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호 ‘책 속으로’

5월호 ‘책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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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부는 평생하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방송기술인들이야 방송현장에서 많은 것을 보고 배우고 있지만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있고, 알아야 할 것들과 생각의 깊이가 점점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합니다. 시각 정보만이 아닌 감성과 지식의 보고인 책을 다루어보면 어떨까 싶어 방송과기술에서는 지난 3월부터 ‘책 속으로’ 코너를 신설하였습니다. 읽을 만한 책 소개와 함께 기술인이 직접 읽고, 그 소감을 독자와 공유하는 공간입니다. 지면의 부족으로 많은 책을 다루지는 못하겠지만 작은 도움이 나마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방송법의 모든 것을 풀이한다

방송법제론

이구현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 가격 37,500원

 

아직도 알 권리와 퍼블리시티권 사이를 헤매는가? 협찬품 고지광고는 부가가치세 과세 대상인가? 방송사 토론회에서 당선이 예상되는 후보만 초청했다면 초청받지 못한 후보자의 피선거권이나 평등권을 침해한 것인가? 피의사실 보도 책임의 한계는 어디까지인가? 방송법을 읽는 것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었던 수많은 질문에 답하고, 다양한 판례와 외국의 사례를 들어 방송법을 쉽게 풀이한다.

 

 

   
 

9·11 테러는 어떻게 악의 산물이 되었나?

권력의 투사법, 뉴스 프레임·여론·미국의 대외 정책

로버트 엔트만 지음

커뮤니케이션북스 / 가격 31,500원

 

9·11 테러는 어떻게 악의 산물이 되었을까? 정치 커뮤니케이션 연구에서 프레이밍보다 더 핵심적인 개념은 없다. 로버트 엔트만은 대통령, 언론인, 국민, 엘리트 집단이 미디어 프레이밍에 어떻게 대응하는지 분석한다. 계단식 정보 흐름 모델로 미국의 다양한 외교 사례를 비교한다. 권력의 역학관계에 따라 정책 담론이 어떻게 흐르는지 포괄적으로 설명한다.

 

 

 

   
 

창의성의 천재들에 대한 30년간의 연구보고서

최고의 공부

켄 베인 지음 / 이영아 옮김

와이즈베리 / 가격 15,000원

 

교수를 가르치는 교수’란 별명을 가진 교수법 전문가 켄 베인 박사는 100명의 창의적 리더들과 나눈 인터뷰와 30년간의 연구를 바탕으로, 성적을 위한 공부와 행복을 위한 공부는 어떻게 다른가, 성공한 학생들과 평범한 학생들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 각 분야의 창조적인 리더들의 공부 전략은 무엇인가, 공부를 계속하는 힘은 어디에서 오는가에 대한 실천적인 해답을 들고 찾아왔다.

 

 

   
 

위대한 석학 25인이 말하는 사회, 예술, 권력, 테크놀로지의 현재와 미래 

컬처 쇼크  

재레드 다이아몬드 외 지음 / 존 브록만 엮음 / 강주헌 옮김

와이즈베리 / 가격 20,000원

 

언어, 학문, 예술, 제도, 테크놀로지, IT 등 인류가 만들어낸 물질적, 정신적 소득인 문화는 인류가 가진 가장 폭발적인 힘이다. 이 책은 우리 세대가 가장 첨예하게 던져야 할 질문, 즉 ‘문화는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진화하고 있는가? 그로 인해 우리의 삶과 사유방식은 어떻게 변화해왔으며, 우리는 무엇에 주목하고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 ‘문화’를 해부대 위에 올려놓는다. 

 

 

책을 읽고 나서

오트쿠튀르를 입은 미술사

후카이 아키코 지음 / 송수진 역

 

나경록 CBS 디지털기술국 라디오 송출제작부

 

 

   
 

대학 시절 ‘미시적 관점으로 본 역사’라는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원래 역사라는 과목을 좋아했던 점도 있지만 ‘미시적’이라는 익숙지 않은 단어가 ‘역사’라는 말과 같이 쓰였다는 것이 흥미로웠다.

