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방송 생태계 복원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방송 생태계 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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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부터 이사를 하면 TV를 시청하기 위해 유료방송사에 자연스레 전화를 거는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거 안테나를 이리저리 돌려가며 박치기왕 김일의 프로레슬링 TV 중계를 손에 땀을 쥐고 시청하던 시절을 회상하면 상반된 모습이다.
왜일까? 2012년 디지털 전환 이후, 지상파 TV 방송을 안테나로 시청할 수 있는 여건이 수월해졌음에도 불구하고 시청자들의 인식 속에서 ‘전파’라는 공공재를 통해서 TV 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 사실이 서서히 잊혀져가는 것 같다. 그 이유로 미디어 수용환경 변화,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의한 다매체 다채널의 접근 경로 다양화 등 여러 가지를 꼽을 수 있겠지만, 매체균형발전이라는 미명 하에 방송정책이 유료방송에 집중되어 오면서 전체 방송시장을 유료방송 플랫폼이 과점하고 있는 현실에서 시청자들의 매체 선택권은 제한적이고 지상파 방송 생태계는 날이 갈수록 불안정해지고 있다. 다양한 미디어 생태계를 건강하게 복원하고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기 원하면 누구나 거주하는 곳 어디에서나 편리하게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 다음과 같이 세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지상파 방송 공시청 설비 복원과 유지 관리
공동주택 거주자를 위해 지상파 방송 공시청 설비를 복원하고 유지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2010)에 따르면 공동주택에 국민이 거주하는 비율은 71%에 육박한다. 공동주택에는 전기, 가스, 수도 설비 등과 마찬가지로 지상파 방송을 수신할 수 있는 공시청 설비를 반드시 설치하도록 되어있다. 그러므로 공동주택에 거주하는 국민은 굳이 유료방송에 가입하지 않아도 언제라도 원하면 지상파 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관련 법제도 미비, 공동주택관리주체의 관리 소홀, 유료방송 단체가입 또는 무단점유 훼손 등으로 지상파 방송 공시청 설비가 제 기능을 못 하는 것이 대부분 공동주택의 실상이다. 지상파 방송 공시청 설비는 평상시 TV 시청뿐만 아니라 국가의 재난, 재해에 대한 긴급한 속보방송 등에 이용되는 사회 안전망 기능을 동반한다.
예를 들어, 전쟁이나 재난 재해 등에 의해 유료방송 전송망이 손상 또는 침수되어 가입자들이 TV 방송을 시청할 수 없는 상황에서도 지상파 방송 공시청 설비를 제대로 갖추고 있거나 안테나를 TV 수상기에 직접 연결해 놓는다면 TV전 파 직접 수신에 의한 지속적인 방송 시청이 가능하고 비상 상황에서도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다. 시청자들의 방송매체선택권 보장뿐만 아니라 재난 재해 상황에 대비하여 국민의 귀중한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이제 정부가 나서야 한다. 건축법령, 주택법령, 방송공동수신설비 설치기준에 관한 고시 등의 개정을 통해 지상파 방송 공시청 설비가 당초 설치 목적에 맞는 기능과 일정 수준의 품질을 상시 유지 관리될 수 있도록 강제할 필요가 절실하다.

둘째, 시청자 인식전환을 위한 적극적 홍보와 조속한 지상파 다채널 서비스
공동주택의 지상파 방송 공시청 설비를 복원하고 TV 수상기에 안테나를 연결한다면 유료방송 가입 여부에 상관없이 국민 누구나 손쉽게 TV 방송을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 점을 적극적으로 홍보해 시청자 인식전환을 이끌어 내야 한다. 스마트폰, 태블릿PC 등 휴대장치 보급 확대로 미디어 이용의 개인화, 이동화가 확산되고 있지만 여전히 가구 내에서 TV 수상기의 역할은 중요하다.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2014)에 따르면 가구 내 TV수상기 보유율은 96.4%로 가장 보편적인 미디어로 자리 잡고 있으며, 매체 이용 빈도 면에서도 TV 매체를 주 5일 이상 이용하는 비율이 78.4%이며 최근 일주일 동안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시청한 적이 있는 응답자는 92.3%로 모든 연령대에서 10명 중 9명 이상이 지상파 TV 프로그램을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리 국민의 일상에서 무료 보편적 서비스로서의 지상파 TV 방송 매체의 중요도를 잘 나타내고 있다.
그럼에도 아직도 디지털 방송에 대한 국민 인식은 상당히 저조하다. 꾸준히 증가하고 있지만 디지털 TV 보유율은 74.2%에 머물고 있고, 아직도 33.8%의 가구에서는 아날로그 TV 수상기를 통해 시청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케이블 방송 가입자의 절반이 넘는 51.3%가 아날로그 상품에 가입해 있다. 지상파 TV 방송의 디지털 전환과 채널재배치까지 완료되고 차세대 방송인 UHDTV 방송 도입을 앞둔 현시점의 국민 인식은 아직도 디지털로의 느린 전환 진행형이다. 따라서 정부와 방송사들은 차세대 방송을 도입하기 전에 지속적으로 예산과 인력을 투입하여 국민의 디지털 인식 전환을 위한 홍보와 지원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또한,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2014)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가구 중 유료방송 가입률은 무려 90.1%에 달해 선진 외국에 비교하면 월등히 높다. 유료방송을 통해 주로 시청하는 채널은 지상파 방송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럼에도 지상파 방송을 직접 수신하여 시청하지 않고 굳이 유료방송에 가입한 주요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한 가지는 거주하는 곳에서 지상파를 시청할 수 없는 난시청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KBS 자료에 의하면 2014년 말 현재 디지털 TV 방송 전국 가시청율은 96.2%이다. 즉 국민 대다수가 유료방송에 돈을 지불하고 시청하고 있는 지상파 TV 방송을 전국 대부분의 지역에서 공시청 설비나 안테나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국민들의 인식은 예전 아날로그 방송 시절에 커다란 안테나를 긴 파이프나 장대 끝에 어렵게 세워서 겨우 시청하거나 그나마도 전파가 잘 잡히지 않아 유선방송에 가입해야 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는 기억에 머물러 있다.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2010)      디지털시청100%재단&KBS 공동, 지상파 TV 직접수신 실태조사(2014)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방송매체 이용 행태조사(2010)
디지털시청100%재단&KBS 공동, 지상파 TV 직접수신 실태조사(2014)

