵게 풀 필요가 없었던 문제 같지만, 당시의 기술 수준으로 이런 소재를 개발하여 로터리 엔진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불굴의 의지와 약간의 행운이 아니면 불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중요한 기술적 난제를 해결한 마즈다의 엔지니어들은 로터리 엔진의 구조에도 손을 대어 기존 NSU의 싱글로터 엔진이 가지는 불연속한 토크와 저회전 영역에서 성능이 급격히 떨어지는 문제점을 더블로터 적용으로 해결하는 연구개발에도 매진합니다.

   
▲ 그림 7. 마즈다 최초의 로터리 엔진 스포츠카 코스모(Cosmo) 출처 : www.mazda.com

그렇게 질곡의 세월을 거쳐 드디어 마즈다의 희망을 담은 로터리 엔진 스포츠카 코스모(COSMO, [그림 7])가 1967년 출시됩니다. 미래지향적인 소형/경량/고출력의 마즈다 로터리 엔진, 세계가 미완의 기술로 끝날 것이라고 믿었던 로터리 엔진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완성품으로 승화시킨 마즈다에 찬사가 쏟아졌습니다. 그리고 코스모는 그 해 미국에서 ‘올해의 자동차(Car of the Year)’에 선정되며 마즈다를 일약 스타 메이커의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이후 로터리 엔진 차량들을 속속 발표하며 시장에서 단단히 자리 잡은 마즈다는 일본 정부의 산업 합리화 정책에서도 살아남아 도요타와 닛산에 이어 업계 3위로 올라서는 기염을 토합니다. 히로시마의 삼륜차 제조업체에서 일본 자동차 업계 3위로 단숨에 올라선 마즈다의 드라마는 바로 로터리 엔진의 드라마였습니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그리 호락호락하겠습니까? 기쁨도 잠시일 뿐, 돌고 도는 흥망성쇠의 격랑에 마즈다가, 그리고 마즈다의 로터리 엔진이 다시 휘말려버리고 맙니다. 그리고 또다시 투혼과 열정으로 써내려간 로터리 엔진의 재기를 위한 ‘르망 레이스’  제패의 감동 드라마가 다음 연재에서 이어집니다.

P.S.
C군이 귀동냥한 풍월을 기반으로 거침없이 써내려간 뜨거운 눈물과 격한 감동 없이는 볼 수 없었던 마즈다와 로터리 엔진의 본격/감동/불굴의 커링엣지 테크놀로지 & 휴먼 도전 드라마는 사실과 다를 수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댓글 없음

회신을 남겨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