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고 싶었습니다 공주영상대학교 총장 김수량

만나고 싶었습니다 공주영상대학교 총장 김수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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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력 사항>

2005.02~ 제6대 공주영상대학교 총장

공주영상대학교 영상연출과 교수

창원대학교 겸임교수

~2001 마산문화방송 대표이사

MBC 기술본부 본부장

MBC 제작기술국 국장

MBC 제작기술부 부장

MBC 공채 1기

■ 안녕하세요 총장님, 이력을 간단히 소개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공주영상대학교 총장 김수량이라고 합니다. MBC 방송기술직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지금은 교육계에 몸담고 있습니다. 방송기술 현장을 떠난 지 어느덧 11년째가 되었지만 한국 방송기술이 계속 발전하기를 마음으로 응원하고 있습니다.

 

■ MBC 공채 1기이신데 총장이 되시기까지의 과정을 말씀해 주시겠습니까?

1969년 2월 1일에 MBC 공채 1기 TV 개국요원으로 입사해서 여러 직무에 임직을 하였고, 55세 때 퇴직을 했습니다. 마산 MBC 대표이사를 마지막으로 좀 이른 나이에 퇴직을 한 셈이죠. 2002년에 공주영상대학에서 교수직 제의가 있어서 오게 되었지만 당시에 고민이 많았습니다. 홈쇼핑방송이나 불교방송 설립을 염두에 두고 있었는데 주변 지인들이 대학진출을 적극 권하기도 했고 대학에서 방송인재를 길러보는 것도 보람된 일이라고 생각되어 교수직 제의에 응하기로 했습니다. 영상연출과 교수로 3년을 근무하던 중에, 당시 학장(지금은 총장)이 개인 사정으로 그만두셔서 재단의 권유로 학장직을 맡게 됐습니다. 제가 교수들 가운데 제일 나이가 많았거든요(하하). 2005년 2월 23일을 시작으로 올해 8년째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방송계에서 32년, 교육계에서 11년째 봉직하고 있습니다.

 

   
 

■ 대학 총장이 되신 후, 시행했던 일들과 마음가짐은 어떠셨는지요?

제가 대학경영의 핵심과제로 꼽았던 것이 ‘학생중심의 대학’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이었지요. 일례로 취임 당시 대학의 교육환경이 다소 열악한 편이었습니다. 노후 시설이 많아 불편한 게 여럿 눈에 띄었지요. 우선 전체 강의실에 냉 ․ 난방 시설을 설치했습니다.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도 이미 구비된 시설이 대학에 없다는 게 시급히 해결할 문제로 보였던 거죠.

또한, 통학생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통학버스 시스템을 완전히 개선했습니다. 통학경비를 학생이 부담하였는데 학교와 학생이 반씩 부담하도록 했습니다. 도심에 위치한 대학에 비해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되어 우선 대전까지 무료셔틀버스를 30분에 한 대꼴로 운행토록 했고, 앞으로 지역을 더 확대해갈 계획입니다. 여자기숙사도 신축했고, 지금은 올해 말 완공 예정으로 남자기숙사를 짓고 있습니다. 기숙사 시스템을 바꾸고 있는 것이지요. 제가 목표로 한 ‘영상사관학교’에 가까이 가기 위해서는 학생 모두 대학 내 주거가 보장되는 완전한 기숙학교가 되는 게 관건입니다.

 

■ 방송영상특성화 대학이라 교육시설 개선이나 기자재 구비도 만만치 않겠지요?

아시다시피 우리 학교는 방송영상 특성화 대학입니다. 영상관에 가보시면 방송시설이 완벽히 갖추어져 있습니다. 그 시스템을 제가 오면서 도입했습니다. 제 목표는 “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 방송사나 영화 제작 현장에서 처음 접하는 시설이나 기기가 있으면 안 되겠다. 전체 제작 시스템을 경험해 볼 수 있게 해야겠다.” 하는 거였습니다. 그때 강당으로 사용되던 곳을 리모델링하면서 HD미디어센터와 방송제작시설을 구축했습니다. TV스튜디오 2개, 5.1채널 영화녹음이 가능한 녹음실, 종합편집실, HD카메라 교육실, 카메라 6대 장착가능한 중계차 등 제작과 보도에 필요한 모든 시설을 축소판으로 구축했습니다. 영상관을 리모델링하는데 국비를 포함 약 200억이 투자되었습니다.

