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미디어 동향 : 지상파 방송사의 생존 전략

해외미디어 동향 : 지상파 방송사의 생존 전략

동영상을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테크놀로지가 존재하는 오늘날의 미디어 환경에서는 TV가 더 이상 시청자의 모든 관심을 통제하지 못한다. 콘텐츠 소비 패러다임이 새롭게 등장한 미디어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지상파방송이 이전의 도달력과 영향력을 갖기는 쉽지 않다. Nielsen의 “The total audience report” 2014년 4분기 보고서는 전통적인 TV시청자는 감소하고 있으나 ‘시간 이동(time-shift)’을 통해 TV를 시청하는 SVOD 서비스 이용자가 전체 미국 가구의 40%에 이르고 있다고 제시했다. 특히, 최근 발표된 Ooyala의 2014년 4분기 “Global Video Index”에 따르면, 스마트폰과 태블릿 등 모바일 디바이스를 이용한 동영상 이용이 전체 동영상 이용 중 34%에 해당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불과 1년 전 해당 비율이 17%였던 점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에 해당하는 급격한 성장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전통적 지상파방송들도 미디어 환경과 시청자들의 행태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새로운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해당 플랫폼을 자체적으로 보유하거나 신규 플랫폼 전용 영상 콘텐츠도 활발하게 제작하는 등 유무선 온라인 서비스, 세컨드 스크린, 소셜 미디어 등을 다각도로 활용한 크로스 플랫폼 전략을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다. 또한, 자사가 축적한 콘텐츠 경쟁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장 확대를 적극적으로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간판 프로그램의 온라인 제공 확대
NBC, CBS, ABC, FOX, CWTV 등 미국의 주요 네트워크 방송사들은 프라임타임에 방송되는 간판 프로그램을 자사 온라인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비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2014년 12월 31일 현재 5개 네트워크 프라임타임 프로그램 중 온라인 이용이 가능한 에피소드는 총 617개로, 두 달 전인 2014년 10월 475개에 비해 29.9%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의 지상파 방송사들은 온라인 사이트 라이브러리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소극적인 경향이 강했다. 주로 계열 스튜디오 프로그램 중심으로 온라인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프라임타임 시리즈들의 온라인 에피소드는 시청 잠식 효과를 의식하여 그리 많이 제공하지 않는 것이다.

’14.10 ’14. 11 ’14. 12 2개월간 증가율

(%)

장르별 비율(2014.12. 기준)

단위 : 총 시간 대비 %

드라마 리얼리티/게임 시트콤/애니메이션 뉴스
ABC.com 100 107 106 5.0 61.3 15.6 23.1 0.0
CBS.com 80 113 133 66.3 55.9 25.3 16.2 2.6
CWTV.com 118 127 130 10.2 43.7 54.4 1.9 0.0
FOX.com 95 106 104 9.5 43.7 36.2 20.1 0.0
NBC.com 82 110 145 76.8 47.3 38.4 10.3 4.1
Total 475 563 617 29.9

[표 1] 미국 주요 지상파 네트워크 프라임타임 프로그램의 온라인 제공 현황

장르별로는 드라마가 전체 제공 에피소드 중 43.9%를 차지하여 가장 높은 비율을 보였으며, 리얼리티/게임 31.3%, 시트콤/애니메이션 23.7%, 뉴스 1.1% 비율로 나타났다. 온라인 이용자를 유인하기 위해서는 한 시간가량의 드라마가 가장 주력 콘텐츠임을 보여준다. 이와 같은 온라인 에피소드 제공은 채널별로 장르 차이를 보여주기도 한다. ABC는 온라인 에피소드 중 드라마의 비율이 전체 61.3%지만 리얼리티/게임 비중은 15.6%로 낮게 나타나 드라마에 높은 집중도를 보였다. CWTV는 리얼리티/게임 프로그램이 50% 이상의 비율을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온라인 사이트에서 에피소드 전체를 이용하는 것은 여전히 흔한 일은 아니다. FOX의 경우, 시즌 전체를 온라인으로 제공하는 것은 “Red Bans Society” 1개 프로그램뿐이다.

