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골 야영승마 트래킹 후기 1부

몽골 야영승마 트래킹 후기 1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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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6월 18일~24일, 6박 7일간의 여정
언젠가 TV에 몽골 초원이 나오는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내가 직접 몽골의 드넓은 초원지대를 말을 타고 여행해보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그 생각은 제주도에 놀러 갔다가 우연히 체험승마와 기마 공연을 보게 되면서 실제로 몽골 승마트래킹을 실행에 옮기는 계기가 되었다. 막상 승마 트래킹을 갈 생각을 하니 낙마의 위험 때문에 겁이 나긴 했지만 그것 보다는 몽골의 드넓은 초원지대를 말을 타고 멋지게 내달리는 모습은 상상만으로도 가슴이 벅차올랐다. 여행준비를 하면서 알아보니 몽골 승마트래킹이 비용도 생각보다 비싸지 않았고, 요즘 들어 한국에서도 많이 가기 시작하고 있었다. 초보자도 트래킹에 많이 참여한다고는 해도 혹시 모를 낙마 위험에 대한 대비와 제대로 즐기고 싶어 주변의 승마장에 가서 기승 연습도 하고 몽골에 대해 공부도 여유를 가지고 충분히 했다. 그리고 트래킹을 가는 김에 게르(Ger : 나무로 엮은 벽에 양털로 만든 펠트와 하얀색 천을 씌워 만든 둥근 천막집 형태의 이동식 텐트 가옥)를 베이스로 한 것보다는 힘들더라도 초원지대에 텐트를 치고 자면서 일주 형식으로 하는 야영승마 트래킹을 선택해 가기로 결정했고, 결국 몽골 울란바투르 위쪽 테럴지 국립공원 지역을 6박 7일 일정으로 단 3명이 출발하는 코스에 합류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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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첫째날 – 2015.06.18
드디어 기다리던 몽골야영승마 여행의 첫날이 왔다. 며칠 전부터 침낭도 빌리고 몽골현지가 일교차가 아주 심하다고 해서 겨울점퍼와 내복까지 챙긴 여행 가방을 가지고 인천공항으로 향했다. 공항에서 함께 여행할 일행을 만났는데 결혼 1년 차 부부로 외승 등 승마 경험이 꽤 있고 승마에 대한 자신감과 이번 여행에 대한 기대가 커 보였다. 인사하고 바로 출국해 3시간여 만에 몽골의 울란바투르 공항에 도착하니 한국어가 아주 유창한 다시카란 이름의 몽골 가이드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또한 그의 아내이자 운전기사 역할을 할 샤롤도 함께였다. 다시카는 한국에서 ○○대학 조리학과를 나왔다고 하고 한국생활을 꽤 해서 여러 가지 통하는 점이 많았다.

자동차 밖으로 보이는 울라바투르의 첫인상은 멀리 구릉지대가 보이면서 넓은 초원지대에 도시를 지은 느낌이다. 멀리 보이는 산등성이엔 나무가 별로 없고 길가 옆엔 초지가 넓게 펼쳐 있으며, 지나다니는 자동차는 반갑게도 한국차가 아주 많다. 그렇지만 한편으론 자동차 매연과 주택에서 때는 석탄 연기 등으로 공기가 좋지 않았다. 캠프로 향하는 도중에 여행 계획을 들으니 한국인 여행객 3명과 가이드, 운전기사, 요리사, 마부로 이루어진 4명의 몽골인 스텝으로 한 팀이 꾸려져, 운전기사와 요리사는 짐을 싣고 차량으로 먼저 이동하고 나머지 5명은 말을 타고 뒤 따라가는 식으로 트래킹을 진행한다고 했다.

