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근한 밤 잠 주무셨어요? – 1

포근한 밤 잠 주무셨어요? –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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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말, 지상파 종일방송 시대가 열렸습니다. 하지만 방송기술인으로서 마냥 기뻐할 수는 없습니다. 업무는 늘어나게 되었고, 이에 따른 대책은 전무하기 때문입니다. 방송기술인의 건강이 심히 걱정되는 부분이며, 시급한 인력보강과 업무조정이 필요하다 하겠습니다. 이런 시점에서 󰡔방송과기술󰡕은 새해를 맞아 방송기술인과 때려야 땔 수 없는 야근과 교대근무에 따는 건강에 대한 의미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번 호에서는 야근이 수면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다음 호에서는 수면의 소진에 따른 증후군 현상. 즉, 소진 증후군의 의미와 해결책들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방송기술인을 비롯한 유사 직종에 계신 분들에게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수면 건강

스트레스 관리 주제로 기업체 강의를 갔을 때 ‘하루에 9시간 이상 주무시는 분 손들어 보세요?’라 질문하자, 청중들 황당하단 얼굴로 크게 웃는다. 요즘 같은 경쟁 사회에 직장인이 그만큼 잔다면 거의 인생 포기한 것 아니냐는 표정에 공감이 된다. 실제 현대 직장인들의 평균 수면 시간은 6시간대이다. 그러나 1960년대 미국 한 지역, 오피스에서 일하는 직장인들을 대상으로 평균 수면 시간을 측정했을 때 9시간대의 평균 수면 시간이 나왔다. 수면 장애로 고생하는 개인들이 급증하고 있지만 앞의 통계를 보면 불면은 개인을 넘어선 인류적 현상이란 생각이 들 정도이다. 과거보다 뇌는 더 혹사당하고 감성 에너지는 방전되고 있는 것에 비해 쉬고 충전하는 수면 시간은 더 줄어든 악조건에서 우리들은 살고 있다.

‘선생님, 자는 시간이 아까워요’라며 정열적인 삶의 에너지를 표출하는 존경스러운 분들도 있지만, 라이프스타일 의학 측면에서 수면은 정신적‧신체적 건강 유지에 가장 중요한 의식이다. 라이프스타일 의학은 말 그대로 비약물적인 요법을 통한 건강증진을 연구하는 분야이다. 운동, 식이, 스트레스 관리 등이 핵심 콘텐트이다. 수면은 각 요소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라이프스타일 솔루션이다.

건강한 수면이란 무엇일까, 수면 시간인 양도 중요하지만, 질도 매우 중요하다. 수면은 스위치 온‧오프처럼 단순하게 잔다‧깬다로 구분되지 않는다. 수면 구조(sleep architecture)라 하는데 수면의 깊이는 4단계로 내려가고 3, 4단계의 잠을 깊은 잠(deep sleep)이라 부른다. 심해 깊이 우리 잠이 빠져들 때 진정한 쉼과 충전이 일어나게 된다. 양질의 수면 구조란 누우면 금방 잠이 들고, 이를 수면 진입이라 한다, 잠이 들면 깨지 않고 깊은 잠에 드는 것을 이야기한다. 수면 진입과 깊은 잠이 이루어질 때 충분한 휴식과 감성 에너지의 충전이 일어난다. 그러나 수면 진입에 문제가 있어 고생하는 분들이 너무 많고, 누워서 아무리 자려고 해도 잠이 오지 않는다는 호소가 애처롭다. 누우면 잠은 드는데 새벽에 깨면 잠이 오지 않는다든지, 수차례 잠이 깨서 괴롭다는 분들도 많다. 조각난 잠(fragmented sleep)을 자는 것이다. 건강한 수면은 잠을 자고 일어났을 때, 포근하고 개운한 느낌의 아침을 맞게 한다. 하루의 감성 노동으로 방전되어 버린 감성 에너지가 다시 충전되었다는 신호이다. 그러나 우리들 중에 가뿐하고 포근한 아침의 기상을 경험하는 사람들이 몇이나 있는지 모르겠다. 화려하고 스피드한 현대의 삶 이면에 녹처럼 스며든 피로에 지쳐 있는 것이 우리의 모습 아닌가 싶다.

 

야근, 그 무서운 놈

우리 뇌에는 생체시계가 있다. 빛의 양, 들어오는 음식을 통한 포만감, 호르몬 변화 등을 통해 나의 라이프스타일을 조정한다. 낮과 밤이 자주 바뀌는 야근은 이 생체시계에 혼란을 야기한다. 불면증 환자에게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자는 친구가 툭 던지는 ‘마음 편히 먹고 자’란 위로의 말은 상처만 준다. 수면의 조절은 우리가 자동차 운전하듯 의지와 이성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영역이다. 수면은 그 조절센터가 감성의 뇌에 존재하기 때문이다. 야근으로 인한 생체시계 혼란은 불면의 주범이고, 불면은 감성에너지의 충전을 앗아가기에 감성에너지가 다 빠져나가는 피로 사회의 소진 증후군을 만든다. 또한 야근은 비만의 직접적인 원인이 된다. 밤에 고생하며 일하니 살이 빠져야 할 텐데 복부 비만이 더 심해진다. 야근 스트레스로 인해 스트레스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기 때문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생존과 직결된 호르몬, 단기적인 전투 상황에서는 매우 긴요하나 장기적으로 스트레스 과다 상태가 유지되면 몸이 망가지게 된다. 현대인의 스트레스 병이란 단기 처방인 스트레스 시스템의 지원이 장기화될 때 일어나는 현상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은 먹을거리가 풍족한 세상인데도 불구하고 굶어 죽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하게 하여 식욕을 더 당기게 하고 같은 에너지도 복부에 더 많이 지방으로 에너지원을 축적시킨다.

