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무게를 잊게 하는 곳 ‘덕적도’

삶의 무게를 잊게 하는 곳 ‘덕적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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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이는 덕적도의 서포리해수욕장을 일러 한국의 마이애미라고 했다지만, 필자는 \감히 덕적도를 ‘하늘아래 낙원’이라고 부르고 싶다. 인간에게 있어 낙원이란 그 땅에 깃들여 사는 사람과 자연이 한 데 잘 어우러지고, 그들이 순박해야 진정한 낙원이겠기에!

여의나루 선착장, 무척 이른 시간이었지만 한강에서 배를 타고 바다로 나간다는 사실에 삼삼오오 모인 사람들의 얼굴이 약간은 들떠있는 것 같았다.

   
 
   
 
   
 

현대유람선에서 운영하는 정원 70명을 태울 수 있는 조그만 배는 유람선이라기보다는 순전히 수상 교통을 제공하는 데 불과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유람선 관계자의 말에 의하면 내년 상반기에는 전형적인 유람선을 들여와서 여행객들이 더욱 편하고 즐거운 여행을 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란다.

 

여의나루에서 덕적도까지 가는 항로는 세 단계가 있다. 한강에서 아라뱃길까지 1시간, 아라뱃길이 끝나는 서해 갑문까지 1시간, 유유히 흐르는 강물만큼이나 배 또한 유유자적이다. 주위의 경관을 음미하면서 시원한 청량음료 같은 강바람과 노닥거리며 서해 갑문에 도착했다.

 

서해로 진입하기 위한 세 번째 관문이다. 놀라운 사실은, 서해 갑문을 한 번 여는데 드는 비용이 무려 3천만 원이란다. 그러니까 우리가 서해로 진입하는 1~2분 만에 3천만 원을 소비한 것이다. 언젠가 필자가 라스베가스에 갔을 때 화산폭발을 재현하는 불 쇼를 본 적이 있는데 3분 쇼에 3억 원이 든다고 했다. 하지만 그들은 외화를 벌어들인다는 목적이 있었다. 우리 저 서해갑문도 장차는 그런 외화벌이를 할 수 있을까?

서해 갑문에서 덕적도까지 2시간이 걸렸다. 글로 읽거나 이야기로 듣는다면 도합 4시간의 뱃길이 지루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지만, 한강과 아라뱃길에는 이야기가 있었다. 이를테면, 아라뱃길 입구의 건물은 황포돛배의 모양을 본떠서 지었고, 강가 쪽으로 향한 가스관의 파이프는 야자수 나무 모형을 만들어 씌워 놓아서 멀리서 보면 이국적인 느낌을 물씬 풍겼다. 강물 따라 자전거길이 있어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나 산책을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고, 강기슭에 근사한 집들과 조형물들이 군데군데 있어서 제법 볼거리가 쏠쏠했다. 서해로 접어들자 우리가 탄 배는 바리스타가 잘 내린 커피 위에 휘핑을 얹어 맛있는 카페라떼를 만들 듯이 온몸으로 카페라떼를 만들며 잘도 달렸다.

   
 

 신석기시대부터 인류의 흔적을 간직한 덕적도(德積島)는 <수도권 최고의 섬 덕적도>라는 이름표를 달고 손님을 맞이하고 있었다. 덕적도의 원래의 이름은, 깊은 바다에 떠 있는 섬이란 뜻의 우리말 ‘큰물섬’이었다. 8개의 유인도와 34개의 무인도로 구성된 군도지만, 그 명성에 비해 한가로운 곳이었다. 사람들의 표정은 태평스러워 보였고 거리는 조용했으며 관광지 특유의 들뜸이나 혼잡함은 없었다. 그래서 더 마음이 끌리는, 여유를 찾을 수 있는 곳이기도 했다.

 

   
 
   
 

첫 걸음질은 국수봉을 향해 시작했다. 국수봉 초입의 계단은 싱그러운 숲과 풀과 들꽃이 수를 놓아 무척 아름다웠으며, 숲길은 양탄자를 밟는 것처럼 부드러웠다. 덕적도에서 산길을 걷는다면 거의 비조봉을 걷기 때문인지 국수봉은 인위적인 시설도 없고 길도 닳지 않은 자연스러운 산길이었다. 40분가량 올라갔을까? 왼쪽 아래로, 평양기생이 외씨 버선발을 내디딜 때마다 살짝살짝 비치는 속치마처럼 감질나게 보이는 경관은 필자의 동공을 크게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좀 더 잘 볼 수 있을까 안달하다가 문득 든 생각이, ‘저렇게 아름다운 곳이라면 어딘가에 분명히 전망대가 있을 거야.’였다. 역시 있었다.