울란바투르에서 우리의 목적지인 테럴지 국립공원 내 투먼 캠프까지는 70여 km였지만 현지 도로 사정상 2시간 30분 정도 걸렸다. 도로가 포장되어 있긴 하지만 좁고 군데군데 파인 곳이 많아 속도를 내기 힘든 상황이었다. 울란바투르 주변의 길가엔 건물을 새로 짓는 모습들이 많이 보였고, 요즘 한창 무언가 새로운 변화와 발전이 시작된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이 마치 한국의 15년 이전의 모습과 유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날씨는 한국의 습기 없는 여름 날씨로 더우면서도 시원했다. 광활한 초지로만 이루어진 도로를 한참 달리니 점점 숲이 나오고 바위산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테럴지 국립공원내로 진입하니 나무도 많고 경치도 멋진 곳이 보이는데, 특히 바위산들은 커다란 기암괴석들로 이루어져 있어 멋져 보인다. 드디어 시골 마을들을 더 달려 몽골승마클럽 숙소가 있는 투먼 캠프에 도착했다.

2캠프는 넓은 들판 안쪽 산기슭 아래 20여 개의 게르와 큰 식당건물, 화장실과 샤워시설 건물 등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10여 명의 다른 여행객들이 먼저 와 쉬고 있는 모습들이 보였고, 배정된 게르는 침대가 3개 있는 3인실인데 내부가 생각보다 매우 밝았고 깨끗했다. 일행이 적어 난 3인실인 게르를 혼자서 쓰는 행운을 얻었다. 저녁 메뉴로 양고기 허르헉(Horhog : 몽골의 대표적인 전통 음식으로 양 한 마리를 통째로 잡아 감자, 당근 등과 함께 불로 달군 돌 속에 넣어 오랜 시간 쪄서 만든다)이 나왔는데 특유의 냄새도 없고 내 입맛에 딱 맞는 게 엄청나게 맛있었다. 식사 후 씻고 게르로 돌아왔을 때 밤 10시가 넘은 시간인데도 주변은 그때까지 밝았다. 게르 내 전기는 캠프 위쪽 건물에서 발전기를 가동해서 밤 8시부터 자정까지만 공급한다고 해서 야영하는 동안을 대비해 휴대폰과 카메라 배터리를 충전해 두었다. 자정이 되니 밖의 날씨가 갑자기 추워져서 내복을 챙겨 입고 침대에 누워 내일을 위해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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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둘째날 – 2015.06.19
새벽에 난로를 안 피웠더니 너무 추워 내복 위에 다시 겉옷을 입고 자는 데도 추워서 이불을 두 겹을 덮고 자야 했다. 설레는 마음에 평소보다 일찍 기상해 된장국에 김치 등으로 아침을 먹고 게르 내 짐을 싸고 야영 출발 준비를 했다.

3짐을 챙겨 나가니 요리사와 마부도 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요리사는 울란바투르에서 왔다고 하는데 이름이 을지라고 하고, 배가 많이 나온 아저씨로 먹고 싶은 음식이 있어 말하면 다 해준다고 한다. 그리고 차 뒤 칸에 이미 우리가 먹을 음식 재료들을 가득 실어 놓고 있었다. 옆 마을에서 말 5필을 몰고 온 마부 아저씨 조카는 유난히 햇빛에 검게 탄 얼굴로 맘씨 좋게 생겼다. 가이드의 소개로 인사를 나누고 말을 배정받았다. 몽골 말의 특징이 덩치가 제주 조랑말 정도 크기에 힘도 좋고 특히 지구력이 강하다고 하는데 무엇보다 덩치가 크질 않아 기승을 해보니 겁이 덜 난다. 낙마나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헬멧과 안전조끼도 챙겨 입고 승마여행 첫날의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말에 올랐다. 일행이 말을 배정받고 들판에서 연습을 얼마간 한 후, 운전기사와 요리사는 렉스턴에 우리 짐과 음식 재료를 잔뜩 싣고 목적지를 향해 먼저 출발하고 가이드, 마부를 포함해 5명은 말을 타고 캠프를 출발해 넓은 들판으로 나갔다.