유료방송에 가입하는 또 하나 주요 이유는 다채널을 시청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TV 시청의 대부분이 지상파 채널이지만 현재의 5개 채널로는 다매체 다채널 시대를 사는 시청자들의 미디어 소비 욕구를 충족시키기에는 한참 부족하다. 2014년 디지털100%재단 조사결과에 의하면 응답자의 64.9%가 지상파방송의 채널 증가(다채널)를 희망하고 있으며, 2014년 방송통신위원회 수도권 지상파 다채널 실험방송 시 설문조사에 의하면 58.6%가 지상파 다채널을 시청할 의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결과를 보더라도 하루빨리 지상파에 다채널 서비스를 도입하여 국민의 방송 매체 선택권을 보장하고 사회적, 경제적 위치에 상관없이 누구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쉽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수도권 다채널 실험방송  설문조사/조사기관: 한국리서치, 가구: 1,000명
출처 : 방송통신위원회, 수도권 다채널 실험방송
설문조사/조사기관: 한국리서치, 가구: 1,000명

셋째,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에 대한 정확한 조사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에 대한 정확하고 정기적인 조사가 필요하다. 국민의 방송 매체이용 행태 조사는 여러 가지 측면에서 매우 중요한 데이터이기 때문에 정부에서도 막대한 예산을 들여 매년 조사하고 발표해서 여러 자료로 이용하고 있다. 통계조사에서 가장 기본적으로 중요한 요소는 조사 목적, 조사 항목 선정, 조사 방법 등 많다. 그러나 매년 방송통신위원회가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에 의뢰하여 실시하는 방송매체이용행태조사에서는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 가구에 대한 기준이나 통계가 턱없이 부족하거나 왜곡되어 있는 실정이다.
가장 잘못된 점은 지상파 직접수신에 대한 설문조사 항목 없이 유료방송 미가입 가구를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 가구로 간주해 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유료방송과 병행해 지상파 방송을 시청하고 있는 가구는 아예 통계가 없다. 유료방송 플랫폼의 경우 가입자를 기준으로 케이블, 위성, IPTV 등 중복 산출하는 반면 지상파 방송 플랫폼은 독립적으로 유료방송에 가입되지 않은 가구 수를 역산출한 추정치에 불과한 것이다. 가구당 TV 보유대수가 1.26대임을 감안해서 지상파 방송만 직접 수신하는 가구뿐 아니라 보유한 TV 중 한 대라도 안테나, 공시청 등으로 시청하는 가구들까지 정확하게 산출되어야 한다. 이러한 잘못 조사 발표된 데이터를 오용하여 일부 언론이나 지상파와 상대 쪽 입장에 있는 일부 인사들이 극단적인 지상파 매체의 무용론까지 설파하며 국가 주요 정책에까지 부정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현실을 볼 때 지상파 방송 직접수신율에 대한 정기적인 적확한 조사가 절실하다. 참고로 영국의 시청자의 방송서비스 이용행태 조사를 보면 지상파인 프리뷰(Freeview : 영국의 BBC가 중심이 되어 50여 개 채널을 무료로 제공하는 지상파 디지털 무료 방송 서비스)와 유료매체의 중복시청 데이터를 명쾌하게 조사 발표하고 있다. 영국 성인의 37%는 프리뷰만을 시청하고 있으며, 프리뷰와 케이블 또는 프리뷰와 위성 중복시청은 약 13%임을 알 수 있다.

그림2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현재의 다매체 다채널 방송 환경에서 시청자에게 지상파 직접수신만을 강조하거나 강요하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모든 국민에게 어디에 어떤 형편으로 살든 발전된 디지털 방송의 다매체 다채널 중에서 원하는 매체와 채널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환경과 권리를 보장해 주자는 것이다. 그래서 원한다면 보편적 다채널 디지털 방송 서비스를 무료로 향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책임과 의무가 정부와 방송사에 있음을 절감하고 하루빨리 관련 법제도를 정비하고 수신환경을 올바로 복원하고 이러한 좋은 수신 환경에 살고 있음을 홍보를 통해 국민에게 인식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첫 단계는 지상파의 다채널 서비스와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방송 생태계 복원임은 두말할 나위 없다.
[광고]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한 지상파 방송 생태계 복원(방송과 기술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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