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종주, 그 여정을 가슴에 새기며 – 1

백두대간 종주, 그 여정을 가슴에 새기며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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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규 아리랑국제방송 제작기술팀

나에게 있어서 산이란? 내적 치유와 함께 힐링의 절정을 이루게 한다. 정상을 정복하는 의미가 아닌 나 자신과의 싸움으로 도전하는데 의미가 있다. 그렇게 시작한 산행은 10년째 주말마다 산에 오르고 있다. 건강을 위함도 있지만 필자는 특히 산에 오르면서 자연과 호흡하는 것이 좋고, 더불어 강한 에너지를 받는다. 몇 해 전, 점봉산 곰배령 산행을 하던 때를 잊지 못한다. 그곳에서 백두대간 종주를 하는 초등학생 아들과 아버지를 보았는데 그들의 도전에 큰 감동을 하였다. 그때, 나에게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이름하여 ‘백두대간 종주!’
약 75일간의 대장정, 그 서막이 시작됐다. 우리 방송기술인 중에도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다고 생각되어 2회로 나누어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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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의 등줄기 백두대간

한반도 백두산 정상에서 지리산까지 가장 크고 긴 산줄기 백두대간!
조선 영조 때 실학자인 신경준이 쓴 ‘산경표’에 의하면 백두산에서 시작하여 금강산, 태백산 소백산을 거쳐 지리산으로 이어지는 큰 산줄기를 ‘백두대간’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그중에서 우리가 접할 수 없는 북한구간을 제외하고 지리산 정상의 천왕봉에서 설악산 진부령까지가 현재 남한에서 걸을 수 있는 대간 길이다. 산림청 공식 도상거리 683Km, 실제거리 1,240Km, 내가 걸은 접속거리는 약 160Km이다. 남한 최고의 등산길인 백두대간 종주를 계획하고, 내 발로 한 발 한 발 걸어 마쳤다고 생각하니 감회가 새롭다.

지도 출처 : 산림청, 라푸마, 조선일보사 백두대간 종주산행지도
지도 출처 : 산림청, 라푸마, 조선일보사 백두대간 종주산행지도

백두대간 종주의 시작과 끝
백두대간은 일반적으로 지리산, 덕유산, 속리산, 소백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등 7개의 큰 산을 중심으로 구간을 나눈다. 이 7개 구간을 또 각 소구간으로 나누어 산행계획을 하는데, 나의 경우는 마지막 백두산 등정까지 총 58개 구간으로 나눠 마루금(능선과 능선을 연결 한 선, 산줄기를 이은 선)을 걷기 시작했다.
산행 출발 전에 도상연구, 독도법, 접근로, 탈출로, 샘물 찾기 등 꼼꼼한 사전준비가 필요했고, 새벽에 산행 시작할 때는 몸이 풀리기 전에 느끼는 괴로움에 출발을 후회하고, 된비알(몹시 험한 비탈)과 장거리 산행에서는 중도에 포기하고 싶은 유혹과 싸우며 끈질긴 인내력 등을 발휘해야 했지만, 산행을 마치고 돌아온 능선을 돌아보며 느끼는 뿌듯함에 나도 모르게 다시 산에 오르고 있었다. 지난 6년간 산행시간을 날짜로 계산해보면 74.5일 동안 걸었으며, 당일산행 38회, 무박 14회, 비박 6일, 대략 300만 원(백두산 제외) 정도의 비용으로 대간 산행을 졸업하게 되었다.
산장숙박은 세석 산장, 연하천 산장, 여원치 민박, 해인 산장, 은티 산장, 백봉령털보 산장, 곰배령 산장, 오색호텔 등에서, 그리고 비박(bivouac, 등산 도중 밤을 지새는 것) 산행은 몇 곳 안 되는 마루금 능선 길에 물이 있는 갈전곡봉, 청옥산, 눈물샘, 선자령, 노인봉 등이 비박지로 안성맞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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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주의 준비와 주의 점