야근 스트레스는 쉼의 시간인 수면 구조를 망가뜨려 삶의 에너지가 소실되는 소진 증후군을 야기하고 심리적인 소진을 넘어 과다 스트레스 향진으로 인한 비만을 포함한 성인병의 발병원인이 될 수 있다. 예방을 위해서는 일단 문제를 파악해야 한다. 아래에 그 기전을 설명하겠다.

 

   
 

 

야식, 수면 장애 그리고 스트레스 비만

수면 시간이 짧아지면 이로 인해 식욕과 에너지를 조절하는 호르몬까지 영향을 받는다. 하루 5시간 자는 사람은 8시간 자는 사람보다 식욕을 자극하는 호르몬인 그렐린이 15% 많이 나오고, 수면 부족은 식사 욕구와 에너지를 조절하는 호르몬 생산을 교란시킨다. 생체 리듬이 깨어지면 멜라토닌(melatonin)의 분비 양도 흐트러지고 숙면을 취하면 분비되는 생체호르몬의 분비마저 원활하지 못하다.

그래서 보통은 잠이 부족하면 “어디 가서 한숨 자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약속도 취소하고 집으로 직행하게 된다. 체내의 호르몬이 멀미를 하고, 체증을 일으키니 그럴 만도 하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와서는 ‘밥은 먹고 자야지.’ 하는 생각에 식사 후 바로 잠자리에 들어간다. 수면 부족은 피로를 증가시켜 운동량을 줄이게 되고, 이것이 비만을 촉진하게 된다.

충분히 숙면을 취하지 못하면 식욕을 조절하지 못할 뿐 아니라 몸에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이것이 반복되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티졸(cortisol) 수치가 높아져 지방이 복부에 쌓이는 환경을 만든다. 또 수면과 휴식을 제대로 취하지 못하면 몸에서 세로토닌(serotonin) 생성을 방해하게 되는데 뇌에 세로토닌이 고갈되면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져 과식, 폭식으로 이어진다. 세로토닌이 뇌의 주식이기 때문이다.

주로 밤이면 음식이 댕기는 야식 증후군도 수면과 관련이 있다. 잠을 충분히 자지 못하면 성장호르몬도 충분한 양을 분비하지 못해 지방이 축적된다. 성장호르몬은 수면 중에 주로 분비되며 근육을 만들고 지방 분해에 도움을 주기 때문에 수면과 각성의 균형이 깨지면 낮 시간에는 식욕이 없다가 밤만 되면 음식을 섭취해야 하는 야식 증후군이 생겨 반드시 밤에 무엇인가를 먹어야 잠을 잘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고정적인 식사 시간이 뒤로 밀리고, 밤에 야식을 즐기면 빛만큼이나 뇌의 생체시계에도 영향을 준다. 불균형이 되는 것이다. 뇌의 생체시계는 밤 11시에 자려고 하는데 자꾸 빛과 음식이 들어와 뇌 스스로 밤 11시인지, 새벽 5시인지 혼동하게 되고, 수면 스위치를 내리는 것을 자꾸 뒤고 미루게 된다. 이를 생물학적 주기 불일치(Circadian Misalignment)라고 부른다.

음식물 섭취는 중요한 차이트게버(Zeitgeber : 생물 시계의 움직임에 영향을 주는 빛, 어둠, 기온 등)이다. 즉 당뇨나 비만처럼 식이 행동 문제를 일으키는 병은 역으로 수면 시간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여기서도 악순환의 고리가 생성된다.

 

   
 

렙틴과 그렐린 같은 호르몬은 식욕뿐 아니라 잠에도 영향을 미친다. HCRT는 뇌의 각성과 수면 스위치 역할을 한다. 이곳에 식욕억제호르몬인 렙틴은 HCRT에 작용하여 수면 스위치를 켠다. 반면 식욕자극호르몬인 그렐린은 HCRT의 수면 스위치를 끈다. 즉 각성 상태를 유지하게 만드는 것이다. 적절한 포만감은 숙면을 도와준다. 단지 적절한 시간에 잘 먹은 후에 나타나는 포만감은 렙틴이 시상하부 식욕조절 센터에서 나타나는 현상이고, 이것은 HCRT에도 작용하여 생물학적 시계가 수면 시간을 가리키면 스위치를 켜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잠을 자게 한다.

배가 고프면 잠이 오지 않는다? 그렇다. 공복감은 식욕촉진호르몬인 그렐린을 위에서 분비하고 이것은 시상하부에 작용해서 수면 스위치를 내리게 한다. 즉 각성 상태를 유지하는 것인데 이것이 생존에 도움이 되는 시스템이다. 에너지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에서 수면에 들어가는 것은 죽음일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이 적절한 수면, 적절한 포만감과 공복감이라는 것이다. 이 균형이 깨지면 우리 몸은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수면건강(Sleep Hygiene)에 도움이 되는 십계명

1. 규칙적인 기상 시간을 유지한다

2. 카페인, 알코올은 삼가한다

3. 낮잠은 자지 않는다

4. 규칙적인 운동을 한다

5. 취침 전 자극적인 TV 시청 대신 릴랙싱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나 독서 를 한다

6. 취침 전 20분 동안 체온수준 온도에서 전신욕을 한다

7. 규칙적인 식사를 하되 과식은 삼가한다

8. 하루 필요량 이상 침대에 누워 있지 않는다

9. 수면 환경을 편안하고 안락하게 유지한다

10. 잘 때만 입을 수 있는 잠옷을 마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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