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군의 B급 잡설 – 정수의 곱셈에 관한 억측

C군의 B급 잡설 – 정수의 곱셈에 관한 억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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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호에서는 지난 몇 번의 조잡하고 유치한 자동차 이야기에 식상하셨을 독자 여러분을 위해 잠시 화제전환을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화제전환을 하는 김에 약간은 현학적 허세를 추구하여 그동안의 자동차 이야기로 굳어왔던 ‘오덕’스러운 색채를 희석시키고, 지적추구에 매진하는 학구적 이미지를 구축하려고 합니다. 그리하여 이번 호에서 C군이 선정한 일시적 화제전환용 주제는 ‘수학’입니다. 고도로 추상화된 학문으로서 인간 지성의 정점에 있는 수학을 그럴듯하게 논하면 C군에 대한 세간의 평가를 개선하는 것에 다소 도움이 될 것이란 얄팍한 계산이 짙게 깔려있다는 것을 굳이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B급 사원으로 10년을 넘게 살아온 세월이 C군의 지적 허영에 대한 강한 욕망을 불러일으켰음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찌질한 골방 자동차 ‘오덕’이라는
 세간의 평가를 일시에 뒤엎고 저기 저 높은 미지의 어딘가에 닿기 위한 사색의 미로에서 방황하는 아름다운 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기 위해 어떤 수학 이야기를 해야 할지 C군은 막연한 고민을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언제나 역시나 예외 없이 어김없이 얕은 바닥은 서슴없이 그 굴욕적인 민낯을 들이밀었습니다. 제대로 배우고 공부한 것이 없으니 지적 허세를 지탱해줄 재료가 나올 리 만무한 것입니다. 물렁한 C군의 정신력은 점점 허물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무엇을 어찌해야 좋을지 격월로 찾아오는 똑같은 고민의 진폭에 결국 갇히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다가오는 마감날짜는 C군의 낯짝을 점점 호락호락하지 않게 만들고 있었습니다. 역시나 인간의 뻔뻔함은 궁지에 몰릴 때 빛을 발하는 듯합니다. 그도 그럴 것이 연재를 이어갈 재료의 부재에 고개를 떨굴 정도로 낯짝이 여렸다면 B급 사원으로 살아오는 그 모질었던 세월 동안 폭풍처럼 C군을 휘감았던 숱한 오욕과 치욕의 시간들을 견디며 오늘에 이를 수 없었을 것입니다. 웬만한 UV에 까딱도 않을 정도로 부어오른 낯짝으로 C군이 과감히 선택한 지적 허영과 허세의 재료는 바로 정수의 곱셈입니다.

   
 

대한민국의 정규교육과정에서 중학교에 입학하면 처음 배우는 것 중의 하나가 위와 같은 정수의 곱셈에 관한 연산법칙입니다. 대부분 수학 선생님이 일단 외우라고만 하고 그 영문은 졸업할 때까지 영영 설명을 해주지 않는 연산법칙입니다. 중학교 이상의 학생이 대부분 알고 있는 것이지만 왜 이런 연산법칙이 성립하는지 이유를 대보라고 하면 대학생들조차 쉽게 그럴듯한 설명을 못 만들어 내는 것이 바로 위의 연산법칙입니다. 이와 같이 우리가 매우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있으면서 정작 설명은 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과감히 온갖 억측을 덧대어 그럴싸한 스토리를 만들어냄으로써 C군은 잘난 척을 한 번 해보고 싶은 것입니다.
사실 C군이 정수론에 정통한 것도 아닌데 억측으로 끼워 맞춘 정수의 곱셈에 관한 이야기를 공개적으로 늘어놓는 것이 매우 부적절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수학 관련 서적을 이리저리 뒤져도 정수에 관한 모든 것이 일반 대중이 알기 쉬운 언어로 일련의 흐름을 구성하며 친절히 설명되어 있지는 않은 현실에서 아직도 수많은 학생이 영문도 모르고 외우기만 하는 연산법칙에 관한 그럴듯한 근거를 제공하는 것이 의미가 없지는 않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잘난빵 하고 싶은 feel을 끌어올려 지금부터 주절대겠습니다.

   
 

주절댐에 앞서 C군은 왜 아무도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런 문제에 대해 나대려하는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C군은 항상 뿌리가 없는 우리의 교육 현실에 안타까움을 느껴왔습니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이해하거나 증명하지 못해도 공식 하나만을 외워 두 직교하는 변의 길이로부터 직각 삼각형의 빗변의 길이를 맞추는 것에 몰입하는 것은 아무런 득이 되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정리해 놓은 결과를 인용하여 눈앞의 문제를 처리하는 것은 지식이기보다 기술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이런 기술만을 익히는 것은 결과를 지배하는 원인이나 과정에 대한 이해가 결여되어 있으므로 변수가 작용하면 쉽게 잘못된 결론에 도달하고 맙니다. 또한 잘못된 결론에 도달한 이후에도 부족한 이해 탓에 뭐가 잘못되어있는지 진단조차 제대로 내리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문제에 관한 원인과 변수들이 작용하는 과정에 대한 이해가 갖추어졌을 때 지식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지식이 갖추어져야 새로운 문제가 감지되었을 때 이를 정의하고 해석하여 적절한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힘을 가지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우리의 수학교육은 수학교육이 아니라 산수교육에 가깝다고 C군은 느끼고 있습니다. (어디까지나 C군의 개인적 생각입니다. 실제로 대한민국 수학교육의 현실이 심히 우려스러운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견이 있을 수 있습니다.)