   

공주영상대학 영상관 부조정실

 

■ 여러 대학이 경쟁하면서 대학발전을 위한 변화의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공주영상대학교의 장기 플랜은 무엇입니까?

네. ‘영상사관학교’에 걸맞게 학생들을 방송영상제작의 프로로 만들고자 합니다. 졸업할 때 미니시리즈든 영화든 작품을 만들어서 외부 심사위원들의 심사를 거쳐 인증자격을 주는 꿈을 갖고 있습니다. 예전부터 방송영상제작 기술을 배우려고 우리 젊은이들이 뉴욕이나 호주의 영화학교를 많이 찾았습니다. 공주영상대학을 바로 그런 학교로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해외의 젊은이들이 이제는 우리나라로 배우러 오는 거죠. 몰입교육이 가능하도록 기숙사를 새로 짓는 것도 한 예이고, 일부 학과의 경우 이미 4년제로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긴 목표를 두고, 한 걸음씩 착실히 진행하고 있습니다. 제가 ‘All in One’ 이란 표현을 자주 쓰는데 방송 영화 공연예술 분야를 망라한 학과를 만들려고 하고 있습니다. 카메라를 중심으로 그 앞에 서는 학과와 뒤에 서는 학과가 있을 겁니다. 이미 실용음악, 연기, 영화, 방송영상스피치, 쇼핑호스트 과뿐만 아니라 영상연출, 이벤트연출, 촬영, 편집, 음향, 무대, 분장, 헤어, 코디 같은 과도 모두 있습니다.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바꿔 가려 합니다. 직업중심의 대학은 변화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이에 따르는 ‘몸살’을 저는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신호로 봅니다.

 

   
영상관 제 1스튜디오

■ 이상으로 업무적인 질문을 마치고, 총장님 개인에 대해 알아보려 합니다. 개인사를 말씀해주시다면 어떤 일들이 있습니까?

중요한 것은 공주에서 ‘독거노인’으로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하하). 집은 서울에 있지만 주중에는 여기 대학 관사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주위 분들이 먹는 것에 대해 걱정을 많이 하 시는데, 매식으로 해결하고 있습니다.

 

   

HD 카메라 교육실

학교경영업무는 주로 교수들과의 이해관계를 잘 풀어나가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요즘 지방대학들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학생 수가 점점 줄고 있기 때문에 학교통폐합, 학생 수 감소 등에 대한 걱정이 제 머릿속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고 있습니다. 총장 입장에서는 가장 큰 스트레스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학교수들과의 관계가 방송국과는 많이 다르기 때문에 상당히 힘들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교수님들과의 소통에 조금 어려움을 겪었으나 지금은 잘 하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 네, 잘 들었습니다. 퇴근하셔서는 뭘 하시는지 궁금합니다.

요즘엔 특별한 일이 없으면 일찍 들어갑니다. 운동도 하고, 음악도 듣고, 가끔 명상도 합니다. 방송국 시절부터 오디오에 취미가 있었는데, 쿼드 앰프와 AR 스피커를 통해 듣는 음악이 제 자신을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습니다. 한가한 개인시간을 갖는 게 방송국 재직 시에는 어렵잖아요? 요즘은 여유로울 때 가만히 앉아서 미래 이런저런 구상도 해보고, 그랬다가 가끔 명상을 하면서는 다 내려놓기도 하고… 그렇습니다(하하). 눈이 갑자기 안 좋아져서 책을 보기가 어려워서 아이패드를 이용합니다. 폰트를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어서요. 학교 도서관에 아이패드로 연결해서 E-Book으로 보고 있습니다. 아무튼 ‘독거노인’ 으로 조금도 불편 없이 잘 지내고 있습니다.

■ 요즘 가장 큰 고민거리가 있다면

교육부의 대학 구조조정에 여건을 맞춰 나가는 것과 학생들의 취업률 향상이 문제입니다. 우리 학교는 예술학교이기 때문에 일반대학의 취업률을 그대로 적용해선 문제가 있습니다. 작년 한 해 이 문제로 논란이 있었는데 다행스럽게도 교육부가 건의를 받아들여 방침을 조정하면서 어느 정도 문제를 해소할 수 있었습니다. 교육부장관과 청와대 문화예술 수석비서관 등과 간담회를 통해 어필했었거든요. 총장으로서 이런 일들이 모두 스트레스이고 큰 고민거리죠.