OTT 및 온라인 스트리밍 서비스 강화
미국 지상파들은 일찌감치 훌루라는 OTT 플랫폼을 공동으로 설립하여,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 확대를 시도한 바 있다. 훌루는 NBC Universal과 Newscorp이 공동으로 출자하고 주요 방송사들이 공동으로 참여한 N-스크린 플랫폼이다. 광고 기반의 무료 모델과 가입 기반의 유료 모델을 절충한 혼합형으로 운영된 훌루는 출범 이후 가입자가 지속적으로 확대되어 2014년 말 기준 미국 내 690만 가입자를 확보하고 12억 달러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훌루의 성과는 직접 경쟁사라 할 수 있는 넷플릭스는 물론 후발주자인 아마존에도 한참 뒤진다. Nielsen의 자료에 의하면, 넷플릭스 가입률이 전체 미국 가구의 36%이고 아마존 프라임이 13%인 반면 훌루 플러스는 6.5%에 그치고 있다.

[그림 1] 미국 내 SVOD 가입률과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가입률
[그림 1] 미국 내 SVOD 가입률과 넷플릭스, 아마존, 훌루 가입률

넷플릭스가 개인화된 추천 서비스로 승부를 걸었다는 점에 반해, 훌루는 훌루에서만 독점적으로 볼 수 있는 오리지널 콘텐츠 공급을 기본 전략으로 취했다. 이러한 방향은 훌루가 기본적으로 지상파 DNA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전통적으로 독점 콘텐츠 공급을 통해 광고 수익 기반으로 생존해왔던 지상파 방송사의 기본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던 것이다. 훌루의 콘텐츠 오너들은 스마트모바일 환경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주도적으로 새로운 플랫폼을 만들었지만, 이들이 훌루에 공급하는 콘텐츠의 가격이 다양한 콘텐츠 유통 플랫폼에서 얻을 수 있는 기대 수익에 비해 훨씬 적었다는 점은 훌루의 서비스 활성화에 오히려 제약이 되었던 것으로 볼 수 있다.
최근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러한 한계를 깨고 콘텐츠 유통의 범위와 방식을 다각화하는 움직임을 강화하고 있다. CBS의 인터넷 스트리밍 서비스 ‘CBS All Access’는 지난해 10월 출시되어 한 달에 5.99달러로 CBS의 모든 방송을 볼 수 있는 서비스이다. CBS All Access는 처음 12개 제휴사로 시작했으나, 2015년 4월 현재 미국 전체 가구의 약 55%에 해당하는 6,550만의 실시간 커버리지 확보가 가능한 형태로 제휴사를 늘렸다. 현재 웹과 안드로이드, iOS 앱에서만 이용가능한데, 곧, 스트리밍 셋톱박스 Roku 속으로 들어갈 예정이다. ‘CBS All Access’는 Roku를 시작으로 유통 플랫폼을 계속 늘려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와 같이 3대 지상파 가운데 처음으로 CBS 방송이 올해 초 스트리밍 서비스를 시작한데 이어, NBC 방송을 소유한 NBC Universal은 올 하반기에 코미디 프로그램 중심의 유료 웹 비디오 서비스를 런칭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한편, 최근 미국 케이블 채널 HBO의 자체 스트리밍 서비스인 HBO Now가 4월 12일부터 애플TV를 통해 서비스를 개시하면서 화제가 된 바 있는데, 애플TV는 오는 가을 새로운 서비스 체계를 개편하면서 미국의 주요 지상파(ABC, CBS, NBC, FOX)를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올해 초 위성방송인 Dish Network가 발표하여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Sling TV가 10개 안팎의 실시간 채널을 제공하고 있지만, 지상파 방송을 포함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애플TV가 지상파 채널을 제공할 것인가의 여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새로운 기술을 이용한 콘텐츠 경쟁력 강화
지난 몇 년간 3D, 4K 등이 새로운 방송기술의 화두로 꾸준히 거론되어 왔지만, 실질적인 방송 표준으로서 상용화되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시청자들의 요구에 부응하고 방송 콘텐츠에 직접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세컨드 스크린, 드론 등의 적극 활용이 모색되고 있다.
최근 TV 시청자들은 프로그램 시청과 동시에 스마트폰을 함께 이용하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에서, 전통 방송사업자들도 이러한 시청 형태 변화에 적극 대응하고 있다. 이러한 전략은 특히 ‘밀레니얼 세대’로 불리는 젊은 시청자들을 타겟으로 다양하게 모색되고 있다. 최근 개최된 MIPTV 2015에서는 방송시청자가 보다 몰입적인 형태로 시청 경험을 갖도록 하는 것이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미래이며, 이는 기존의 방송 플랫폼이 아니라 인터넷과 세컨드 스크린 플랫폼을 통해 이루어지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견해가 제시되었다. NBC의 인기 오디션 프로그램 ‘The Voice’는 실시간 시청자 투표 프로그램을 도입해,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USA Network의 인기 시트콤 ‘Modern Family’는 방송 시청 중에 등장하는 퀴즈를 풀게 해 높은 점수를 기록한 시청자에게 상품을 지급하는 한편, 고정 방송 시간 이외에도 시청자들이 프로그램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있다.

