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사 정복기 – SBS 이현희

방송사 정복기 – SBS 이현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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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SBS TV 기술팀의 이현희입니다. 제가 방송 기술인이 된지도 어느덧 1년 반이 다 되어가지만, 2010년 10월 1일 SBS에 첫 발을 들여놓았던 그 때의 기분은 아직도 생생합니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방송기술인이 되기 위해 노력하며, 하루도 빠짐없이 꿈꿔왔던 순간이었으니까요. 저와 같은 꿈을 꾸고 있을 여러분들에게, 오늘은 그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저의 경험담을 말씀드릴까 합니다.

 

   
 

 제가 방송기술인이 된 이후, 제 직업에 대해 소개할 때 가장 많이 들어본 질문은 이것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방송 엔지니어는 무슨 일을 하나요?’

 방송 엔지니어가 되기 위해 준비하고 있는 여러분들은 이런 질문을 받았을 때 뭐라고 대답하시겠습니까? 저는 입사이후 NQC(Network Quality Center)를 거쳐 현재는 NDS(News Digital System), PDS(Production Digital System)를 담당하는 IT관리실에서 근무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테이프를 매체로 이루어지던 방송제작환경이 파일기반으로 변화하면서, 촬영/인제스트/편집/송출 이라는 일련의 방송제작 워크플로우를 디지털화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운영, 관리하는 역할입니다. 이렇게 말하니 정말 거창해보이지만, 제가 하고 있는 일은 방송엔지니어가 담당하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에 불과합니다. 먼저 여러분이 생각하는 방송기술과 실제로 방송 엔지니어가 어떤 일을 하는지, 또 그 일을 왜 하고 싶은지에 대한 대답을 찾아보세요. 자기 나름의 답을 찾으셨다면 일단 방송엔지니어가 되는 길의 반 정도는 온 셈입니다.

 

방송기술과의 만남

제가 처음 방송기술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학교 4학년 무렵이었습니다. 대학에서 영상학과 시스템 경영공학을 전공한 저로서는 방송기술이라는 직업은 굉장히 생소한 것이었습니다. 당연히 전자공학, 회로나 자기학, 안테나 공학 같은 과목은 들어본 적도 없었고, 책만 들여다보아도 머리가 아파올 지경이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오히려 비전공자라는 점이 제게는 약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방송기술에 필요한 기본 전공과목은 어떻게 생각해보면 말 그대로 ‘기본’일 뿐입니다. 전자회로에 대한 어려운 문제를 푸는 것이 목표가 아닌, 방송 공학을 이해하기에 앞선 기본원리를 아는 것이 주요 목표이기 때문입니다. 기본 전공과목에 대해서라면 그야말로 백지상태였던 저는 자연스럽게 기본중의 기본에 더 집중하게 되었고, 남들보다 뒤쳐져 있다는 생각에 더 절실할 수 있었습니다.

 

기초 만들기

그렇지만 사실 기본을 탄탄히 키운다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입니다. 그 탄탄함의 정도라면,

‘남들에게 일목요연하게 설명해 줄 정도’ 쯤이 될 것입니다. 물론 사람에 따라 공부 방법은 모두 다르므로, 정답이라는 것은 없습니다. 다만 방송기술직에 응시하기 위해서는 전자, 회로, 안테나, 전자기, 통신 등 5가지가 넘는 기본전공과목에다 네트워크와 컴퓨터, 방송공학과 신기술까지 거의 10가지나 되는 과목을 동시에 공부해야합니다. 이것들을 모두 자기 것으로 만들어 놓기 위해서는 필기노트를 정성껏 정리해 놓든, 아니면 외우고 한 장씩 씹어 삼키든 간에, 자기 머릿속에만은 반드시 각 기본전공과목에 대한 지식을 잘 정리해놓는 습관을 기르셔야합니다. 이에 대한 훈련을 처음부터 잘 해놓으신다면 필기는 물론이고 면접에서도 자신감에 찬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의 경우에는 주로 정보통신 기술사 대비 문제집에서 많은 도움을 얻었습니다. 정보통신 기술사 시험의 경우 모두 서술형이거나 면접형이기 때문에, 한번정도 생각을 정리해두기에 유용하고 이외로 어렵지 않으니 도전해보세요.

