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곡을 찾아서

가족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계곡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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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수는 성난 듯 소리쳐 흐르고

청산은 찡그려 말이 없구나

산수(山水)의 깊은 뜻을 생각하노니

세파에 연연함을 저어하노라

– 우암 송시열 선생의 시조

 

대한 8경이 있고, 관동 8경이 있는가 하면 각 고을마다 그 고을을 대표하는 가볼 만한 곳을 지정하여 8경이라 이름 붙여 관광객을 부른다. 그런데, 필자는 아름다운 계곡만을 지정하여 계곡 8경을 만들어도 참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이른 7시, 괴산행 나길도 대절버스가 광화문에서 출발했다. 10시면 화양계곡에 충분히 도착할 줄 알았는데, 길이 막혀서 10시 30분에야 속리산 국립공원 화양계곡 주차장에 도착했다. 화양계곡을 청주에 속해 있다고 하는 사람이 꽤 많은데, 행정상으로 충북 괴산군에 속해 있다.

화양계곡이 가까워지자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야영장이었다. 가지각색의 화려한 텐트들이 잇대어 처져 있고 사람들은 평화롭고 여유로워 보였다. 화양동 야영장은 화장실과 수도 시설이 잘 갖추어져 있고, 야영장 부근 슈퍼에서 전기를 끌어다 쓸 수도 있단다. 야영장 뒤에는 넓은 시내가 흐르고 있었는데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물놀이를 하기도 하고 무엇인가를 채취하고 있었다. 아마도 다슬기를 잡는 것 같았다. 개울 건너편에는 문명의 이기인지 인간의 욕심인지가 이곳까지 미쳐서 야산을 마구 파헤쳐 건물을 짓고 있었다. 벌겋게 드러난 야산의 속살이 볼 상 사나웠다. 화양동 야영장에서 화양계곡까지는 약 1.5km 올라가야 한다.

   
 
   
 

주차장에서 화양계곡으로 가는 길은 아래, 윗길이 있는데 윗길은 포장도로이고 아래 길은 100년도 넘었을 정도의 수령으로 보이는 아름드리나무들이 즐비하게 서 있는 흙길이다. 흙길이 끝나고 계곡 초입으로 들어서면 특이하게도 다른 국립공원이나 여느 계곡과는 달리 길바닥이 보도블럭으로 덮여있다. 화양계곡이 끝나도록. 내심, 도회지에서 실컷 밟은 포장길을 여기 와서까지 밟아야 하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별로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으나 얼마 가지 않아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어떤 젊은 부부가 유모차에 아기를 태우고 계곡 길을 내려오고 있었던 것이다. 유모차가 오르내릴 정도라면 노약자의 휠체어도 다닐 수 있다는 얘기다. 아기나 어린이, 연세 드신 분을 동반한 가족 트레킹도 얼마든지 가능한 코스이다. 아쉬움이 있다면, 화장실은 곳곳에 있는데 마실 물이 없었다.

화양계곡은 화양 9곡이라고도 불리는데, 이는 굽이굽이 10리 계곡을 따라 아홉 가지의 비경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그 이름들은 입구에서부터 화양동문, 운영담, 읍궁암, 금사담, 첨성대, 능운대, 와룡암, 학소대, 파천, 이렇게 구곡이다.

   
 
   
 

   
 

금사담 같은 경우에는 우암 송시열 선생이 은퇴 후 학문을 닦았다는 암서재와 어우러져서 그야말로 비경이자 절경이었다. 암서재 아래 펼쳐진 계곡 바닥의 모래가 금빛이라고 해서 붙여진 금사담은 금빛보다 아름다운 에메랄드빛 물을 그득 담고 사람의 마음을 홀리고 있었다. 그곳에서 하루만 살다 죽어도 좋으리만큼 아름다웠다.