N15_ShowFloor_DroneDemo한편, 최근 개최된 NAB 2015에서는 무인비행선 드론(drone)이 주요 화제였다. 드론은 방송사업자가 멀리 떨어지거나 접근이 불가능한 위험한 지역이나 상황에 대해 저렴한 비용으로 안전하게 리포팅을 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만일 규제 문제가 해결된다면, 뉴스, 스포츠 중계, 드라마/영화 촬영 등에 활용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난겨울 방영된 ABC <Modern family> 에피소드와 CBS <The Metalist> 에피소드에서 드론을 이용하기도 했다.

프로그램 포맷 및 온라인 서비스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시장 확대
한편, 영국의 BBC는 프로그램 포맷과 iPlayer의 탄탄한 토대 위에, 글로벌 시장 확대에 진력하고 있는 모습이다. BBC Worldwide는 현재 아시아 지역에서 뉴스, 어린이 채널 등을 포함한 다양한 장르의 5개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BBC는 전통적으로 다큐멘터리나 시대극 드라마의 세계 최강자이지만, 오락 프로그램에서도 자사 프로그램 포맷을 기초로 아시아 시장에 맞추어 현지화된 프로그램 제작을 확대하는 등 경쟁력을 강화하고 있다. 댄싱 배틀 리얼리티 포맷 <댄싱 위드 더 스타(Dancing with the Stars)>, 자동차 관련 버라이어티 쇼 <탑 기어(Top Gear)> 등은 BBC Worldwide에 의해 전 세계에 판매된 BBC의 대표적 포맷이다. BBC는 포맷을 기반으로 현지화한 프로그램 제작을 통해 아시아 시장 침투에 따른 소비자의 거부감을 해소하는 효과를 보았다.
또한 BBC의 인기 콘텐츠를 영국 현지와 비슷한 시기에 합법적인 경로로 제공함으로써, 콘텐츠 불법 유통을 방지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탑 기어>의 경우 영국 방영 시간 후 24시간 이내에 아시아 지역에서 제공되고 있다. 이처럼 아시아 시장에서 BBC의 콘텐츠들이 인기를 확보해감에 따라 BBC가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iPlayer를 아시아판으로 출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BBC Worldwide의 아시아 담당 부사장 David Weiland는 최근 인터뷰에서 한국,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홍콩, 대만 등에서 이미 BBC 방송 채널을 제공 중인 만큼, 디지털 버전인 iPlayer를 출시하는 것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지상파 방송사가 변화하는 미디어 시장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좋은 프로그램을 골라내고 시청자의 기호를 세심하게 잡아내는 안목이 필요하며, 다변화된 방송 시청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효과적인 비즈니스 전략이 요구된다. 새로운 미디어 환경의 등장은 기존 지상파 방송사에 위기로만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기회를 제공할 가능성도 크다. 콘텐츠에 접근할 수 있는 전송 수단과 배포 모델이 증가하면서 콘텐츠에 대한 수요도 동시에 폭증하기 때문에 프리미엄 콘텐츠 생산 능력을 축적해 온 지상파 방송사가 부가수익을 올릴 수 있는 후방창구 시장도 더욱 활성화되기 때문이다. 관건은 그동안 축적해 놓은 다량의 콘텐츠를 니치수요에 맞는 롱테일 전략으로 다각화할 수 있는 가능성과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프리미엄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느냐의 여부일 것이다.

참고문헌
Strabase(2015. 2. 10.). 미국 영세 방송사 CWTV의 성공 사례에 업계 이목 집중…콘텐츠 품질·유통 채널 다양화가 비결
Strabase(2015. 4. 8.). BBC Worldwide의 아시아 공략 키워드…방송 채널 제공·콘텐츠 현지화·규제 협력·불법 유통 억제
Strabase(2015. 3. 12.). 美 방송사, 세컨드 스크린(Second Screen) 활용한 마케팅에 주목…변화하는 TV 시청 습관에 대응 부심
SNL Kagan(2015. 2. 7.). Fall push by NBC, CBS sees online video libraries expand.
SNL Kagan(2015. 4. 14.) Smile, millennials are watching.
The Hollywood Reporter(2015. 4. 7.) CBS All Access Heads to Roku.
The Hollywood Reporter(2015. 4. 10.) NAB Previes: Drones take center stage at Las Vegas Confab.
전자신문(2015. 3. 20). 애플TV, 미 케이블TV 시장에 핵폭탄..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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