백두대간 종주산행의 주의할 점은 철저한 계획 즉 들머리와 날머리를 정해야 하는데 이동 교통수단 또한 중요하다. 들머리에서 날머리까지는 몇십Km 이상이 되기 때문에 자가를 이용할 경우 회수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종주 중 부득이하게 탈출을 해야 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충분한 도상 연구와 행정도시의 택시전화 번호 등이 필요하다. 탈출 중 마루금을 벗어나 계곡으로 내려올 때 전화가 연결되지 않을 수 있으므로 사전에 약속을 마쳐야 한다. 아울러 비상시를 대비하여 계절 시기별 보온과 비상식량, 상비약 등을 휴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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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두대간 주요 산행 구간
지리산 구간 (천왕봉-중고개재, 도상 77.9Km, 실거리 142.2Km)
대한민국(남한)에서 두 번째로 높은 산 지리산(1,915m)! 설악산이 아버지의 산이라 하면, 지리산은 어머니의 품과 같아서 어머니의 산이라 여긴다.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의 정상석에 새겨진 ‘韓國人의 氣像 여기서 發源되다’라는 의미심장한 글은 백두대간의 시작점을 의미하는 듯하다. 대피소가 가장 많은 만큼 산의 규모가 큰 지리산은 단일 종주만으로도 산 꾼들 사이에서 하나의 무용담으로 늘어놓으며 진정한 산 꾼으로 거듭났다고 여길 만큼 그 의미가 크다고들 한다. 지리산 종주를 여러 차례 하면서 매번 이용한 곳은 세석대피소이다. 규모가 제일 크고 깨끗하며 물도 가까이 있고 무엇보다 1박으로 종주하는 거리상으로 중간지점에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무거운 등짐을 짊어지고 올라가 산장에서 먹는 목삽겹과 삶은 돼지고기의 맛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감히 상상하지 못할 무아지경의 맛이다.
성삼재, 정령치를 지나 여원재 민박주인에게 전달한 복음제시를 받는 분과 전하는 모두에게 은혜롭고 감격스러운 생명구원의 일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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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유산 구간 (중고개재-개머리재, 도상 142.4Km, 실거리 248.1Km)
흰 구름의 백운산을 시작으로, 영취산을 지나 굽이가 60개라서 산적이 많아 60명이 모여 고개를 넘었다고 구전으로 내려오는 육십령 고개를 넘으면 상고대가 아름답기로 유명해 겨울산행의 성지라 불리는 덕유산(1,419m)을 만난다. 나는 초여름 삿갓재에서 남덕유산으로 향하는 길에 산행이 어려울 만큼 엄청난 폭우를 만났으나 종주산행에 대한 열정을 식히지는 못했다. 열정으로 강행한 산행 중에서 대간을 중심으로 좌우에 펼쳐진 운무의 향연! 그 장관을 연신 카메라에 담아 보지만 눈으로 보는 만큼의 환상적인 멋을 담을 수 없기에 가슴에 담아 놓고 지금도 그 기억을 새로이 꺼내본다. 그 향연을 연출했던 백두대간 마루금에는 3개의 삼도봉이 있다. 지리산의 삼도봉, 덕유산 구간에 2개의 삼도봉은 지명에서 알 수 있듯이 3개의 도가 화합을 의미한다. 시절을 따라 대자연의 산에서 선사하는 각종 산나물과 야생화는 지루한 산행에 건강과 신비함을 선사하니 어찌 아니 감사할 수 있으랴. 산장지기의 냄새(?) 나는 산꾼 이야기를 들으며 하룻밤 지새기가 아쉬워 대간을 마치고 다시 한 번 찾고자 하는 욕망을 자극하며 다시금 마루금에 올라 구름도, 바람도 쉬어가는 추풍령을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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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리산 구간 (개머리재 – 하늘재, 도상 105.8Km, 실거리 187Km)
대간 구간에서 희귀한 이름의 고개들을 만나며 고개를 갸우뚱하지만 나름대로 고개마다 사연이 있으니 개터재, 개머리재, 지기재, 신의터재, 비재, 늘재, 버리미기재, 하늘재 등 속리산 구간만 해도 다양하다. 그중에 늘재에서 문장대로 이어지는 구간과 대야산, 희양산 구간은 집채만 한 바위와 약 100m가량의 수직 암릉 로프구간으로 전체 종주 구간에서도 대표적으로 손꼽히는 위험 구간이다. 그 많던 산악회 리본을 전혀 볼 수 없고 새벽에 독도법을 상기하며 목표지점을 찾아야 하는 이곳에서 칠흑 같은 우중에 사라진 길을 찾다가 엉뚱한 길로 들어서 1시간가량을 허비하기도 했지만 날이 밝아 오면서 펼쳐지는 운무의 장관은 허비가 아닌 투자의 시간으로 가슴 속 소중한 추억으로 자리를 잡게 된다. 이러한 도전정신 뒤에 오는 짜릿한 기분을 만끽하기 위해 종주라는 목표를 세우고 희열을 느끼게 하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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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백산 구간 (하늘재-도래기재, 도상 97.4Km, 실거리 177.9Km)
이화령, 문경새재의 조령3관문을 지나고 하늘재에서 출발하여 포암산을 거쳐 대미산을 찍고 눈물처럼 적게 나오는 눈물샘 ‘깊은 산 속 옹달샘’에서 비박을 하고 황장산 구간을 지나며 남한 절반지점을 통과한다.
소백산 구간은 한여름과 한겨울을 넘나드는 가운데 진행되었다. 무더위가 한창인 8월에는 도솔봉 정상으로 향하는 길에 사위에서 환영하는 여름 야생화에 취해 가는 길을 더디게 했지만 그 덕분에 무더위를 잠시 잊기도 했다. 죽령에서 시작한 소백산 정상구간은 한겨울 동장군이 기승을 부리는 한겨울 새벽 3시부터 눈보라를 안고 죽령에서 시작했다. 덕유산과 비슷한 소백산 정상부근의 비로봉은 밋밋한 언덕의 민둥산이지만 칼바람으로 유명한 곳이다. 필자도 그 구간을 지날 때 뼛속까지 스며드는 냉기로 인해 설경을 뒤로하고 마루금을 따라 국망봉을 지나 급히 바람을 피한 후 뜨거운 커피에 라면국물로 추위를 달래보지만 좀처럼 회복되지 않자 먼저 러셀(Russell, 겨울철 눈이 많이 쌓인 산을 등반할 때, 선두가 눈을 밟고 헤치며 길을 만들어 앞으로 나아가는 것)를 자청하며 출발한다. 말로만 듣던 저체온증의 위험을 몸소 체험하며 고치령까지 25Km, 13시간의 구간을 마무리하며 자연 앞에 인간의 나약함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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