4곡인 금사담에 빼앗긴 마음을 추슬러서 이런저런 구경을 하며 한참을 올라가니 9곡 중의 마지막인 파천이 나왔다. 파천은 계속 올라가던 길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내려가야 한다. 파천과 마주하는 순간 내 입에서는 ‘히야~’ 라는 탄성 밖에는 다른 말이 나오지 않았다. 산 중턱에 어떻게 이런 넓은 천이 있는지 신기하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파천에는 반석이 많았는데 제일 넓은 것은 하나의 넓이가 무려 200여 평에 달한다고 하며, 바위 위로 흐르는 물결이 마치 용의 비늘을 꿰어 놓은 것처럼 보인다고 하여 파천이라고 부른단다. 숲과 잘 어우러진 파천에서 만난 두꺼비는 많은 관광객들에게 단련이 돼서 그런지 사람을 보고 도망가기는커녕 오히려 눈을 껌벅이며 사람 구경을 하고 있었다.

 

   
 
   
 

   
 

화양계곡의 특징은 눈 가는 곳마다 푸른 색 일색이었다. 숲도 푸르고, 별스럽게도 아주 조금 고인 물마저 녹색이어서 하루만 그곳에서 지내도 도시에서 찌든 회색빛을 말끔히 씻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9곡까지 올라간 시간이 1시간 40분가량 걸렸다. 우리는 이어서 선유계곡을 가기로 했다.

   
 
   
 

근처에서 숙박을 하거나 야영장에서 묵을 계획이라면 다음날 선유계곡으로 이동해도 좋다.

선유계곡으로 가는 길은 약간 난코스다. 길이 험해서가 아니라 인도가 없는 차도를 2km 정도 걸어야 한다. 찻길이라서 신경이 조금 쓰이기는 하지만 지루하지는 않다. 들길도 지나고 마을길도 지나다 보면 그 유명한 괴산 대학찰옥수수 밭을 만나고, 괴산 씨감자 밭과 청결고추 밭을 지나노라면 비록 집은 허름하지만 담장 밖 화단에 정성스레 키운 예쁜 꽃들도 만난다. 볼거리에 정신이 팔리면 선유계곡으로 가는 길 이정표를 놓치기에 십상이다. 길 곳곳에 이정표가 있는데 쌍곡계곡 표시 이정표를 보고 걷다가 송면삼거리가 나오면, 쌍곡계곡과 가은을 가리키는 화살표 쪽으로 들어서서 조금 가다 보면 선유계곡 이정표가 나온다.

 

   
 
   
 

선유계곡은 관광객을 맞이하기 위해 작정하고 새로 길을 포장한 것 같았다. 주변의 숙박 시설이나 식당은 몇 개 안 돼 보였다. 선유계곡 입구 안내소에서 안내 책자를 달라고 했더니 안내원은, ‘아직 인쇄 중’이라고 했다. 선유계곡 역시 선유9곡이라는 이름이 하나 더 있으며 아홉 가지 비경이 있다. 화양계곡과 다른 점이 있다면, 관광객의 차량이 계곡 끝까지 올라갈 수 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하루를 온통 물놀이를 하며 쉰다면 그에 따른 집기들이나 먹을 것들을 계곡 맨 위에까지 운반해야 되기 때문에 차가 들어갈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어 보였다. 계곡 길 가장 자리에 주차해 놓은 차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화양계곡이 웅장한 남성적이라면 선유계곡은 곱살한 여성적 이미지를 풍겼다. 선유계곡에는 곳곳에 자연 풀장이 있었다. 물빛은 시리도록 푸르고 맑았다. 물놀이를 하는 사람들이 물속에 핀 꽃처럼 보였다. 수중 화단이라고나 할까!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휴식 겸 즐겁게 놀려고 찾는다면, 선유계곡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까지 오는데 걸린 시간이 점심 시간, 휴식 시간 포함해서 4시간 반 정도, 선유계곡에서 즐겁고 만족했다면 정해진 숙소로 돌아가도 좋다.

