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컴퓨터의 시작, 애플 비전프로

공간 컴퓨터의 시작, 애플 비전프로


지난 6월, 애플(Apple)이 세계 개발자 회의(WWDC 2023)에서 신제품 출시를 예고했다. 일명 더브더브 회의로도 잘 알려진 WWDC는 1983년부터 매년 애플이 개발자들을 위해 새로운 소프트웨어, 기술, 체험활동, 피드백을 제공하는 세계적인 IT 행사로 유명하다. 이번 WWDC 2023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쿠퍼티노 파크에서 개최되었는데, 여기서 애플이 자사의 신제품, 혼합현실(Mixed Reality, MR) 헤드마운트(HMD) ‘비전 프로(Vision Pro)’를 최초로 선보이며 2024년 초반에 공적인 출시를 알린 것이다. 2014년 애플 워치 이후, 애플이 9년 만에 선보인 신제품 소식으로 IT 업계를 비롯해서 많은 이들이 비전프로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실제로 애플이 비전프로를 발표한 직후, 당일 장중 주가가 184.95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처럼 애플의 신제품 비전프로는 주식 변동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미칠 만큼, 그 출시 소식만으로도 많은 사람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것을 알 수 있다. 게다가 비전프로는 제품과 소프트웨어 등 연구 개발 기간만 무려 7년이 결렸고, 여기에 1,000여 명의 개발자가 참여한 것이 알려지며 기대감은 더욱 상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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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 애플 MR HMD 비전프로 / 출처 : Apple
그림 1. 애플 MR HMD 비전프로 / 출처 :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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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감한 애플의 신제품 제시와 전략
이번 애플의 신제품 공개는 이전의 방식들과 달랐다. 애플이 정식 출시까지 반년 이상의 기간을 남겨두고 신제품 발표를 실행한 것은 상당히 이례적인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는 경제 불안정으로 수요 예측이 불확실한 상황이라서,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사전에 기대감을 형성하고 궁금증을 유발하려는 전략이라고 할 수 있다. 한동안 경제 불황이 지속되며 불확실한 수요로 인해 미래 예측이 어려워서 소위 ‘미래 혁신 산업’으로 지칭되는 신기술 기반 사업들을 선보이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올해 초, 미국 실리콘 밸리의 빅테크 기업들은 가장 먼저 미래 성장 사업을 과감히 정리하고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안정적인 사업으로 전향하기도 했다. 예컨대 구글(Google)의 경우, 미래형 프로젝트에 대해 전면 축소하거나 중단을 선언하고 개발과 고도화를 맡았던 200여 명의 연구진을 내보내며 대규모 구조 조정을 실행하기도 했다.
대체로 신기술 기반 사업들이 크게 위축된 상황에서 애플의 비전프로 출시는 상당히 파격적인 행보라고 할 수 있다. 최근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에서 15개월 만에 기준 금리 인상을 잠시 보류하면서 나스닥 시장이 반짝 회복세를 보이는 시점과 신제품 발표가 맞물려 진행되었다. 겉으로 보기에는 시장 상승세와 함께 신기술 기반 사업이 다시 상승할 것처럼 보이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크게 잠재해있다. 게다가 연방준비제도가 다시 기준 금리 인상을 실행할 것이라고 예상되는 가운데, 애플의 비전프로 전략은 시장 상황과 관계없이 미래 비전을 담아‘애플’ 그 자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즉 기존 제품들로 구축한 애플의 이미지와 서비스, 그리고 이용자의 충성도를 바탕으로 비전프로를 통해 가상현실의 일상화를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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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컴퓨터 비전프로의 시장 초읽기
비전프로에 대해 애플의 CEO 팀 쿡(Tim Cook)은 “미래의 공학이며 애플의 터닝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언급하며, “맥(Mac)이 개인 컴퓨터를, 아이폰(iPhone)이 모바일 컴퓨팅의 시대를 열었던 것처럼, 이제 애플 비전 프로는 공간 컴퓨팅을 선보이게 되었다”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점에서 애플의 비전 프로는 물리적인 현실 세계와 가상의 디지털 콘텐츠가 자연스럽게 혼합해서 연결되는 것은 물론이고, 가상현실에서 몰입도를 높여주는 보조적 수단을 넘어, 향후 공간 컴퓨터로써 독자적인 운영 개체로 발전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즉 애플은 비전프로를 MR HMD 시장의 후발주자가 아니라, 공간 컴퓨터라는 새로운 표현을 내세우며 아예 배타적 영역임을 강조하고 있다. 이는 가상현실과 MR HMD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상황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로서 초기 산업 정의와 시장 형성을 주도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즉 기존 MR HMD 개념에서 벗어나 공간 컴퓨터로 개념을 확장하고 시장 초읽기에 돌입하였다. 이러한 애플의 발상은 과감하면서도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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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프로의 특징과 장단점
스키 고글을 닮은 비전프로는 사실상 외형적 모습에서 기존 MR HMD와 크게 다를 바가 없어서 차이점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다. 그러나 기능적 측면에서는 최신 장비와 신기술이 집약된 최첨단 디바이스로써 이용자 눈앞에서 콘텐츠가 실물 크기로 실시간으로 재현된다. 이는 비전프로에 카메라(12개), 마이크(6개) 등 포함한 23개 센서로 구동되며, (비전프로 전용)R1 칩에 데이터를 전송해서 디스플레이에서 객체의 스트리밍 지연을 해소한다. 그뿐만 아니라 비전프로에 포함된 기술과 기능은 매우 다양한데, 3D 인터페이스를 위한 세계 최초 공간 운영체제 비전 OS, 2,300만 픽셀이 밀집된 2개의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와 애플 이머시브 비디오, 3D 카메라, 눈·손·음성으로 제어할 수 있는 입력 체계, HMD기기를 사용한 채 외부 환경을 볼 수 있는 기능인 아이사이트(eye sight), 강화된 공간 음향시스템, 특수 제작 반사굴절 렌즈, 고성능 시선 추적 시스템 등이 탑재되어있다.