   
 
   
 

긴 나무 의자까지 준비 되어 있는 그 곳은 비록 협소하기는 하나 분명 전망대였다. 눈 아래 펼쳐진 장관을 놓칠세라 깨끼발을 딛고 보고 또 봤다. 국수봉 아래는 잘 정리된 들판이 푸른색을 잔뜩 안고 안존하게 자리 잡고 있고, 벗개 방조제를 경계로 푸른 바다가 넘실대고 있었다. 산 위에서 보기에는 산과 들과 바다가 하나였다. 조화옹의 솜씨에 감탄하며 걷노라니 이번에는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어른 손목만한 산도라지를 캐서 자랑을 한다. 사람들의 발걸음이 뜸함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곳곳에 산도라지꽃이 곱기도 하다.

 

   
 
   
 

국수봉을 지나 바갓수로봉과 서포저수지를 두고 잠시 갈등하다가 더 많은 것, 좀 더 색다른 곳을 보고 싶어서 서포저수지를 선택했다. 무식하면 용감하다는 말이 이토록 실감날 때도 있다. 무작정 저수지 쪽으로 내려와서 지나는 트럭을 세워서 짐칸에 타고 흘러가는 경치를 구경하는 행운을 잡았다. 서울에서 취재차 왔다는 말에 트럭 운전하시는 분이 가 보고 싶은 곳을 말하란다. 염치 좋게 못 이기는 척하며 신세를 지기로 했다.

 

   
 
   
 
   

   
 

서포리해수욕장, 1977년에 국민관광지로 지정된 곳, 바로 한국의 마이애미라 불리는 곳이다. 길이 3km, 폭 300m의 곱고 깨끗한 백사장을 200~300년이 넘은 노송과 해당화가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고, 특이하게도 해변의 모래밭에 새파란 잔디가 깔려 있었다. 눈을 의심하며 다시 보았지만, 눈앞에 보이는 건 사실이었고 그 위엔 새빨간 텐트가 그림 같았다. 화가가 일부러 격정적인 그림을 그린 듯 쨍 소리가 나도록 푸른 하늘과 맞장을 뜨는 푸른 바닷물의 배짱이 두둑해보였다. 바다는 여름에만 좋은 게 아니다. 여름이 떠난 뒤 텅 빈 가을 해변에서 도시의 소음 대신 파도소리 들으며 하염없이 그 쓸쓸함을 맛보는 것도 참 멋스럽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포리해수욕장 뒤쪽에는 적송이 우거진 ‘서포리 웰빙 삼림욕 산책로’도 있었다. 아름다운 꽃이 없어도, 현란한 인간의 조형물이 없어도 자연만으로 이렇게 깔끔한 아름다움을 연출할 수 있다는 게 마냥 신기하기만 했다. 그렇다고 해서 생활하는 데 불편하지도 않다. 해변 주변에는 민박집, 텐트촌, 족구장, 테니스장, 노래방, 자전거 대여점까지 다양한 위락 시설이 있어서 레포츠 천국 같아 보였다.

잠시 서포리해수욕장에 마음을 빼앗기고 있는데 운전하시던 분이 “이 것 좀 보라”며 부르신다. 손에는 엄청나게 큰 광어와 숭어가 들려 있었다. 바닷물이 빠질 무렵 그물을 쳐서 잡았단다. 광어는 먹이를 미처 삼키지 못하고 입에 문 채 잡혀서 조금은 안쓰러워 보였다. 덕적도는 갯바위에서 바다낚시를 즐길 수도 있지만 이렇게 그물을 쳐서 고기를 잡을 수도 있고, 가족 동반을 해서 놀러 온다면 갯벌에서 소라와 게를 잡고 굴을 따는 즐거움도 누릴 수 있단다.

밧지름해수욕장은 청록색의 바다물이 사람의 마음을 경쾌하게 했다. 수심 1.5m 내외로 가족 단위 피서지로 손색이 없어보였다. 뒤쪽으로는 산책하기에 아주 좋은 비조봉이, 앞쪽으로는 끝없는 수평선이 펼쳐져 있어서 그윽한 솔향과 조금은 비릿한 바닷내음이 오묘하게 어우러졌다. 해질녘 비조봉에서 바라보는 밧지름해수욕장은 노을이 내려앉아 그지없이 아름답단다. 이 곳 역시 600여 그루의 해송과 해당화가 어우러진 절경이었다.

