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미디어 동향 ‘SNS+생방송’의 새로운 가능성 :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해외 미디어 동향 ‘SNS+생방송’의 새로운 가능성 :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그림 1]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의 경기가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페리스코프로 중계되고 있는 장면 / 출처 : The Verge(2015. 5. 3)
[그림 1] 메이웨더 대 파퀴아오의 경기가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 페리스코프로 중계되고 있는 장면 / 출처 : The Verge(2015. 5. 3)

최근 미국의 라스베이거스 MGM 호텔 특설 링에서 WBC, WBA 웰터급 통합 타이틀전으로 메이워더와 파퀴아오의 ‘세기의 복싱 대결’이 펼쳐졌다. 2억5천만 달러의 천문학적 대전료로 초미의 관심을 끈 이 경기는 미디어 업계에서 또 다른 차원의 관심을 집중시켰다. 이 경기가 끝난 후 트위터의 최고 경영자(CEO) 딕 코스토로는 “이번 대결의 진짜 승자는 페리스코프”라는 트윗을 날렸다.

SNS를 통한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최근 미디어 시장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어떤 의미에서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그리 낯선 개념은 아니다. 이미 사람들은 인터넷 개인 방송국인 저스틴TV, 유스트림, 아프리카TV를 경험했고, 유튜브라는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에 익숙하며, 휴대폰으로 영상 통화를 하고,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통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한다. 트위터는 6초가량의 동영상 편집을 기반으로 한 SNS를 ‘바인(vine)’이라는 서비스로 제공한 바 있다. 하지만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서비스는 이들의 주요 핵심 속성들이 조합되어 탄생한 ‘새롭지 않은 듯 새로운’ 서비스이다.

미어캣(Meerkat)으로 집결된 ‘새롭지 않은 듯 새로운’ 동영상 서비스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붐의 첫 번째 주자는 미어캣(Meerkat)이었다. 올해 1월 말 출시된 이 애플리케이션은 간단히 ‘스트림’ 버튼을 눌러 촬영한 동영상을 트위터에서 바로 생중계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하며, 동영상 공유는 트위터에 접속 링크 주소가 게시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낯선 사람의 영상에도 접근이 가능하므로 많은 사람들이 동시에 한 카메라 영상을 보면서 서로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다. 누구나 쉽게 채널을 열고 닫을 수 있고, 영상을 보내는 사람과 보는 사람의 구분이 명확하지 않은 새로운 형태의 동영상 서비스 시대가 열린 것이다.

미어캣은 출시한지 한 달 만에 16만 명, 두 달 만에 30만 명의 사용자를 확보하는 등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미어캣 출시 당시 투자 모금액은 350만 달러였는데, 이용자가 급증한 후 2차로 진행한 개인 투자자 모집에서는 1,200만 달러 이상의 투자액을 확보했다. Tech Crunch의 보도에 따르면, 미어캣은 5,200만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기존의 라이브 스트리밍 앱에 비해 미어캣이 특별히 주목받은 것은 좋은 화질, 그리고 이미 수많은 사용자들이 네트워크를 이룬 트위터를 통해 막강한 잠재력을 발휘했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미어캣은 최근 미국 텍사스 오스틴에서 개최된 사우스 바이 사우스웨스트(SXSW) 페스티벌을 통해 더욱 널리 알려졌다. 음악 페스티벌로 출발해 스타트업과 에이전시들의 축제로 확대된 SXSW에서 각종 음악 공연, 비디오 세션, 파티 등이 미어캣을 통해 대중에게 실시간으로 스트리밍되었고, 특히,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명한 스포티파이(Spotify)가 SXSW 행사에서 미어캣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하면서 화제를 모았다. 스포티파이는 다양한 음악 아티스트들의 쇼케이스와 DJ 라이브 공연 세션을 미어캣으로 중계하며 이용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스포티파이에 의하면, SXSW 현장을 촬영한 영상은 5,000명 이상의 뷰어에게 전달되었고, 이들은 평균 20~25분의 시간을 스트리밍 페이지에 머무른 것으로 나타나 체류 시간이나 몰입도 측면에서 긍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되었다.

