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군의 B급 잡설, 차에 바퀴 다는 것도 간단치 않다더라….. (上)

C군의 B급 잡설, 차에 바퀴 다는 것도 간단치 않다더라…..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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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애독자 여러분, 지난 호에서는 속성으로 서스펜션을 대강 한 번 훑었습니다. 본 연재의 근본 취지가 ‘느낌적인 느낌’만을 전달하는 것이므로 서스펜션에 관한 지루한 장광설을 더 늘어놓는 것은 하나를 알면 열을 헤아릴 수 있는 독자 여러분의 지적 수준을 모독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서스펜션에 관한 디테일은 제쳐놓고 과감히 다음 토픽으로 넘어가겠습니다. 추후 서스펜션 심화학습이 필요해지면 언제라도 과감히 서스펜션으로 돌아와서 노골적인 무개념/무계획 연재를 고독하게 추구해 나가겠습니다.

일단, 서스펜션으로 길을 좀 더 편하고 빠르게 달리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체험적으로 느껴왔듯 세상만사는 첩첩산중입니다. 한고비 넘겼나 싶으면 또 다른 고비가 찾아오고, 이 고비를 넘기고 조금 편해질까 스스로 물어보면 그건 아무도 알 수 없다는 대답만이 마음에 돌을 하나 더 얹을 뿐입니다. 이렇게 한 두 해를 넘기고 또 그러게 여러 해를 살다 보면, 언제부터인가 일이 너무 쉽게 풀리면 오히려 의심을 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 생활인의 정서입니다. 마치 너무도 순탄했던 군대의 하루가 점호가 끝나고 불 꺼진 잠자리에서 문득 불안해지듯 말입니다. 이런 생각에 잠기면 자동차가 서스펜션 한 방으로 완벽히 길을 정복한다는 것이 꽤나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당연히 듭니다. 그리고 불길한 예감은 언제나 틀린 적이 없듯 그저 서스펜션을 다는 것만으로는 차를 잘 달리게 하는 것에 실제로 무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서스펜션에 더해져서 필요한 것이 바퀴의 캠버(Camber), 캐스터(Caster), 토(Toe) 입니다. 캠버, 캐스터, 토는 자동차의 주행성질에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여러분은 잊을만하면 한 번씩 ‘휠 얼라인먼트(Wheel Alignment)’라고 불리는 정비를 받고 계실 겁니다. 이 ‘휠 얼라인먼트’가 바퀴의 캠버, 캐스터, 토를 조절하는 정비입니다. 그럼 지체 없이 본론으로 들어가서 캠버, 캐스터, 토에 대한 간단한 정의를 소개한 후에 질퍽한 시장 맛집 양념과도 같은 설명을 덧붙이겠습니다.

[1] 캠버

   
▲ 그림 1. 캠버(Camber)

차량의 바퀴를 정면에서 보았을 때 바퀴의 수직방향 기울기를 각도로 나타낸 것이 캠버입니다. 일반적으로 승용차의 좌우 바퀴는 동일한 캠버(각도)를 갖도록 세팅이 됩니다. [그림 1]과 같이 바퀴의 위쪽이 차량의 바깥쪽을 향해 있으면 + 캠버, 안쪽을 향해 있으면 – 캠버입니다.

[2] 캐스터

   
▲ 그림 2. 캐스터(Caster)

차량의 앞바퀴를 측면에서 보았을 때 조향축의 수직방향 기울기를 각도로 나타낸 것이 캐스터입니다. 좌우 조향축은 기울기가 같게 세팅이 되기 때문에 양쪽 앞바퀴는 동일한 캐스터(각도)를 갖습니다. [그림 2]와 같이 바퀴의 회전축이 차량의 뒤쪽을 향해 기울어 있으면 + 캐스터, 차량의 앞쪽을 향해 기울어 있으면 – 캠버입니다.

