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을 읽고 나서

‘가치있게 나이 드는 법’을 읽고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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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성 지음

어떻게 하면 나이를 가치 있게 먹느냐… 80이 넘은 저자 전혜성이 말한다. 책 제목대로 딱 내용은 그렇다.

중견 노인이 초보 노인에게 아름답고 의미 있게 늙어가자고 제안하며 비교 문화학자로, 여섯 남매의 엄마로, 부인으로의 삶을 아주 에너지 있게 써 놓으셨다. 아이들 6남매는 모두 미국의 명문대를 입학했고, 그중 두 명은 현재 오바마 정부의 차관보로 있다 한다. 잠깐 얘기하면 저자는 아이들 공부를 시킨 적이 없다. 대신 여러 활동을 통해 아이 스스로 삶의 목적을 알게 해주었다고 하는데, 이에 관련해서도 책이 한 권 있다. 사실 나는 우연히 뉴스에 출연한 것을 보고 이 저자 자체에 큰 매력을 느껴 책을 보게 되었다. 80넘은 노인이 저 에너지는 대체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걸까 진심으로 궁금했다. 원문 그대로 몇 개 옮겨 적는다. 내가 어설피 정리하는 것보다 이편이 훨씬 낫다 싶다.



= 결혼은 생애를 건 약속이다. 서로 완벽하지 않은 두 사람이 만나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살아가는 동안 서로의 모난 부분을 다듬어 주는 것이다. 서로가 매끈해지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의사소통을 하고 이해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상대에 대한 기대를 줄이는 것도 필요하다. 특히 혈연이 아닌 혼인으로 맺어진 가족관계는 권리는 없고 의무만 남았다고 생각하는 것이 편하다. 며느리나 사위에게 시부모나 장인 장모는 무엇을 받을지에 대한 생각을 버리고 무엇을 해 줄까만 생각하는 것이 좋다. ‘남의 집에서 온 식구는 절대로 원망하거나 비난하지 말라’ 우리는 너무 쉽게 딸 같은 며느리, 아들 같은 사위라는 말을 한다. 하지만 이 말을 딸같이 편하고 아들같이 만만하게 여기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큰일이다.



= 친구는 가려 사귀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어린 시절 얘기다. 철모르던 시절에는 자칫 친구에게 나쁜 영향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본받을 만한 점이 많은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하고, 부족한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한다.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과도 친구가 될 수 있어야 함을 물론이다. 나이 든 사람의 미덕은 우주도 안을 만한 포용력이기 때문이다.



= 아무리 나이가 들어도 생각은 늘 현재형으로, 그리고 행동은 늘 미래를 위한 미래형으로 해야 한다. 과거에 얽매여 있지 말자.



= 초의 양 끝에 동시에 불을 붙일 수는 없다. 몸을 혹사하다시피 하면서 일하는 것은 가족을 위해서 삼가야 한다.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더 멀리 나아가기 위해서 반드시 쉬어야 한다. 삶을 속도를 내서 질주를 해야 할 때가 있고, 뒤처져 느릿느릿 걸으며 주위를 둘러보아야 할 때도 있기 때문이다. 한 발짝 뒤처져 있으면서 앞만 보며 질주하는 젊은 세대가 놓치는 것을 꼼꼼하게 살피는 것이 나이 든 사람의 사명감이라고 말한다. 사명감은 누구를 위해 가지는 게 아니다. 사명감이야말로 인생을 더욱 풍요롭게 하는 것이다.



= 나이 들수록 얼굴을 가꾸어라. 표정을 가꾸라는 말이다.



= 공부에 때가 있다는 옛말은 틀렸다. 공부는 하고 싶을 때가 때이다. 공부는 평생 하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이 책에는 저자의 실버타운 친구들 얘기들이 많이 나온다. 90이 넘은 나이에도 폐휴지를 모아 실버타운에 기증하는 전직 정치학자부터 평균나이 80의 여러 실버타운 내 동호회, 모두 하나같이 아프고 노쇠한 몸이지만, 여전히 자기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존경스럽다. 저자는 말한다. ‘나는 늙었으니 뒷방이나 있을란다’ 하지 말고 자기가 할 수 있는 의미 있는 일을 찾으라고. 뜨개질을 해서 아프리카의 어린아이에게라도 보내라고. 죽는 날까지 기쁘게 사과나무를 심자고.

저자 아버지는 딸을 미국 유학을 보내기로 결정하면서 저자에게 유학계획서를 요구한다. 사회학을 하고 싶다는 계획서를 보자 동네 사람들의 생활상을 보고서로 올리라고 말한다. 몸을 움직여 쓰이는 공부만이 의미가 있다며 이리 시키셨단다. 저자가 현재 85살이니까 저자 아버님의 나이를 짐작하면 100세는 넘으셨겠다. 그 시절에 딸을 미국에 유학 보내며 딸에게 보고서를 요구한 저자의 부모님이 놀랍다. 난 이 부분에서 많은 생각을 했다. 참으로 인상 깊은 100년 전 부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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