 

   
 

덕적도에는 몇 곳의 해변이 더 있는데, 사람이 엎드려서 땅을 파고 있는 형상이라 혀여 굴업도라는 이름을 가진 굴업도해변, 백사장이 완만하고 아늑하며 조개잡이 등 다양한 어촌 체험을 할 수 있는 한원리해변, 기암괴석 사이로 소나무가 자라고 있고 바닷물색이 에메랄드처럼 곱고 갯바위 낚시를 즐길 수 있으며 바지락도 캘 수 있는 소재해변, 크고 작은 자갈과 주변을 둘러싼 서해 최대 규모의 기암괴석이 버티고 있는 능동자갈마당 등등이 있다. 하지만 뭐니뭐니해도 낚시를 즐기시는 분들에게 반가운 소식은, 덕적도는 어디에든 낚싯대만 드리우면 고기가 줄줄이 사탕처럼 올라온단다.

 

   
 
   
 
   
 
   
 

 

   
 

 

언제부터인가 스포츠의 대세가 걷기와 자전거 타기다. 평균 연령 100세를 바라보는 시대에 걸맞게 이곳 덕적도 또한 섬 둘레나, 완만한 등성이는 자전거 길을 잘 닦아 놓아서 자전거로 덕적도 일주를 하기에 좋아 보였다.

옹진군은 덕적도에 2015년까지 해안 둘레길, 해안 산책로, 나루터 특산품 코너 등을 연차적으로 확대하는 테마관광사업인 ‘나그네 섬’ 조성을 추진 중이란다. 어느 곳에서 무엇을 물어보든 정성을 다해서 대답해 주고 길을 물으면 따라오면서 가르쳐 주는 사람들의 마음 씀씀이가 자연을 닮은 것 같아 참 좋았다.

 

   
 
   
 

어느새 5시다. 빠듯한 일정으로 다 둘러보지 못해서 섭섭한 마음 한 가득이다. 바다역에서는 타고 온 배가 돌아갈 시간 다 됐다고 뿌우뿌우 뿔 나팔 소리를 내며 연신 사람들을 불러댄다. 지나 온 길을 다시 어림잡아 둘러보았다. 6시간 만에 참 많은 것을 보고 숨차게 돌아 다녔다.

덕적도 여행에서 산을 오른다면 스틱을 지참하고 트레킹화나 등산화를 신을 것을 권해 드린다. 산길이 험해서라기보다 안전을 위해서. 옷은 아래 위 모두 긴 옷으로 입어야 각종 곤충들로부터 안전하다. 인적이 드문 산길이라서 벌을 자주 만났다. 밝은 색의 옷을 피하고, 향기가 짙은 화장품 사용도 피해야 한다. 일단 벌을 만나면 조용히 재빠르게 그 곳을 벗어나야 한다. 일행이 한방 쏘였는데 카드로 쏘인 부위를 긁어내고 물파스를 발라 응급 처치를 했다.

   
 
   
 

여의나루에서의 여행은, 성수기인 7/20~8/19일까지는 매일 이른 7시에 출항을 하고, 비수기에는 토, 일요일 이른 7시에 고정적으로 출항, 평일에는 35명 이상의 단체 손님이 있을 시에만 운항을 한단다. 승선 요금은 아직 홍보 기간이라서 개인이든 단체든 35% 할인된 가격 57.400원이고 왕복 요금이다. 여의나루에서의 여행이 지루하다고 느껴지면 인천 연안부두에서 덕적도로 가는 페리호를 이용해도 된다. 시간은 1시간 걸린다.

 

***여행 정보

여의나루->덕적도:현대유람선(032-882-5555)

인청항연안여객터미널->덕적도:스마트여객선(032-884-4967) 시프렌드여객선(032-887-2891)

*덕적도 내 교통편

선착장에서 바을버스(여객선 입도 시간에 맞춰서 운행)

콜택시(010-2055-5855) 일행이 많으면 승합차 콜15.000원

숙박업소에서 봉고차 운영, 단체손님일 경우 식당에서 봉고차 운영(무료)

***숙박 정보

덕적펜션민박032-832-4548. 이화콘도민박032-831-4488 서포비치032-831-2841

***식당 정보

자연산횟집032-831-3294 굴손칼국수032-833-0707 덕적가든032-831-1255

***옹진군청 문화 관광과 032-899-2210

   
 

도움주신 카페: 다음카페 [나를 찾아 길떠나는 도보여행]

http://cafe.daum.net/walkabouts

 

< VOL.201 방송과기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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