[3] 토

   
▲ 그림 3. 토(Toe)

차량을 위에서 보았을 때 바퀴의 앞쪽이 차량 쪽으로 기울어 있는 정도를 각도로 나타낸 것이 ‘토’입니다. 좌우 바퀴의 토(각도)는 같게 세팅이 됩니다. [그림 3]과 같이 바퀴의 앞쪽이 안으로 모여 있으면 토-인(Toe-In), 바깥으로 벌어져 있으면 토-아웃(Toe-Out)이라고 합니다. 

⚫ 캠버의 효과
코너링에서 타이어의 접지력은 타이어가 지면과 이루는 각도에 의존합니다. 그러므로 타이어의 접지면적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캠버는 차량의 코너링 성능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타이어가 최대의 코너링 접지력을 발휘하는 캠버는 0도가 아닌 코너의 안쪽으로 약 0.5도 주변이라는 것입니다. 정확한 수치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을 테지만 몇몇 자료에서 코너의 원심력 반대방향으로 약 0.5도 주변이 좋다고 주장하고 있으므로 독자 여러분도 그러려니 하고 믿으시길 부탁드립니다. 더욱 과학적이고 치밀한 자료에서 다른 각도를 주장하면 C군의 이야기는 잊으시고 그 자료를 신뢰하실 것을 더불어 부탁드립니다.

   
▲ 그림 4. 코너링시 차량의 자세변화와 타이어의 접지면 변화 (서스펜션의 캠버 보정 없음)

타이어가 수직으로 지면과 닿아서 최대의 접지면적을 확보할 수 있는 0도의 캠버가 아닌 코너 안쪽으로 약 0.5도 정도의 캠버에서 최대 접지력이 발휘되는 것은 캠버 스러스트(Camber Thrust)의 영향 때문인데 조금은 설명하기 복잡한 현상이라서 다음에 따로 기회를 내서 설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지금은 무조건 “캠버 스러스트 때문에 약 0.5도 정도 코너 안쪽으로 타이어가 기울었을 때 접지력이 최대가 된다 카더라”하고 외우고 넘어가시기 바랍니다. 초‧중‧고 12년을 통해 익숙해진 주입식 교육의 추억을 떠올리며 절대로 궁금해하지 마시길 부탁드립니다. 솔직히 C군도 머리 꽤나 싸매고 궁리해야 그럴듯한 설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여러분의 궁금증은 저에게 고문과도 같습니다. (^^)
차량의 코너링 성능을 최대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항상 바퀴가 지면에 대해 코너 안쪽으로 약간의 기울기(0.5도 근처)를 유지하도록 서스펜션을 디자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코너에서 원심력의 영향을 받는 차체는 서스펜션 때문에 얌전히 수평을 유지한 채 코너를 돌파할 수 없습니다. 물리의 원칙대로 차체는 원심력 덕분에 바깥쪽으로 기울며 코너를 돌파하게 됩니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울수록 차체는 더 많이 원심력 방향(코너 바깥 방향)으로 기울어지게 되는데, 차체가 기울면 서스펜션에 부착된 바퀴는 차체에 대해 각각 위쪽(코너 바깥쪽 바퀴)과 아래쪽(코너 안쪽 바퀴) 방향으로 이동하게 됩니다.
만약 바퀴가 서스펜션에 의해 상하로 이동할 때 차체를 기준으로 캠버의 변화가 없다면 [그림 4]처럼 코너에서 측면으로 기우는 차체는 좌우 바퀴 모두를 코너 바깥쪽으로 기울도록 유도하게 됩니다. 코너 안쪽으로 0.5도가량 기울어야 타이어의 접지력이 최대가 된다고 하였는데 [그림 4]처럼 반대 방향으로 기울어 버리면 접지력이 좋아질 리 없고 그나마 있는 접지력도 떨어트립니다.
코너에서의 차체의 기움에 의한 바퀴의 접지력 저하를 상쇄하기 위해서는 차량을 기준으로 바퀴가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캠버가 점점 차량 안쪽으로 기울고, 아래쪽으로 내려갈수록 캠버가 점점 차량 바깥쪽으로 기울도록 서스펜션을 디자인해야 [그림 5]와 같이 항상 바퀴가 지면에 대해 최적의 코너링 캠버를 유지할 수 있습니다. 파워포인트의 한계로 인해 바퀴를 지면에 수직으로 그렸지만 코너링 시 코너 안쪽으로 0.5도 정도 바퀴가 기울었다 상상하시며 그림을 보시길 바랍니다.
대부분의 승용차는 안락한 주행감을 제공하기 위해 서스펜션을 부드럽게 세팅합니다. 서스펜션이 부드러울수록 코너링에서 바퀴의 상하 운동은 커지는데, 넓은 상하 운동 범위에서 타이어가 지면에 대해 이상적인 캠버를 갖도록 서스펜션을 설계하는 것이 꽤 어렵다고 합니다.