내가 탄 말은 배가 많이 불렀는데 처음 말을 타고 출발 신호를 주는 데도 나가는 속도가 느리다. 여행 전에 한국에서 미리 기승 연습을 해서 쉽게 말의 반동을 받을 줄 알았는데 속보나 구보 시 반동이 생각보다 쉽지 않고 계속 엇박자가 나는 느낌이다. 가이드와 일행 부부는 저 멀리 들판을 향해 먼저 구보로 달려나가고 나는 계속 뒤처져 속보와 구보를 반복하며 말의 반동을 제대로 받아 보려고 노력했다. 그렇게 3km 정도 들판을 달려 따라가니 조금씩 자세나 기승이 여유로워졌다. 캠프 앞 들판을 지나니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집들이 널따란 울타리를 경계로 붙어 있는데 지난날의 우리 시골마을 같은 풍경이다. 마을을 가로 질러 가니 꽤 넓은 개울가가 나오는데 깊이가 1m는 족히 돼 보인다. 말을 탄 우리 일행 5명은 쉽게 냇가를 건넜는데 우리 짐을 실은 차량이 개울 한 가운데서 빠져 버렸다. 옆에 있던 사륜구동의 커다란 일제차가 와서 와이어로 끌어내려고 아무리 애를 써도 꿈적도 하지 않는다. 30분이 지나도 전혀 움질이질 않아 할 수 없이 마부가 주변 마을 분에게 연락해서 큰 러시아제 트럭을 가져와서 차를 끌어낼 수 있었다.

4개울가에서 보니 한국 승마 여행객뿐 아니라 몽골 현지인들로 구성된 여행객들도 많이 지나다니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특히 몽골인들은 가족 단위나 중학생 정도의 수십 명이 단체로 말을 타고 트래킹을 하고 있었다. 다시 차량은 앞서 출발하고 우리 일행은 주변의 한국인 승마 그룹 20여 명과 함께 2km 정도를 개울도 건너고 숲도 지나면서 나아갔는데 그쪽 그룹이 초보자가 대부분이었는지 속도를 낼 수 없어 금방 뒤처지고 우리 일행 5명이 앞서 나아갔다. 한동안 나무 숲과 언덕이 있고 집들이 군데군데 있는 동네를 지나가니 갑자기 앞이 탁 트인 광활한 초원이 펼쳐졌다. 끝없이 초원이 펼쳐진 모습을 처음 보니 장관이다. 우측으로 멀리 게르가 한두 군데 있는 것 말고는 초원이 텅 빈 느낌이다. 갑자기 가이드가 “달려 볼까요” 라는 말과 함께 말의 엉덩이를 한 차례 때리면서 쏜살같이 달려나가고, 뒤이어 일행 부부와 마부가 기다렸다는 듯 내달려 간다. 난 주변 경치 구경하다가 갑자기 나머지 4명이 빠른 속도로 말을 타고 내달리는 모습에 놀랐는데, 내 말도 덩달아 내달리기 시작했다. 내가 느끼는 속도감이 엄청났다. 여행 전에 기승 연습을 했어도 좁은 승마장 내에서만 연습을 해 봤지 외승을 한 번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넓은 자연 속에서 내달리니 속도감이 다르게 느껴졌다. 말이 엄청 빠르게 달려가니 약간 겁이 나고 말의 반동을 받으려고 계속 몸의 힘을 빼고 반동을 받으려고 자세를 가다듬었다.

11 13한편으론 과연 내가 이렇게 빠르게 달려가는 말 등에 앉아 초원을 달리고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 믿기지 않을 정도다. 내가 서부영화의 주인공이 돼서 달려나가는 기분이다. 초원에 난 도로를 따라 앞서간 일행들을 뒤따라 혼자가 신나게 달려나갔다. 길바닥에 자갈이 많은 곳이나 파인 곳에선 가이드가 잠깐 쉬라고 해서 천천히 걸어가고, 다시 길이 좋아지면 가이드의 뛰자는 신호에 따라 모두 내달렸다. 말을 타고 걷기와 달리기를 반복해서 나아갔는데 승마실력이 제일 못한 내가 계속 뒤처져서 일행을 따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들판을 가로질러 점심때쯤 한 게르에 도착했다. 다른 승마그룹 마부네 집이었는데 바로 옆에 냇가가 흐르고 말들도 있고 한가로워 보였다. 거기서 말 젖으로 만든 수태차와 빵, 버터를 대접받았는데 수태차는 고소하고 빵과 버터는 특히 일반 빵보다 진한 맛이 나는 게 맛있었다. 게르 주변 냇가에서 싸온 도시락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하고 한참 동안 나무 그늘에서 쉬다가 다시 여행을 시작했다.