 

   
 

공부에 재미 붙이기

전공과목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면,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공부에 재미를 붙이시면 됩니다. 가장 간단한 것은 ‘전자신문’이나 ‘디지털 타임즈’를 매일 보는 것입니다. 제가 전자신문을 처음 읽었을 때에는 무슨 말인지 몰라 전체 페이지를 다 읽는데 거의 한 나절이 걸렸던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매일같이 읽다보면 점차 방송통신 관련 기사가 눈에 번쩍번쩍 뜨이고, 흐름이 보이기 시작합니다. 상식공부 역시 일간신문을 보고 스크랩하는 것이 제일 좋지만,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된다면 한 달이나 분기에 한 번 최신 시사용어를 정리해 놓은 책을 쭉 훑어보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도 있습니다.

 

발로 뛰기

다음은 발로 뛰는 것입니다. 방송국 입사시험은 보통 장기전이지요. 늘 책상에 앉아 공부하는 것은 효율도 떨어지고, 정신건강에도 좋지 않습니다. 제가 택한 방법은 국회도서관에 가는 것이었습니다. 국회도서관에는 방송에 대한 모든 자료가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무엇보다 ‘나는 논술 때문에 안 돼.’하는 분이시라면, 일단 국회도서관 5층에 직접 찾아 가거나 전자도서관 홈페이지를 이용해 학술기사와 연속간행물을 위주로 논술주제나 신기술에 대해 검색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햇빛이 잘 드는 도서관 창가에 앉아‘방송과 기술’을 비롯해 ‘방송문화’, ‘방송공학회지’ 등의 각종 방송관련 간행물을 최신호부터 읽다보면 어느새 최근 화두가 되고 있는 방송논술주제를 파악할 수 있습니다. 또한 코엑스에서 매년 개최되는 KOBA의 방송국 부스에 들러 어떤 방송국이 어떤 것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 알아보세요. 코엑스에서는 KOBA 뿐 아니라 방송통신컨퍼런스가 생각보다 많이 열리고 있고, 유용한 신기술 정보들, 즉 논술에 써먹을 수 있는 고급정보를 얻을 수도 있습니다. 특히 학생이나 미리 예약을 하는 사람을 우대해주는 경우도 있으니 항상 사전검색은 필수입니다.

 

공유 하기

마지막은 공유하기입니다. 같이 공부하는 사람들과 스터디하며 모든 지식을 서로에게 아낌없이 나눠보는 겁니다. 특히 논술 공부는 서로 읽어주는 사람과 함께 해야 실력을 키울 수가 있습니다. 먼저 개요를 작성하세요. 서론-본론 1~3,4-결론 중 서론과 본론은 한 줄로 요약한 다음, 본론1~3,4에는 한 문단 당 한 줄의 주장과 그에 따른 2개 이상의 근거와 내용정의를 덧붙이는 형식으로 써서 다른 사람과 바꿔서 수정해 보는 방법입니다. 논술은 시간싸움입니다. 만약 1시간의 시험이라면 최대 20분 내에는 반드시 적절한 개요를 짜야 논술의 앞뒤가 맞고 시간도 단축할 수 있습니다. 그런 다음 A4 한 장의 논술을 써서 다시 돌려보면서 첨삭해 보세요. 여기서 한 가지 팁이라면 논술 본문에 한 꼭지정도에는 실제 방송 산업에서 응용되고 있는 사례와 분석이 들어가면 훌륭한 논술이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렇게 10가지 주제정도를 한 페이지에 논술할 수 있다면, 이제 더 이상 논술시험 때문에 좌절할 일은 없을 것입니다.

 

열정만 있다면

아마 이 ‘방송과 기술’ 책을 집어 들고 방송사 정복기를 여기까지 열심히 읽고 계신 분이 있다면, 분명 방송엔지니어라는 꿈을 이룰 수 있을 거라는 예감이 듭니다. 비전공자라거나, 면접에만 서면 작아진다거나, 논술에는 정말 쥐약이라는 분들이라면, 자신에게 맞는 방법을 찾아보세요. 모든 일이 다 그렇듯, 하고자하는 열정만 있다면 다~ 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꿈을 이루게 될 그 날을 기대합니다. 파이팅!

 

< VOL.196 방송과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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