   
▲ 그림 5. 코너링시 서스펜션의 캠버 보정에 의한 타이어 접지면 유지

재미있는 것은 코너에서 좌우 바퀴의 캠버가 적당히 코너 바깥쪽을 향하여 접지력을 약간 상실하도록 서스펜션을 설계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이유는 앞바퀴의 코너링 접지력을 고의적으로 떨어트려 한계상황에서 뒷바퀴보다 앞바퀴가 먼저 코너에서 미끄러지게 하기 위함이라고 합니다. 앞바퀴가 미끄러져 코너를 넓게 도는 것이 뒷바퀴가 미끄러져 차가 코너를 빠져나가는 중에 빙빙 돌아버리는 것보다 안전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 캐스터의 효과
앞바퀴의 + 캐스터는 차량이 직진 시 타이어를 진행방향과 평행하게 정렬하는 효과를 냅니다. 다시 말해서 앞바퀴의 + 캐스터는 차량의 직진성을 향상시킵니다. 이미 대부분의 사람들은 + 캐스터의 효과를 마트에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다만, 수많은 사람들이 마트에서 경험하고 있는 그것이 + 캐스터의 효과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이미 체험적으로 알고 있으므로 이해가 쉬울 것 같습니다. 쇼핑카트의 앞바퀴를 관찰해보면 [그림 6]의 왼쪽과 같은 특이한 구조를 하고 있습니다. 조금 어렵게 표현하자면 조향축과 바퀴의 접지점이 일치하지 않는 구조입니다. 이 조향축과 접지점의 차이를 통해서 캐스터의 효과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대부분 쇼핑카트를 밀 때 바퀴는 [그림 6]의 왼쪽 그림에 나타난 것과 같이 진행방향을 기준으로 바퀴의 접지점이 조향축의 뒤에 있습니다. 조향축이 바퀴를 끌고 가게 되므로 카트를 미는 사람이 일부러 방향을 수정하지 않는 한 카트는 일직선으로 가려는 성질을 유지하게 됩니다. 이 직진성에 관한 실험은 쇼핑카트의 바퀴가 180도 돌아가 있는 반대의 상황을 생각해보면 훨씬 명확해집니다. 마트에서 쇼핑카트의 바퀴를 진행방향과 반대로 180도 뒤집어서 서서히 밀어보면 처음 출발부터 쉽지 않은 것을 금방 느낄 수 있습니다. 잘 움직이지 않으려는 카트를 더욱 힘을 주어 밀면 그때서야 바퀴가 조향축을 중심으로 어느 한 방향으로든 돌아서 [그림 6]의 왼쪽 그림과 같은 상태를 만든 후에야 순조로운 직진이 가능해집니다.