 

미시적 관점이란 무엇일까? 로마제국이 멸망하고, 나폴레옹이 유럽을 제패하고, 제1,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는 등 우리가 일상적으로 아는 역사는 ‘거시적 관점에서의 역사’라고 한다. 시간의 순서에 따라 그 시대의 가장 큰 역사적 사건을 말하는 것으로 생각하면 된다. 미시적 관점이란 이와는 정반대이다. 미시적 관점에서의 역사는 단적인 예로 어느 평범한 한 사람의 행동을 보고 그 시대의 사회상과 시대를 파악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인 역사공부가 아닌 정반대의 다른 관점에서 보는 역사를 말한다. 평소 생각했던 것과 다른 역사공부란 점에서 신선했던 기억이 있다.

 

‘오트쿠튀르를 입은 미술사’란 이 책도 이와 비슷한 책이다. 이 책은 정통미술사가 보는 관점이 아닌 ’패션’을 단서로 미술사를 말하고 있다. 즉 우리가 흔히 알고 많이 봐왔던 명작, 명화들에 나오는 의상에 주목하여 전개해 나가는 미술사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하지만 책을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알겠지만 이 책은 미술사라기보다는 ‘복식사’, 즉 시대에 따른 옷의 역사라고 제목이 더 어울린다는 생각이다. 오트쿠튀르를 통해 공업의 발달이 가져온 옷감색채의 혁명과 여성의 몸을 억압하던 코르셋으로부터의 해방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옷의 역사가 적혀있어 자세히 읽다 보면 옷의 역사공부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또한, 이 책은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명화들을 설명하고 그 그림들을 책에 함께 삽입하여 읽는 사람들이 알기 쉽게 이해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예를 들어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인상파 화가 작품들에는 특히 우산, 양산이 많이 나온다. 모네나 르누아르, 조르주 쇠라 등의 그림들을 보여주고 그 그림들에 나오는 양산, 우산들을 설명하며 그것들이 유럽에 언제부터 유입되고, 언제부터 그림에 등장했는지 널리 유행한 것은 언제부터였는지를 자세히 설명한다. 그림에 전문가뿐만 아니라, 비전문가도 아무 부담 없이 책을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고 재미있게 쓰여 있다.

 

나는 미술은 잘 모르지만 미술관은 자주 가는 편이다. 그래서 시간이 나면 미술관을 자주 가려고 하고, 해외여행을 가면 꼭 그 나라의 미술관에 들른다. 하지만 미술은 참 어려운 것 같다. 미술을 자주, 계속 보다 보면 자기 나름대로의 보는 안목이 생긴다고들 하지만 나는 아무리 봐도 미술은 아직 어렵다. 그래서 미술 관련 책을 많이 보려고 노력하는 편인데, 이렇게 미술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이 책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을 다 읽고 마지막 페이지를 덮었을 때 가장 먼저 생각이 났던 것은 책을 다 읽었다는 뿌듯함보단 새로운 관점으로 대상을 관찰한 작가의 신선함이 부러웠다는 것이었다. 남들과 다르게 생각한다는 것은 말은 쉽지 참 어려운 일이다. ‘지금 나는 어떠한가?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사람을 바라보고 있진 않은지, 생각이 닫혀있어 1차원적으로만 사물을 바라보는 것이 아닌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된 좋은 시간이었다. 나뿐만 아니라 이 책을 읽는 많은 사람들이 같은 생각을 하리라 생각된다.

 

여기서 궁금한 점. ‘오트쿠튀르’란 무엇일까? 처음 책방에서 책을 집어든 이유도 바로 이 뜻이 궁금해서였다. 이 책 뒤편에서 친절히 알려주고 있는데 오트쿠튀르란 최신유행의 고급 맞춤옷이란 뜻이다. ‘샤넬’, ‘에르메스’, ‘루이뷔통’ 등의 명품브랜드들이 이 오트쿠튀르에서 출발했다고 할 수 있다.

 

미술이나 패션을 좋아하는 사람뿐만 아니라 명품을 좋아하는 사람들도 읽으면 좋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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