5 7짐을 실은 차로 운전기사와 요리사가 먼저 출발하고, 그 길을 따라 5명이 말을 타고 출발했다. 출발지부터 나아가는 길이 그냥 허허벌판이다. 들판엔 작은 풀들이 조금씩 자라고 토끼보다는 작으면서 쥐와 비슷하게 생긴 타르박이 파 놓은 굴이 길가에 널려 있다. 굴이 생각보다 크고 주변에 많아서 구보시 말굽이 거기에 빠지면 위험하다고 해 조심해서 달렸다. 1시간가량을 구보와 속보로 초원에 난 길을 따라가니 여기저기 양과 염소 무리를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벌판이 조금씩 좁아지는 지역에 도달하니 멀리 냇가가 보이고 풀이 무성하게 자라 있고 노란 꽃들이 지천으로 널려 있다. 마치 드넓은 잔디밭 위에 꽃들이 피어 있는 모양으로 장관이다. 그 위를 달려가니 아주 푹신한 이불 위를 내딛는 느낌이다. 들판을 달리던 느낌과는 완전히 달라 엄청 부드러웠다. 파란 풀밭의 예쁜 노란 꽃 위를 한참 동안이나 말을 달리다 잠시 들판에 앉아 쉬었다. 그 사이 말들은 이곳 풀들이 입맛에 맞는지 엄청 뜯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말 등에 올라 달리다 걷다를 반복하니 먼저 떠난 차량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다른 팀들과 달리 아주 소수 인원으로 이동하다 보니 40km가 넘은 군진숨 방향의 야영지에 우리가 빨리 도착했다고 한다.

나무가 우거지고 바로 옆에 냇가가 있는 곳을 골라 텐트 칠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하루 야영을 하기로 결정했다. 가이드를 포함한 스탭들이 텐트를 치고 저녁을 준비하는 동안 야영지에서 바로 보이는 산꼭대기 정상까지 말을 타고 출발했다. 3명이서 말을 몰아 힘차게 언덕 위를 향해 달려 나갔는데, 한참 동안 달리다 중턱에 도달하니 말도 힘들어한다. 그래도 말들이 엄청 힘이 좋았다. 산이 민둥산이라 높긴 해도 나무가 없어 말을 타고 오르긴 좋았는데 중턱부터는 평보로 천천히 말 위에 타고 산 정상위에 있는 바위까지 다다랐다. 아마 걸어서 야영지부터 꼭대기까지 오르려면 1시간 30분은 족히 걸릴 것 같은데 말을 타고 오르니 금방이다. 말을 타고 내려다보는 전경이 장관이었다. 멀리 산과 들판이 펼쳐져 보이고, 마치 내가 서부영화의 존 웨인이 된 느낌이다.

6저녁 8시에 모두 모여 을지 형님이 요리한 돼지볶음으로 식사하며, 맥주와 보드카를 마시면서 서로 사는 얘기, 몽골이란 나라에 대해 궁금했던 것, 유목생활, 한국생활 등 여러 가지 얘기를 많이 했다. 그리고 한국말을 전혀 못 하는 마부 조카 형님과도 나중엔 술 한 잔 들어가니 서로 다른 언어로 얘기했지만 얘기하는 건 충분히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였다. 일행 부부는 외승 경험도 많고 말도 잘 타 내게 여러 가지 기승 방법 등 말 탈 때 필요한 것들을 많이 가르쳐 주었다. 트래킹 첫날로 힘든 일정이었지만 몽골 테럴지 공원의 높은 밤하늘에 별이 보일 때까지 서로 어울려 즐거운 하루를 마무리했다.

후기 작성을 하나 보니 그 양이 너무 많아 이번 호에서는 트래킹 첫째날, 둘째날까지 수록하였다. 다음 호에서는 트래킹 셋째날부터 마지막 날인 여섯째날까지의 과정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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