   
▲ 그림 6. 쇼핑카트(좌)의 직진 원리와 자동차(우)의 캐스터

[그림 6]의 오른쪽 그림은 자동차의 + 캐스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언뜻 [그림 6]의 좌우를 비교해 보면 서로 다른 이야기같이 보이고, 쇼핑카트를 예로 설명한 원리가 적용되지 않을 것 같은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하지만 의심을 달래고 잠시 숙고해보면 머리에 백열등이 ‘반짝!’ 하고 들어옵니다. [그림 6]의 좌우가 일견 달라 보이지만 사실 매우 중요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네, 맞습니다. 둘 다 바퀴의 접지점이 조향축의 뒤에 있습니다. 둘 다 조향축이 바퀴를 끌고 가게 되므로 외력이 작용하지 않는 한 항상 바퀴는 조향축을 따르며 진행방향으로 자동 정렬되어 차체가 직진하도록 돕게 되는 것입니다.

앞바퀴의 + 캐스터는 차량의 직진성을 향상시키는 것 이외에도 또 다른 흥미로운 특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코너링에서 타이어의 접지력을 높여주는 효과를 내는 것입니다. 이는 + 캐스터의 조향축을 따라 앞바퀴가 회전을 할수록 점진적으로 지면에 대한 타이어의 캠버를 변화시키기 때문입니다. [그림 7]은 조향시 + 캐스터에 의한 타이어의 캠버 변화를 약간은 과장해서 보여주고 있습니다. 코너를 돌아나가기 위해 + 캐스터의 앞바퀴를 가진 차의 핸들을 돌리면 돌릴수록 좌우 타이어는 모두 코너의 안쪽으로 기울게 됩니다.

   
▲ 그림 7. 캐스터에 의한 캠버 변화

사고실험으로는 그림이 잘 그려지지 않으므로 캐스터에 의한 캠버 변화가 진정 궁금하신 독자께서는 이쑤시개에 동그랗게 오린 종이를 꼬치 끼우듯 끼우셔서 책상 위에 이쑤시개의 한쪽 끝을 받치고 비스듬히 눕혀(캐스터 각을 흉내 내기 위함) 좌우로 돌려 보시기 바랍니다. 돌려보면 정말로 캠버가 변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캐스터에 의한 적절한 캠버변화는 양쪽 타이어가 모두 코너의 안쪽을 향해 비스듬히 눕게 하므로 타이어의 접지력을 향상 시켜 코너링에 도움을 주게 됩니다.

이쯤 되면 독자 여러분의 흥미가 슬슬 고조되고 있을 듯합니다. 뭔가 입질이 오고 다음 차례인 ‘토’ 이야기가 ‘확 그냥, 막 그냥, 여기저기 막 그냥’ 궁금해지고 있을 겁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토’ 이야기는 한 층 오묘한 구석이 많아서 이번 호에서 다 풀어놓기에는 무리가 있습니다. 여러분의 호기심에 불을 붙이고 여기서 발을 빼는 것이 C군의 양심에 무척이나 가책이 되지만 한정된 지면 관계로 이번 호는 여기서 갈무리를 하고 다음 호에서 오묘한 ‘토’ 이야기를 풀어 보는 것이 좋겠습니다. 만약 다음 호에서 ‘토’ 이야기를 하고도 지면이 남으면 앞에서 주입식으로 암기를 강요했던 ‘캠버 스러스트’도 간단히 ‘느낌적인 느낌’으로 설명해드리겠습니다.

P.S.
노파심에 재차 강조해서 말씀드리지만 ‘C군의 B급 잡설’은 대부분 출처가 불분명하고 과학적 근거가 부족한 찌질한 ‘카더라’의 집대성입니다. 절대 내용을 100% 신뢰하지 마시길 바라며, 여기에서 읽은 내용을 기반으로 그 누구와 내기도 걸지 마시길 바랍니다. 잡설로 대중의 정서를 저해한 것에 더해 재산상의 손해까지 끼친다면 C군의 괴로움은 무엇으로도 달랠 수 없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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