 

   

넌리니어 편집실

■ 네. 말씀 감사합니다. 방송기술인에게 하시고 싶으신 말씀이 있으시다고요.(인터뷰를 하기 전 김수량 총장은 방송기술인의 위상에 대한 이야기를 먼저 꺼내, 취재하는 기자를 놀라게 했다)

좀 딱딱한 소리 같습니다 만, 과학기술에 대한 중요성을 강조하는 시대임에도 불구하고 거꾸로 방송기술인에 대한 인식저하는 대단히 큰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개선해야 할 필요가 있지요. 우리 스스로 방송기술인의 위상제고를 위해 힘쓰고 책무와 권한을 항상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최근에 유럽 발 경제위기를 자주 듣습니다. 서비스업에 치중한 그리스나 이탈리아 등이 더 심각하지 않습니까? 상대적으로 제조업에 여전히 강점을 가진 독일은 잘 견디는 것 같습니다. 중요한 것은 기술을 바탕으로 한 제조업입니다. 제조업이 없다면 서비스업도 없습니다. 우리 방송기술인이 먼저 변해야 하고 공부해야 합니다. 인문적인 사유도 필요할 것이고, 나아가 기획, 연출, 경영 등 방송의 모든 분야를 공부해야 앞으로의 미래가 있을 것입니다. 추가로 ‘소통’을 말하고 싶습니다. 엔지니어의 소통부재는 시대와 장소를 불문하고 문제였다고 생각을 하는데, 내가 엔지니어라는 집착이 소통을 방해하고 있다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객관적으로 자신을 보고 상대방의 입장을 배려해야 합니다. 모든 분야와 소통하고 인류의 미래를 걱정하는 방송기술인, 과학기술인이 늘어나길 바랍니다.

한마디 더 덧붙이자면, 앞으로 방송기술인이 무엇을 어떻게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하고, “방송과기술”에서 방송기술인의 현문대전(현황, 문제점, 대책, 전망)을 제시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부정책에도 반영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공주영상대학 영상관 전경

■ 좋은 말씀 잘 들었습니다. 연륜과 기술에 대해 열정이 진심으로 묻어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말씀하신 내용에 덧붙여서 방송기술인에게 조언을 하시다면 한 말씀 더 부탁드리겠습니다.

탄생이 있으면 죽음이 있는 것처럼 인생에는 늘 시작과 끝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렇게 일직선으로 진행하는 시간에 익숙하고 그렇게 살고 있습니다. 오죽해서 한결같이 같은 소리를 내는 시계소리도 ‘똑딱’ 이렇게 표현하지 않습니까? ‘’똑‘으로 시작해서 ’딱‘으로 끝나는 것처럼 말입니다. 하지만 자연의 시간은 다릅니다. 일직선이 아니라 순환하지요.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또 봄이지요. 앞으로 달려가기만 하는 일직선의 시간은 절망적이지만 순환하는 시간은 리듬이 있어 좋습니다. 저는 인생의 시간을 이렇게 관리하라는 당부를 드리고 싶습니다. 끝을 끝이라 생각하지 말고 항상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십시오.

제 경험을 예로 들면, 제가 교수를 하기 전에 저를 만류한 사람들이 있었으나 전 새로운 시작이라는 꿈이 있어서 교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더 예전 일을 돌이켜보면, 제가 부국장이 되면서 석사학위(영상매체학)를 했습니다. 이 학위가 있었기 때문에 제가 이 학교에 올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때 끝나는 준비를 시작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당시 두 가지를 했습니다. 종교적인 삶도 깊이 생각해 봤습니다. 봉은사 기초 불교 학교를 일주일에 두 번씩, 국장이 될 때까지 1년 6개월을 다녔습니다. ‘뭘 알아야 전국의 절을 돌아다니며 밥이라도 얻어먹을 텐데’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하하). 동시에 방송기술인의 위상에 대해서도 생각을 했었죠.

이 학교에 와서 교수를 하다 보니 박사 학위를 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학교에 온 지 1년 후부터 박사과정(광고홍보학)에 등록했습니다. 이런 준비 덕에 제가 총장을 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준비하는 자에게 기회가 온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닐 겁니다. 저의 이런 준비가 없었다면 학교 측에서도 총장이라는 자리를 두고 결정을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이제 앞으로 또 다른 무엇을 할지 찾고 있습니다.

 

■ 네, 이상으로 인터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인터뷰에 응해주시고 좋은 말씀으로 채워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하하, 아닙니다. 저야말로 제 생각을 말할 수 있어서 즐거운 시간이었고, 후배 방송인들을 이렇게 인터뷰로나마 만날 수 있게 되어 기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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