유난히 서두가 장황하고 길었습니다. 지금부터 주제에 집중하겠습니다. 인간에게는 기억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기억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지만 모든 순간순간에 작용하는 단기 기억에 초점을 맞추기로 합니다. 인간은 기억으로 인해 직전의 상황과 현재 상황을 비교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서 기억의 존재가 인간에게 현재와 과거라는 개념을 만들어 낸 것 같습니다. 또한, 매우 흥미롭게도 이 과거는 뇌에서 사건의 발생순으로 정렬이 되어 시간이라는 개념도 만든 것 같습니다. 과거와 현재가 시간을 타고 순차적으로 정렬이 되어 주변의 변화를 추적할 수 있게 되자 인간은 학습이라는 것을 시작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학습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며 ‘다가오는 현재’ 다시 말해서 ‘미래’라는 개념도 자연히 만들어냈을 것입니다. 더불어 ‘과거-현재-미래’ 안에서 변하는 외부 개체들과의 상대적 위치 변화에 대한 인식을 통해 공간과 이동에 관한 개념이 탄생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지만 왠지 C군의 생각에 정수의 탄생과 ‘과거-현재-미래’, ‘공간과 이동’이 관련이 있을 것 같아 느닷없이 인간의 기억을 이야기해봤습니다. 정수를 ‘과거-현재-미래’, ‘공간과 이동’에 대한 인간의 인식과 연관 지은 이유는 그것이 -라는 개념의 탄생에 관해 C군이 생각해낼 수 있는 가장 유력한 알리바이이기 때문입니다. ‘과거-현재-미래’, ‘공간과 이동’ 다시 말해서 시공(時空)을 통한 사건의 변화를 수(數)를 통해 묘사해야 하는 필요성이 높아졌던 어느 역사의 한 시점에서 정수가 탄생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C군의 억측의 출발입니다. 아마도 그 역사의 한 시점에서 인간은 자연히 사건진행의 순방향에 +기호를, 역방향에 -기호를 붙이거나 평소 인간이 보편적으로 가지고 있던 긍정적 개념에 +기호를, 부정적 개념에 -기호를 붙였을 것 같습니다. 구체적으로 이야기해보면 3시간 후의 미래는 +3으로 표시하고 3시간 전의 과거는 -3으로 표시하는 것이나, 어느 점을 기준으로 그 점보다 양이 많거나 위쪽 또는 오른쪽이면 +, 양이 적거나 아래쪽 또는 왼쪽이면 -를 붙여 묘사하는 것 등입니다.   

-가 붙는 숫자가 생겨났으니 자연히 이를 +가 붙는 숫자와 연산하는 경우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숫자와 +숫자의 덧셈이나 뺄셈은 직관적으로 이해가 가능하므로 그 계산법에 대해 별다른 의문이 없을 테지만 -숫자와 +숫자의 곱셈이나 나눗셈의 경우는 그다지 직관적이지 못합니다. 우리가 중학교 시절 +와 -의 곱셈과 나눗셈에 관해 외운 연산법칙은 어디에 근거하고 있는가? 이 의문에 대한 추론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 정수의 나눗셈은 정수의 곱셈의 역연산이므로 정수의 곱셈만 이해하면 나눗셈은 자연히 이해하게 됩니다. 고로 여기에서는 정수의 곱셈에 관해서만 언급을 하겠습니다. 사실 정수의 곱셈에서 연산 후의 부호변화가 대단히 심오한 내용을 포함하지는 않습니다. 아마 우리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정수의 곱셈에 관한 연산법칙의 근거라고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이 더 많을 것입니다.