이러한 기술이 비전프로에서 서로 연동해서 사용자 눈과 일체가 된 시선 처리를 구현하여 현실 세계와 비슷한 시점으로 가상세계를 즐길 수 있도록 구현한다. 이에 대해 유튜브 테크 평론가로 유명한 마커스 브라운리(Marques Brownlee)는 비전프로의 데모 버전을 30분 정도 사용한 결과 가장 인상적인 시선 추적 기능을 선사한다고 평가한 바 있다. 또한 비전프로는 핸드헬드(Hand-Held) 컨트롤러가 없이 사용자의 인체(눈, 손, 음향)를 이용해서 직관적이며 자연스럽게 조작하고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사용자 얼굴을 스캔한 극사실적인 디지털 아바타는 가상공간에서 현실 세계와 연결할 수 있는 페르소나 구현이 가능하다. 비전프로를 통해 구현한 디지털 아바타는 이용자의 표정을 그대로 따라 하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제공한다.

 

그림 2. 인체를 이용한 비전프로 제어 방식 / 출처 : Apple
그림 2. 인체를 이용한 비전프로 제어 방식 / 출처 :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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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비전프로는 최신 장비와 기술로 고급화 전략을 채택하면서 출고 가격이 3,499달러로 책정되었는데, 이 중에서 하드웨어 부품과 조립 비용만 최소 1,500달러가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 때문에 비전프로는 대중적 소비와 확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반면, 메타(Meta)의 경우 보급과 대중화에 주력하고 있는데, 올가을에 퀘스트3 신제품 출시를 앞두고 이미 출시한 제품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 퀘스트 프로는 1,499달러에서 999달러로 인하했고, 퀘스트2는 499달러에 출시했으나 429달러로 인하했으며, 최근에는 299달러로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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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간 컴퓨터로서 애플 비전프로의 가능성
비전프로는 단순히 시각적 입체감을 위한 MR HMD를 넘어 일종의 플랫폼의 역할을 겸비하고 있다. 먼저, 이용자들이 영화나 사진을 함께 감상하고 교류할 수 있는 소셜 커뮤니케이션 기능을 제공한다. 또한 영화 감상 시 화면이 30cm 넓게 확장하고 첨단 음향시스템까지 겸비하며 개인만을 위한 영화관과 유사한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다. 여기에 프리젠테이션과 같은 협업 툴의 기능도 제공하는데, 현실에서 디바이스와 공간에 한정되었던 것과 달리 무한의 가상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무엇보다도 애플의 가장 큰 특징인 네트워크 장점을 활용할 수 있다는 이점을 갖고 있다. 즉 디바이스와 앱의 연동은 더 긴밀하게 이뤄지고, 이용자의 모든 데이터가 공유되고 연동될 수 있다. 이 가정적 시나리오는 모든 애플 디바이스를 사용한다는 전제 조건이 성립될 때 가능하다. 이는 이전 MR HMD가 특정 플랫폼이나 콘텐츠와 연동하여 제한적으로 사용되고 주로 게임과 영상 시청에 한정되었던 것과 다르다. 물론 비전프로도 애플의 iOS에 한정하여 폐쇄적 측면을 갖고 있지만 애플 디바이스, 플랫폼, 애플리케이션이 모두 연동한 범용성은 그야말로 가상세계에서 활동 범주를 크게 넓힐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이는 시청각에 한정하지 않고 개인 작업이나 협업과 같은 협동 작업으로 확장해서 MR HMD를 이용한 공간 컴퓨터 환경을 통해 현실 속 일상의 연장선에서 가상세계를 효율적으로 이용하게 되었다.

 

그림 3. 비전프로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 출처 : Apple
그림 3. 비전프로 이용한 커뮤니케이션 / 출처 : Apple
그림 4. 비전프로 이용한 TV 시청 / 출처 : Apple
그림 4. 비전프로 이용한 TV 시청 / 출처 : Ap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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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전프로를 시작으로 향후 MR HMD는 공간 컴퓨터 관점으로 확장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공간 컴퓨터 환경에 적합한 프리미엄 미디어 콘텐츠의 수요도 증가하게 될 것이다. 즉 MR HMD가 공간 컴퓨팅을 시도하며 가상공간에 최적화된 콘텐츠 제작-유통-서비스-판매-관리에 대한 중요성이 더욱 강조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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