[그림 ] 미국의 인기 토크쇼 는 제작진 회의를 페리스코프로 생중계하는 등 비하인드 콘텐츠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홍보와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 출처 : Seodirect.org(2015. 4. 23.) “7 ways to connect with your audience using the Periscope App”
[그림 ] 미국의 인기 토크쇼 는 제작진 회의를 페리스코프로 생중계하는 등 비하인드 콘텐츠를 중심으로 프로그램 홍보와 시청자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 출처 : Seodirect.org(2015. 4. 23.) “7 ways to connect with your audience using the Periscope App”

트위터의 미어캣 차단과 페리스코프(Periscope)의 등장
미어캣을 필두로 시작된 모바일 라이브 스트리밍 붐은 트위터가 미어캣을 차단하면서 다소 복잡한 양상으로 접어들었다. 바로 페리스코프의 등장이다.
지난 3월 트위터는 승승장구하던 미어캣을 팔로워 연동 제한이라는 방식으로 돌연 차단했다. 곧 의문점은 풀렸다. 올해 1월 트위터가 1억 달러(1,100억 원) 안팎을 투자해 소셜 기반 동영상 스트리밍 앱 서비스 업체인 페리스코프를 인수한 것이 뒤늦게 알려진 것이다. 페리스코프는 미어캣과 유사하게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동영상을 생중계할 수 있는 서비스이다. 페리스코프 인수는 트위터가 최근 추진한 인수합병 중 거래규모가 가장 크다. 트위터는 미어캣의 접근을 차단한 지 열흘여만인 3월 26일 페리스코프를 전격 출시했다. 미어캣과 페리스코프 둘 다 트위터를 기반으로 하지만, 미어캣은 서드파티로서 트위터를 이용했던 것에 반해 페리스코프는 트위터가 직접 소유한 서비스로서 전면적 지원을 받고 있다는 차이점을 지니게 되었다.
페리스코프는 트위터의 방대한 소셜 네트워크를 이용해 개인 동영상 방송을 가능하게 한다. 페리스코프 앱을 깔고 트위터 계정으로 로그인하면 내 트위터 친구들이 연동되어 나타난다. 간단한 소개 글을 적고 ‘방송 시작하기’ 버튼만 누르면 바로 휴대기기로 촬영한 장면이 ‘생방송’으로 전달된다. 트위터 친구들이 전하는 방송 외에 다른 방송도 볼 수 있다. 시청자는 방송에 메시지를 쓰거나 ‘하트’를 보내는 식으로 자신의 선호를 표시하며 방송에 참여할 수 있다. 하트를 많이 받은 생방송은 상위로 추천된다.

페리스코프는 미어캣과 전반적으로 비슷한 서비스이지만, 미어캣과는 달리 동영상을 재시청할 수 있도록 동영상 저장 기능을 지원한다는 점에서 차별적 강점을 지니고 있다. 미어캣은 라이브 스트리밍만을 제공하는 서비스여서 시청자가 실시간 영상을 나중에 다시 볼 수 없다. 실시간 스트리밍 당시 이용자들이 해당 동영상에 남긴 댓글들은 동영상이 사라진 후에 맥락 없이 붕 뜬 채 남아 있게 되는 약점이 있었던 것이다. 또한, 그동안 페리스코프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트위터 계정을 갖고 있어야만 했지만, 앞으로는 전화번호를 등록하면 페리스코프 서비스에 접속할 수 있게 되었다. 이는 페리스코프가 트위터의 의존도를 낮추고, 텍스트 기반의 플랫폼에서 벗어나려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유명 할리우드 스타들이 페리스코프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가령, 토크쇼 <The Ellen Show>를 진행하는 엘렌 디제너러스(Ellen DeGeneres)는 무대 뒤 재미있는 비하인드 콘텐츠를 페리스코프를 통해 생중계하면서 자신의 프로그램을 홍보하고 이용자들의 참여를 독려했다.