   
 

 

   
 

그러나 우리는 선유계곡이 끝나고 다시 아스팔트 차도인 대야로를 500m쯤 걸었다. 길가의 오른쪽에 보람원 표지판이 있고, 표지판에는 여러 곳을 가리키는 화살표가 있었는데 우륵 공연장 쪽으로 길을 잡았다. 흙을 밟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 질 무렵, 걸음질 꾼들이 제일 신나하는 흙과 풀과 잡목이 우거진 산길, 확골로 접어들었다. 숲길 중간쯤에 다다랐을까? 영화에나 나올 법한 야영장이 있었는데 산자락 아래에서 중턱에 이르는 곳을 절개해서 돌로 쌓아 올린, 그 규모의 크기가 가늠이 안 되는 광장이었다. 돌계단을 올라가니 뜻밖에도 ‘백두대간 소백준령 동쪽자락’이라고 새겨진 첨성대와 비슷하게 생긴 돌 조형물이 있고 옆에는 화장실과 수도 시설이 돼 있었다. 물은 차고 달았다. 조금 더 올라가니 돌로 만든 넓은 원탁 회의장도 있었다. 보물창고를 연상케 하는 숲 속이었다.

이어서 걷는 산길은 조금 험했지만 오솔길 양쪽에는 산딸기가 빨갛게 익어가고, 야생화들이 심심찮게 피어있었다. 산은 경상북도 문경에 속한 땅이라고 했다. 찌는 여름의 한낮이었지만 서늘했다. 길 잡아 주시는 분의 얘기로는 그 산길은 큰 도로가 생기기 전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던 옛길이라고 했다. 오솔길을 한참을 더 걸으니 사기막골이라는 동네가 나왔다. 다시 충청도 땅을 밟은 것이다. 사기막골 마을회관 앞에 도착한 시간이 16시경, 이때까지만 해도 잠시 뒤에 닥칠 날씨의 조화를 예감조차 하지 못했다.

폭우,

우산이나 비옷은 무용지물이 됐다. 사람들은 온몸으로 폭우를 맞으면서도 아무도 투덜대는 이가 없었다. 10년 만의 가뭄에 산천초목이 목을 축이는데 옷 젖는 것이 뭐 대수겠는가! 오히려, 메말랐던 도랑이 금세 황토물로 폭포를 이루었으니 농민들의 시름이 덜어졌을 것이라는 이야기꽃을 피웠다.

속세와 떨어진 산, 속리산이 품고 있는 숲과 계곡들, 그곳은 지금까지 그래 왔듯이 앞으로도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가 되고 안식처가 되어 줄 것이다.

 

   
 

***여행정보***

네비게이션 : 충북 괴산군 청천면 송면리 225번지(화양계곡) 주차비 : 5,000원

: 화양동 야영장을 가려면, 화양동 야영장이나 충북 괴산군 청천면 화양리산496

버스 : 강남, 남부터미널에서 청주행 고속버스(시외버스) 탑승, 청주에서 하차, 소요시간 : 1시간 40분, 차비 : 6,600원,(고속버스 기준)

청주 고속버스터미널 건너편의 가경 시외버스터미널에서(걸어서 5분소요) 화양동행 버스 승차, 소요시간 : 1시간 20분, 차비 : 4,600원, 어린이, 중, 고생 20% 할인

* 동서울터미널에서 야영장 입구 500m 전방까지 가는 버스 있음

야영장 이용료 : 성수기, 어른 1인당 2,000원. 주차료는 경차 2,000원 그 외의 차량 5,000원

 

***식당 정보***

괴강관광농원 : 민물매운탕 오리한방백숙 043-834-8877~8

괴강올갱이전문점 : 올갱이해장국 043-832-1144

감물식당 : 영양탕, 염소탕 043-832-2431

 

***숙박정보***

강가에펜션 : 객실 수 10실, 주차시설 완비 010-3116-4137

강변민박 : 객실수 6실, 주차시설 완비 043-832-7815

거북산장 : 객실수 5실 주차시설 완비 043-833-7150

궁전모텔 : 객실수 28실, 주차시설 완비 043-832-1516

 

 

   
 

도움주신 카페: 다음카페 [나를 찾아 길떠나는 도보여행]

http://cafe.daum.net/walkabouts

 

< VOL.200 방송과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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