   
 

1)  + × + = +
매시간 2L의 물이 늘어나는 수조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수조의 물이 3시간 후에 얼마나 변해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당연히 2L × 3이므로 6L가 늘어나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정수의 부호를 개입시켜봅니다. 2L의 물이 늘어나므로 +2L라고 표시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3시간 후이므로 +3시간이라고 표시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2L) × (+3) 이 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계산해보았듯이 결론적으로 6L의 물이 늘어나 있으므로 물의 변화량은 +6L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2L) × (+3) = (+6L)라는 등식을 만들게 됩니다. 이것과 비슷한 현상들이 자주 목격이 되다 보면 + × + = + 라고 정의하는 것이 자연수의 곱셈과도 일치하므로 매우 자연스러운 것이란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2)   + × – = –
매시간 2L의 물이 늘어나는 수조가 있다고 다시 가정합니다. 이 수조의 물은 현재와 비교하여 3시간 전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었을지 생각해봅시다. 당연히 2L × 3이므로 6L의 차이가 있습니다. 여기서 정수의 부호를 개입시켜봅니다. 2L의 물이 늘어나므로 +2L라고 표시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3시간 전이므로 -3시간이라고 표시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2L) × (-3) 이 됩니다. 그런데 3시간 전에는 현재와 비교해 6L의 물이 적었으므로 물의 양의 차이는 -6L라고 쓰는 것이 적절할 것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2L) × (-3) = (-6L)라는 등식을 만들게 됩니다. 3시간 전에는 현재와 비교해서 물이 6리터 적었다는 것입니다. 이와 비슷한 현상들이 자주 목격이 되다 보면 + × – = – 라고 정의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3)  – × + = –
위 2번과 같은 이야기지만 지면을 늘여서 원고료를 10원이라도 더 받기 위한 꼼수로 동일한 내용을 말만 바꾸어 반복합니다(^^;).  매 시간 2L의 물이 줄어드는 수조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수조의 물은 현재와 비교하여 3시간 후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을지 생각해봅시다. 당연히 2L × 3이므로 6L의 차이가 있을 것입니다. 여기서 또다시 정수의 부호를 개입시켜봅니다. 2L의 물이 줄어들므로 -2L라고 표시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3시간 후이므로 +3시간이라고 표시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2L) × (+3) 이 됩니다. 그런데 위에서 계산해보았듯이 결론적으로 현재와 비교해 3시간 후에는 6L의 물이 적어지므로 물의 양의 차이는 -6L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2L) × (+3) = (-6L)라는 등식을 만들게 됩니다. 3시간 후에는 현재와 비교해서 물이 6리터 적어진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비슷한 현상들이 자주 목격이 되면 – × + = – 라고 정의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4)   – × – = +
매시간 2L의 물이 줄어드는 수조가 있다고 가정합니다. 이 수조의 물은 현재와 비교하여 3시간 전에는 얼마나 차이가 있었을지 생각해봅시다. 당연히 2L × 3이므로 6L의 차이가 있었을 것입니다. 여기서 또다시 정수의 부호를 개입시켜봅니다. 2L의 물이 줄어들므로 -2L라고 표시하는데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또한, 3시간 전이므로 -3시간이라고 표시하는 것에도 문제가 없을 것입니다. 이를 다시 정리하면 (-2L) × (-3) 이 됩니다. 그런데 3시간 전에는 현재와 비교해 6L의 물이 많았으므로 물의 양의 차이는 +6L입니다. 그러면 자연히  (-2L) × (-3) = (+6L)라는 등식을 만들게 됩니다. 3시간 전에는 현재와 비교해서 물이 6리터 많았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비슷한 현상들이 자주 목격이 되면 – × – = + 라고 정의하는 것이 매우 자연스럽습니다.

   
 

거창했던 시작과 달리 막상 마지막에 이르고 보니 수많은 독자 여러분의 탄식과 한숨이 들려오는 듯합니다.

“누구 놀리는 거야?, 이미 초딩도 다 아는 이야기 아냐?”

   
 

맞습니다. 누구나 아는 아주 쉬운 내용이고 누구나 풀 수 있는 간단한 산수문제들을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나열했을 뿐입니다. 다만, 문제를 풀듯이 – × – = + 등을 기계적으로 대입하여 답을 찾은 것이 아니라, 연산되는 숫자들의 부호와 답에 붙어야 하는 부호의 상관관계로부터 정수의 곱셈의 근거를 되짚어보았을 뿐입니다. 그런데 다시 한 번 생각해보시기 바랍니다. 과연 위의 예를 통해서 정수의 곱셈에서 연산 후의 부호변화를 추적하고 이를 일반적 경험과 묶어서 공식으로 만들 수 있는 가능성을 테스트해보지 않았다면 정수의 곱셈에 관한 연산법칙을 누군가에게 알려줄 때 단지 외우라고 하는 것밖에 달리할 수 있는 일이 있었을까요? 다시 말해서 우리 모두가 알고는 있었지만, 그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생각의 정체를 오늘 다 같이 확인한 것입니다.

   
 

독자 여러분, 변변치 못한 산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음 연재도 최대한 사정이 허락하는 대로 유익한 내용을 찾아서 다시 뵙겠습니다. 연재가 무개념/무계획이지만 정성은 가득하다는 점 꼭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P.S.
위 정수의 곱셈에 대한 C군의 전개는 순전히 C군 혼자만의 생각과 억측이며, 학계권위자나 전문가로부터 검증받은 내용은 아님을 필히 유념해 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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