모바일 동영상 라이브 스트리밍 서비스가 방송에 미치는 영향
앞서 언급한 복싱계의 빅매치 메이웨더-파퀴아오 경기에서 많은 사람들이 페리스코프를 이용해 TV 중계 화면을 중계하면서 화제와 논란이 가중되었다. 이 경기는 두 선수 전속 계약사인 Showtime과 HBO가 공동 중계했다. 페이퍼뷰(pay-per-view)로 제공된 만큼, 시청자는 이 경기를 보기 위해 약 100달러가량의 요금을 추가로 지불해야만 했다. 엄청난 대전료만큼이나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된 이 경기를 무료로 보고 싶은 사람들은 페리스코프로 몰렸다. 휴대폰이나 태블릿에 페리스코프 앱을 깐 뒤 경기 중계 화면 쪽으로 카메라를 갖다 대는 방식으로 개인 중계를 하거나 경기장 링 근처에서 경기 장면을 전송하기도 했다.
미어캣, 페리스코프 등의 등장은 기존 방송사가 거대한 중계차와 카메라를 동원해 만들어내던 생방송을 일반 개인이 별다른 장비나 기술 없이 스마트폰만으로 구현할 수 있는 시대로 이끌었다. 물론, 동영상의 화질이나 콘텐츠의 구성 품질에서 기존 방송과는 차이가 있겠지만, 실시간 콘텐츠가 가지는 현장감 및 속보성의 차원에서는 충분히 매력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
이는 방송사 입장에서 광고 및 이용료 수익에 직격탄이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메이웨더-파퀴아오 경기의 일부 스트리밍은 차단되기 전까지 최대 10,000명의 시청자 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트위터는 이 경기 중 66건의 저작권 침해 보고를 받고 30개 스트리밍을 차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타격을 받는 것은 스포츠 경기 등의 생중계 프로그램뿐만이 아니다. HBO의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의 새로운 5시즌 방영 첫날, 페리스코프에는 수십 개의 ‘왕좌의 게임’ 중계 채널이 생겼다. HBO는 트위터를 비난하며 저작권 침해에 따른 게재물 삭제(takedown)를 요청했다. 페리스코프는 “저작권을 위반하는 방송을 해서는 안 되며 저작권을 침해하는 영상이나 계정은 사전 통지 없이 삭제할 수 있다”라고 이용약관에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HBO 등은 저작권 침해에 대해 페리스코프가 단순 통지 등의 소극적인 입장만을 취하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하는 상황이다. 자신이 보고 있는 것에 대해 간단한 소개 글을 적고 ‘방송 시작하기’ 버튼만 누르면 바로 생방송을 할 수 있으므로, 페리스코프 이용자가 드라마 등 방송 콘텐츠를 재전송하는 것을 완전히 막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 보인다. 따라서 페리스코프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상황의 콘텐츠 재전송에 대한 저작권 위배 여부 논란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저작권 위배 경우에도 트위터가 책임을 지게 될 것인지 혹은 동영상을 전송한 개인에게까지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인지도 쟁점이다. 저작권 외에 생방송 동영상을 통한 사생활 침해 논란도 더욱 확대될 것이다.
하지만 페리스코프의 잠재력은 비단 법적 이슈가 되는 콘텐츠 재전송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우리 주변 일상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화제와 이슈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실시간으로 전송될 것이고, 동시에 멀리 떨어진 전 세계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을 생생한 동영상 화면으로 눈앞에서 보는 것과 같이 접할 수 있다. 또한, 가로형 화면에서 세로형 화면으로의 드라마틱한 전환이 예상되기도 한다. 스마트폰 단말의 스크린에 최적화된 동영상 포맷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는 까닭이다.

‘잠망경’이라는 의미의 페리스코프는 “다른 이의 눈을 통해 실시간으로 세상을 탐험하라”는 슬로건을 내세운다. “실시간 동영상은 당신을 그곳으로 데려가 당신이 그곳에 있는 것처럼 볼 수 있게 한다”는 것이다. 최근까지 그 역할은 방송사가 담당해왔다. 이제 그 힘이 모든 일반 사람들의 손에 들어온 셈이다. SNS가 구현하는 생방송, 동영상의 소셜화가 앞으로의 미디어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지 주목된다.

참고문헌
CIO(2015. 3. 31.) 미어캣 vs. 페리스코프…소셜 마케팅의 새로운 지평 ‘라이브 스트림’.
Mashable(2015. 5. 12.) Now Periscope lets you sign up without a Twitter account.
Tech Crunch(2015. 3. 13) Twitter confirms Periscope acquisition, and here is how the livestreaming app works.
The Hollywood Reporter(2015. 4. 14.) HBO criticizes Periscope over ‘Game of Thrones’ live streams, issues takedown notices.
The Verge(2015. 5. 3.) Periscope made it easy to watch the Mayweather-Pacquiao fight for free.
SNL Kagan(2015. 5. 15.) SME ’15: Content discovery and the socialization of video.
디지털코리아(2015. 3. 26.) ‘미어캣’ 무슨 앱이길래..한달새 30만 폭풍인기.
매일경제(2015. 3. 10.) “22억달러 온라인 스트리밍 시장 잡아라” SNS 기업 속속 진출.
블로터닷넷(2015. 3. 27.) 트위터, 동영상 생중계 앱 ‘페리스코프’ 공개.
지디넷코리아(2015. 5. 4.) 메이워더 vs 파퀴아오, 진짜 승자는 페리스코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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